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형수는 내게만 허락돼: Chapter 41 - Chapter 50

195 Chapters

제41화. 막내의 첫 도발

“닥쳐, 문이도. 네가 뭔데 내 아내 마음까지 입에 올려?”유건의 고함이 계단을 타고 올라왔다. 방으로 돌아가던 세령은 손잡이를 쥔 채 멈췄다. 부엌에서는 유건의 거친 숨소리와 태겸이 물컵을 내려놓는 소리가 이어졌다.“그럼 형은 형수님 마음을 알기나 해? 방금 직접 보여줬잖아. 형수님이 울든 말든 큰형 입술부터 감시하던데.”“너 오늘 아주 죽고 싶구나?”“유건아, 그만해.”태겸의 만류가 들렸지만 세령은 돌아가지 않았다. 남자 셋이 자기 마음을 두고 싸우는 꼴을 더 지켜봐야 할 이유가 없었다. 방문을 잠그고 누웠으나 잠은 좀처럼 오지 않았다. 이도는 어젯밤 형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가장 아픈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 재주가 자신을 위해 쓰이는 건지, 또 다른 싸움을 벌이기 위한 건지 세령은 구분할 수 없었다.다음 날 점심, 별장 식탁에는 혜란이 준비시킨 음식들이 가득했다. 정혁은 신문을 접으며 밤늦게 무슨 소란이었느냐고 물었다.“별일 아닙니다, 아버지.” 유건이 웃었다. “제가 세령이랑 이야기 좀 했어요.”“부부끼리 대화했으면 됐지. 오늘은 좋은 얼굴로 식사해라.”세령은 말없이 접시를 들었다. 별일이 아니라니. 주먹을 휘두르려던 남편이 하룻밤 자고 나니 다정한 가장 노릇을 하고 있었다. 누가 실수했는지보다 손님 앞에서 얼마나 보기 좋게 웃었는지가 중요했다. 오늘도 유건은 세령이 좋아하는 반찬을 골라 앞접시에 담으며, 어젯밤 형에게 주먹을 치켜들던 사람이 아닌 척했다.유건이 자기 옆 의자를 당겼다.“여보, 여기 앉아. 당신 좋아하는 것도 앞에 놨어.”그런데 이도가 먼저 그 의자에 털썩 앉았다.“형수님, 여기요. 제 옆이 전망이 좋아요.”“야, 거기 내 자리야.”“의자에도 혼인신고 했어, 둘째 형?”혜란이 숟가락을 내려놓았다.“이도야, 장난도 때를 봐서 해.”“어머니, 전 형수님 편하게 앉으시라고요. 형은 어젯밤부터 너무 붙잡더라고.”세령은 이도가 일부러 유건을 건드린다는 걸 알았다. 웃는 입술과 달리 그의 시선은 줄곧 두 형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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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장난이 아닌 눈

“네가 날 진짜 좋아하면 어쩔 거냐고? 그럼 이 집은 형제 셋이 한 여자 놓고 미친 집안이 되는 거야.”세령은 일부러 웃었다. 정원 분수 옆에서 이도가 던진 질문은 어처구니없었다. 유건의 외도로 이혼을 요구하는 중인데, 이제 막내까지 사랑 타령이라니. 문가 남자들은 형제끼리 마음을 돌려 쓰는 재주라도 있는 모양이었다.“문이도, 형수한테 그딴 농담하면 멋있어 보여?”“농담 아니면요?”이도가 웃지 않았다.세령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늘 눈치 빠르게 놀리고, 대답하기 곤란하면 장난으로 빠져나가던 남자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녀의 반응을 기다리는 얼굴이 너무 진지했다. 어제까지 형들을 자극하느라 바빴던 사람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그럼 더 나빠. 네 형하고 아직 이혼도 안 했어.”“알아요.”“아는 놈이 왜 그래? 내 마음이 형제들 싸움거리라도 돼?”이도는 대답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이번에는 능청스러운 농담조차 나오지 않았다.“형수님이 그 집에서 얼마나 답답했는지 봤으니까요. 누구 편도 아닌 척하면서 형수님 혼자 서 있게 한 것도 봤고.”세령은 그 말을 듣고 더 화가 났다.“봤으면 뭐 해? 너도 그때 입 다물었잖아. 내가 유건이를 믿고 결혼하는 동안, 넌 내가 누구 사진 속 여자였는지 알고 있었어.”“맞아요. 그래서 좋은 사람이라고는 안 해요.”“그럼 네가 좋아한다는 말로 사과까지 한꺼번에 해결하려 들지 마.”이도는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그녀를 바라봤다.“그런 뜻 아니었어요. 오늘 식탁에서도 형들을 약 올리려고 형수님 옆에 앉은 거 맞아요. 근데 어머니가 억지로 술 권할 때, 형수님이 싫어하는 것도 진짜 보였어요.”“네가 대신 술잔 치워줬다고 내가 감동해야 해?”“아뇨. 그건 원래 누구라도 해야 할 일이죠.”“그런데 왜 꼭 네가 나서? 내 입으로 싫다고 할 수 있어.”“맞아요. 또 제가 형수님 말할 기회를 뺏었네요.”이도는 분수대 가장자리를 손끝으로 문질렀다. 자기가 한 일을 대단한 배려인 양 자랑하지 않는 대답에 세령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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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끝나지 않은 외도

