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또 뺏어가려고?”유건의 그 말에 세령은 잠갔던 안방 문을 다시 열었다. 한 손에 휴대전화를 쥔 남편은 거실을 서성이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용서를 구하던 얼굴은 사라지고, 누군가에게 빼앗긴 아이처럼 이를 악물고 있었다.“누굴 뺏어? 나?”세령은 차가운 맨발로 거실 바닥을 딛었다. 불과 몇 시간 전 남편은 꽃을 사 오겠다며 용서를 빌었다. 그런데 그녀가 안방에 들어가자마자 태겸에게 전화해 그녀를 빼앗아 가지 말라며 으르렁댔다. 사랑한다는 말 뒤에 이렇게 추한 속셈이 붙을 줄은 몰랐다.유건이 흠칫 돌아봤다.“자기야, 들어가 있어. 형이랑 할 말이야.”“내 얘기라면 나도 들어야지. 나 빼놓고 무슨 거래하는데?”수화기 너머에서 태겸의 목소리가 들렸다.“유건아. 내가 뺏은 적은 없어.”그 한마디에 유건이 헛웃음을 터뜨렸다.“그래, 형은 늘 그런 식이지. 가만히 있으면 다 형 거였잖아. 부모님 기대도, 칭찬도, 형이 싫다고 밀어낸 것까지 결국 다 형한테 돌아갔어!”세령은 발끝이 식어가는 줄도 몰랐다. 남편은 태겸을 향해 화를 냈지만 정작 태겸에게 무엇을 빼앗겼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다만 방금 나온 ‘다’라는 말 속에 자신까지 들어 있다는 사실만은 선명했다.“문유건, 그 ‘다’에 나도 포함돼?”“아니, 세령아. 넌 다르지.”“맞아. 나는 다른 사람이야. 그런데 왜 형이 나를 빼앗아 갈 수 있다고 생각해? 내 손도, 내 마음도 네가 대신 쥐고 있어서?”“난 네 남편이니까!”“결혼반지를 끼워줬지 목줄을 채운 건 아니잖아. 그 차이도 몰라?”유건은 대답 대신 통화를 끊었다. 그리고 세령의 손을 잡으려 다가왔다.“여보, 미안. 술이 아직 안 깼나 봐. 내일 아침은 내가 차릴게. 당신 좋아하는 반숙도.”“그 반숙으로 네 입부터 막아. 나 지금 밥 얘기할 기분 아니야.”그가 손을 내리자 세령은 결혼 초기의 아침을 떠올렸다. 유건은 달걀 하나를 뒤집다가 터뜨려놓고도 ‘당신한테 반해서 노른자도 심장이 터졌나 봐’라며 웃었다. 세령은 그 농담이
Last Updated : 2026-09-2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