“제가 왜 사과해야 하죠? 잘못한 사람이 따로 있는데.”세령이 묻자 혜란은 서윤의 젖은 손수건을 한 번 내려다봤다. 조금 전까지 탁자 위에 놓여 있던 출고 확인서에는 발송 의뢰인 ‘차서윤’, 선물 카드에는 ‘문유건’이라고 적혀 있었다. 종이는 마르지도 젖지도 않았는데, 응접실의 시선은 벌써 눈물 쪽으로 기울었다.정혁은 조금 전 서류를 읽고도 더는 말을 보태지 않았고, 유건은 서윤에게서 떨어져 앉아 있었다. 세령은 소파의 빈자리부터 살폈다. 오늘도 누군가를 달래는 역할이 자기 몫으로 돌아오는 집이었다.“세령아, 잘잘못은 알겠어. 그래도 저렇게 무서워하는 애 앞에서 말 한마디 부드럽게 못 해주니?”“어머님이 요구하시는 게 위로예요, 사과예요?”“그게 그렇게 다르니?”“다르죠. 울지 말라고 달랠 수는 있어도, 제가 하지 않은 잘못을 인정할 순 없어요.”서윤이 혜란의 팔을 끌어안았다. 손수건 아래로 드러난 눈은 세령을 놓치지 않고 따라왔다. 그녀가 침실에서 액자를 들고 울던 날에도 그랬다. 사과를 받아내기 전까지는 누구도 일어서지 못하도록 만드는 눈물이었다.세령은 울고 있는 사람을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 눈물을 흘릴 때마다 자신이 먼저 물러나야 한다면, 그건 사실을 따질 기회마저 빼앗기는 일이었다.“전 세령 씨랑 잘 지내고 싶었어요. 그런데 전시장에서도 쫓겨날 뻔했고, 선물도 돌려보냈잖아요. 저보고 어떡하라고요?”“선물은 제가 부탁한 적 없어요. 전시장은 촬영 규칙을 지키라고 한 거고요.”“그때는 저한테 옷부터 벗으라는 눈빛이었잖아요!”세령이 잠깐 말을 멈췄다. 서윤은 그 침묵을 인정으로 받아들였는지 혜란의 손을 더 세게 쥐었다. 그러나 세령이 기다린 건 그 말 뒤에 붙을 사실 하나였다.“직접 들은 말이에요, 혼자 해석한 거예요?”“느꼈다는데 그것까지 따져요?”“느낀 건 부정 안 해요. 다만 내가 하지 않은 말을 내가 한 것처럼 전하지 마세요.”유건이 두 사람 사이를 바라봤다. 서윤은 전날 자신에게는 ‘세령 씨가 옷
最終更新日 : 2026-11-06 続きを読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