“가족놀이? 문유건, 네 불륜 상대 눈엔 우리 결혼이 그렇게 보였어?”세령은 거실 탁자에 놓인 휴대전화를 내려다봤다. 잠금 화면에는 임라온이 보낸 문자가 선명했다.[이번 주말까지 가족놀이 해야 해?]유건은 며칠 전부터 매일 꽃을 들고 찾아왔다. 다시 시작하자며 빌었고, 별장으로 오는 길에는 세령이 좋아하는 담요까지 챙겼다. 그 모든 다정함 뒤에서 다른 여자는 그의 가족 행사가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세령은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가족놀이. 그 네 글자를 보는 순간, 조금 전 식탁에서 유건이 자기 앞에 반찬을 놓아주던 모습이 떠올랐다. 어른들 앞에서 다정한 남편 역할을 할 때 라온은 저쪽에서 순서를 기다렸다는 뜻일까.세령은 혀끝을 깨물었다. 라온에게 전화를 걸까 싶었지만 곧 손을 멈췄다. 정작 설명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었다. 호텔 1708호의 문을 열고 나왔던 남자, 끝냈다고 맹세했던 남편이었다.테라스 문이 열렸다. 유건이 웃으며 들어왔다.“여보, 안 자고 있었어? 추운데 왜 내려왔어. 올라가자. 내가 따뜻한 물 갖다줄게.”“이거부터 가져가.”세령이 휴대전화를 내밀자 유건의 시선이 화면에 꽂혔다. 그가 황급히 전원 버튼을 눌렀다.“세령아, 이건…….”“읽었어. 잠금 화면에 떴으니까.”“라온이가 제멋대로 보낸 거야. 주말 끝나면 정리하려고 했어.”“끝났다며.”“끝났어. 진짜야.”“끝난 남자한테 가족놀이는 언제까지 하느냐고 묻는구나. 참 다정한 이별이네.”“그 여자가 제멋대로 보낸 거야. 내 말 좀 들어줘.”“그럼 그 여자한테도 당신이 매일 내게 다시 시작하자고 매달린다고 말했어? 아니면 주말만 넘기면 된다고 했어?”“아니야. 그런 약속 안 했어.”“이상하지. 당신은 맨날 아무것도 안 했는데, 사람들 입에서 내가 모르는 우리 결혼 얘기가 나오네.”유건은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으려다 멈췄다. 세령은 그 손을 바라봤다. 예전 같으면 남편이 손가락 하나만 내밀어도 먼저 깍지를 꼈다. 이제는 그 손이 무슨 말을 숨길지부터 생각하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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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미움도 네 것이 아니야

