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쳐, 문이도. 네가 뭔데 내 아내 마음까지 입에 올려?”유건의 고함이 계단을 타고 올라왔다. 방으로 돌아가던 세령은 손잡이를 쥔 채 멈췄다. 부엌에서는 유건의 거친 숨소리와 태겸이 물컵을 내려놓는 소리가 이어졌다.“그럼 형은 형수님 마음을 알기나 해? 방금 직접 보여줬잖아. 형수님이 울든 말든 큰형 입술부터 감시하던데.”“너 오늘 아주 죽고 싶구나?”“유건아, 그만해.”태겸의 만류가 들렸지만 세령은 돌아가지 않았다. 남자 셋이 자기 마음을 두고 싸우는 꼴을 더 지켜봐야 할 이유가 없었다. 방문을 잠그고 누웠으나 잠은 좀처럼 오지 않았다. 이도는 어젯밤 형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가장 아픈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 재주가 자신을 위해 쓰이는 건지, 또 다른 싸움을 벌이기 위한 건지 세령은 구분할 수 없었다.다음 날 점심, 별장 식탁에는 혜란이 준비시킨 음식들이 가득했다. 정혁은 신문을 접으며 밤늦게 무슨 소란이었느냐고 물었다.“별일 아닙니다, 아버지.” 유건이 웃었다. “제가 세령이랑 이야기 좀 했어요.”“부부끼리 대화했으면 됐지. 오늘은 좋은 얼굴로 식사해라.”세령은 말없이 접시를 들었다. 별일이 아니라니. 주먹을 휘두르려던 남편이 하룻밤 자고 나니 다정한 가장 노릇을 하고 있었다. 누가 실수했는지보다 손님 앞에서 얼마나 보기 좋게 웃었는지가 중요했다. 오늘도 유건은 세령이 좋아하는 반찬을 골라 앞접시에 담으며, 어젯밤 형에게 주먹을 치켜들던 사람이 아닌 척했다.유건이 자기 옆 의자를 당겼다.“여보, 여기 앉아. 당신 좋아하는 것도 앞에 놨어.”그런데 이도가 먼저 그 의자에 털썩 앉았다.“형수님, 여기요. 제 옆이 전망이 좋아요.”“야, 거기 내 자리야.”“의자에도 혼인신고 했어, 둘째 형?”혜란이 숟가락을 내려놓았다.“이도야, 장난도 때를 봐서 해.”“어머니, 전 형수님 편하게 앉으시라고요. 형은 어젯밤부터 너무 붙잡더라고.”세령은 이도가 일부러 유건을 건드린다는 걸 알았다. 웃는 입술과 달리 그의 시선은 줄곧 두 형의
Last Updated : 2026-09-2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