“내 미움까지 당신이 정하지 마. 바람은 네가 피웠는데, 왜 내가 느낄 감정까지 네 허락을 받아야 해?”세령이 손목을 빼내자 유건의 손이 허공에 남았다. 별장 거실의 시계가 새벽을 향해 가고 있었다. 유건은 그녀를 붙잡았던 손을 내려다보다 갑자기 웃었다.“그래. 날 미워해. 욕도 하고 때려도 돼. 그런데 형한테만 가지 마.”“끝까지 그 소리네.”“당신이 형을 쳐다보는 눈을 내가 몰라? 예전에도 그랬잖아.”“예전의 내가 누굴 사랑했는지까지 당신이 질투할 자격은 없어. 당신이 알고 찾아왔다며.”유건은 입을 벌렸다가 다물었다.세령은 그를 지나 계단으로 향했다. 뒤에서 유건이 한 번 더 이름을 불렀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돌아보기만 하면 늘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는 미안하다며 손을 잡고, 세령은 그 손의 체온 때문에 끝내 묻고 싶었던 질문을 놓쳤다.이번에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그때 복도 반대편에 태겸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소란을 들은 모양이었다. 잠옷 위에 가디건을 걸친 그는 두 사람을 바라봤지만 다가오지 않았다.유건도 형을 발견했다.“형은 좋겠다. 이렇게 서 있기만 해도 세령이가 형 편 들어주니까.”태겸의 턱이 굳었다. 그러나 그는 발을 떼지 않았다. 세령이 떨어져 있으라고 한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유건아. 지금은 네가 세령이 말을 들어야 해.”“와, 끝까지 점잖은 척. 형은 나처럼 추해질 필요도 없지?”유건은 웃다가 입가를 일그러뜨렸다. 주먹질이라도 해주면 형 탓을 할 수 있을 텐데, 태겸은 그 핑계조차 주지 않았다. 세령 앞에서 혼자 소리 지르는 사람이 자신뿐이라는 사실이 유건을 더 초라하게 만들었다.“둘 다 그만해.”세령이 계단 첫 칸에서 돌아섰다.“아주버님, 대신 설명하지 마세요. 유건이, 당신도 형 얼굴 보면서 나한테 말하지 마. 내 눈 보고 대답해.”유건이 억지로 그녀와 시선을 맞췄다.“네가 미워하라면 미워할 거고, 용서하라면 용서할 거라고 생각했어? 내가 아직 화낼 힘이 있을 때나 사과할 기회가 있는 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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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오래된 태블릿

“찾았다고 좋아하지 마. 이 안에 아무것도 없으면, 난 또 7년 전 거짓말에 혼자 미치는 여자가 되니까.”세령의 말에 이도가 먼지 묻은 태블릿을 쥔 채 웃음을 거뒀다. 별장 창고의 맨 아래 선반. 그의 무릎 옆에는 낡은 충전선과 가족 여행 사진이 흩어져 있었다.“형수님, 오늘은 희망 고문 안 해요. 켜지는지부터 보죠.”“안 켜지면?”“제가 밤새 충전기라도 찾아볼게요. 형수님은 밤샘 감독만 하세요. 대신 제 얼굴 오래 보다가 반하시면 곤란한데.”“충전기 찾기 전에 네 입부터 꺼버릴까?”이도가 피식 웃었다. 그러나 기기 뒷면의 충전 단자를 확인하는 손은 신중했다. 세령도 바닥에 앉아 엉킨 선을 하나씩 풀었다. 먼지가 날려 기침이 나왔지만 일어날 생각은 없었다.십여 분 뒤 두 사람은 빈 객실 탁자 위에 태블릿을 올려놓았다. 오래된 충전기를 연결하자 반응이 없었다. 세령이 화면을 두드리는 사이 이도가 손목을 잡으려다 멈췄다.“조금 기다려요. 방전된 기기는 바로 안 켜질 수도 있어요.”“나도 알아.”“아는데 자꾸 깨우시잖아요. 형수님 성질에 이 기계가 놀라서 잠수 타겠네.”“너처럼 쓸데없는 말은 안 하니 기계가 훨씬 낫지.”창밖에서는 혜란이 사람들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모양이었다. 세령은 커튼을 조금 내렸다. 유건과 마주 앉아 다정한 부부인 척 웃을 생각은 없었다. 무엇보다 증거를 찾기도 전에 그가 이 기기의 존재를 아는 게 싫었다.그때 화면 한가운데 희미한 불빛이 켜졌다.“켜졌어.”이도가 충전선을 고정하자 오래된 시작 화면이 나타났다. 세령은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하지만 잠시 뒤 숫자 입력창이 올라왔다.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젠장. 여기까지 와서 비밀번호?”이도가 제 머리를 헝클었다.“예전엔 가족 공용으로 썼어요. 우리 집 와이파이도, 태블릿도 비밀번호가 같았거든요.”그는 익숙한 숫자를 눌렀다. 틀렸다는 표시가 떴다. 다시 천천히 입력했지만 결과는 같았다.“잘못 기억한 거 아니야?”“이건 안 잊어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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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삭제된 대화방

“문유건, 네가 안 보냈다는 그 문자. 하필 내가 버림받은 날에 여기서도 움직였네?”세령은 태블릿 화면을 손끝으로 짚었다. 지워진 대화방에는 내용 대신 오래된 동기화 기록이 남아 있었다. 날짜는 7년 전, 태겸의 번호로 이별 문자를 받은 바로 그날이었다.이도가 캡처 화면과 태블릿을 나란히 놓았다.“날짜 같죠? 근데 이것만으로 누가 문자를 보냈는지는 몰라요. 지워진 대화가 무슨 내용이었는지도요.”“알아. 그래서 더 열받아.”세령은 캡처 속 시간을 다시 확인했다. 그날 새벽, 문자를 받은 뒤 한참 지나서야 떨리는 손으로 저장 버튼을 눌렀었다. 언젠가 태겸에게 직접 묻고 싶어서. 하지만 그녀를 찾아온 사람은 유건이었다.세령은 화면을 확대했다. 손가락으로 쓸어도 빈 대화방에서 글자는 나오지 않았다. 몇 줄만 남았더라면 7년을 돌아온 이유를 알 수 있을 텐데, 숫자와 날짜뿐인 흔적이 그날의 눈물보다 더 잔인했다.“형수님, 이걸 들고 둘째 형한테 먼저 물어봐요. 제가 대신 떠들면 또 형제끼리 싸우다 끝날 테니까.”“웬일로 제대로 된 소리를 하네.”“칭찬 맞죠? 그럼 오늘 점심은 형수님 옆자리 예약.”“입 다물면 생각해볼게.”이도가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하지만 세령은 웃지 못했다. 유건이 처음 다가왔을 때도 그렇게 웃기고 다정했다. 울다가 숨이 막히던 날, 그녀 앞에 앉아 ‘네가 웃을 때까지 여기 있어도 돼?’ 하고 기다려준 사람이었다. 그날의 위로가 진심이었다 해도, 왜 자신이 울고 있는지 미리 알았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았다.세령은 유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2층 빈방으로 와. 혼자. 확인할 게 있어.]몇 분 뒤 문을 열고 들어온 유건은 태블릿을 보자 걸음을 늦췄다.“이거 어디서 났어?”“별장 창고. 기억나?”“옛날에 집에서 쓰던 거잖아. 고장 난 줄 알았는데.”“고장 안 났어. 비밀번호도 풀렸고.”그의 시선이 이도에게 옮겨갔다. 이도는 태블릿에서 손을 떼고 한발 물러섰다.“둘째 형, 난 아무 말도 안 했어. 형수님이 직접 물으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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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백업 폴더

“문유건, 네 이름이 적힌 폴더 하나가 우리 결혼 4년보다 더 솔직하면 어떡하지?”세령이 태블릿을 돌려 보이자 유건의 시선이 ‘백업_유건’이라는 글자에 멎었다. 별장 2층 빈방에서 큰소리치던 남편이 입을 다물었다.“그게 왜 거기 있어?”“그걸 나한테 물어? 당신 이름이잖아.”세령은 문득 유건이 결혼 초에 쓰던 노트북을 떠올렸다. 그는 ‘내 비밀은 마누라 사랑뿐’이라며 능청을 떨었다. 지금은 폴더 앞에서 웃지도 못했다.“설마 네 이름 누가 써놨는지도 나더러 알아맞히라는 거야?”“가족 공용으로 쓰던 기계야. 이름 붙인 사람이 나라는 법도 없지.”이도가 화면을 살짝 눌렀다.“맞아, 둘째 형. 그래서 열어보려고. 억울하면 옆에서 같이 확인하면 되잖아.”파일을 선택하자 암호를 요구하는 창이 떴다. 미리보기도 없었다. 세령은 화면을 가까이 끌어당겼다.“또 비밀번호야?”“태블릿 잠금하고 다른 거예요. 이 폴더 자체가 암호화됐어요.”“그럼 지금 못 열어?”“무턱대고 건드리면 파일까지 망가질 수 있어요. 복사본부터 만들어야죠.”“복사할 수 있어?”“저장된 상태부터 살펴봐야죠. 지금은 내용을 못 읽는다는 것만 확실해요.”세령에게 필요한 건 위로나 장난이 아니라 남길 수 있는 기록이었다.세령은 손을 거뒀다. 자신이 받은 이별 문자와 같은 날짜에 동기화된 대화방, 태겸의 국내 번호, 그리고 유건의 이름을 붙인 폴더. 수상한 것들이 나란히 놓였는데 정작 문장 하나를 읽을 수 없었다.유건이 작게 웃었다.“봐. 아무것도 없잖아. 내 아내랑 내 동생이 작당해서 날 범인 취급한 결과가 잠긴 폴더 하나야?”“없다는 건 열어보고 말해. 안 보이는 거랑 없는 건 다르니까.”“그 안에 내가 저장한 업무 파일이라도 있으면? 그때는 미안하다고 할 거야?”“응. 내가 틀렸다면 사과할게. 당신도 틀렸다면 할 수 있어?”유건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세령 앞에 손바닥을 내밀었다.“줘. 내가 확인해볼게.”“여기서 봐.”“세령아, 내가 기계 잘 다루는 거 알잖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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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시어머니가 들은 말

“어머님, 아드님이 다른 여자랑 호텔에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저더러 시아주버님과 한편이라네요?”세령이 돌아보자 윤혜란이 문 앞에서 멈춰 섰다. 찻잔을 얹은 쟁반이 살짝 기울었지만, 혜란은 곧 반듯하게 고쳐 들었다. 조금 전 유건이 ‘형이랑 한편 하고 싶었어?’라고 소리치는 것까지 들은 얼굴이었다.“세령아, 그게 무슨 소리니? 아침부터 식구들끼리 왜 이래?”유건이 얼른 어머니 쪽으로 몸을 돌렸다.“엄마, 아무 일 아니에요. 세령이가 옛날 일 때문에 예민해서 그래요.”“문유건. 내 입에서 말 나오는 것까지 네가 대신 정하지 마.”세령은 태블릿을 끌어안고 혜란을 똑바로 바라봤다. 태겸은 문 옆으로 비켜섰고, 이도는 입을 다문 채 기기의 충전선을 정리했다.“어머님, 유건이가 임라온이라는 여자랑 호텔 1708호에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했어요. 끝냈다더니 어젯밤에도 그 여자한테 연락이 왔고요.”혜란의 손가락이 쟁반 손잡이에서 움찔했다.“뭐? 유건아, 그게 사실이니?”“엄마, 정리 중이에요. 이미 사과했고요.”“정리 중?” 세령이 웃었다. “불륜도 계절 옷처럼 정리하는 거였어? 넣었다 뺐다 하게?”유건이 입술을 깨물었다. 혜란은 찻잔을 탁자에 내려놓더니 세령의 손을 잡으려 했다.“많이 속상했겠다. 그래도 부부 사이 문제잖니. 둘이 문 닫고 차분히 얘기하면 되지, 왜 형제들까지 끌어들여?”세령은 손을 뒤로 뺐다. 결혼 초 혜란은 며느리에게 늘 다정한 말을 건넸다.‘유건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 너 하나 웃기려고 별짓을 다 하더라.’그때는 그 말이 고마웠다. 하지만 지금은 잘못한 아들부터 감싸는 얼굴이었다.“제가 끌어들인 게 아니에요. 유건이가 먼저 형을 의심했어요. 그리고 더 큰 문제가 있어요.”그녀는 태블릿 화면에 뜬 잠긴 폴더를 가리켰다.“7년 전, 제가 아주버님에게서 받았다고 믿었던 이별 문자요. 그때 아주버님 국내 휴대전화를 유건이가 보관했대요. 이 기기에도 같은 번호의 삭제된 대화방 흔적이 남아 있고요.”혜란의 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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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알고 있는 사람들

“어머님, 제가 7년 동안 속았는지는 안 궁금하시고 차 식는 것만 걱정되세요?”세령이 묻자 윤혜란은 찻잔을 든 손을 멈췄다. 조금 전까지 ‘과거는 묻어두라’고 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태겸의 번호로 온 이별 문자도, 그 전화기를 유건이 보관했다는 사실도 따져 묻지 않았다. 오히려 답을 구하는 며느리가 무례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너 요즘 말이 많이 날카로워졌구나.”“그럴 만한 일을 당했으니까요.”“유건이가 잘못한 건 알아. 그렇다고 집안을 뒤집어서 뭐가 좋아지니?”“제 인생은 이미 뒤집혔는데요. 집안은 멀쩡해야 해요?”혜란은 잠시 시선을 내렸다가 찻잔을 다시 권했다. 그 평온한 얼굴이 세령을 더욱 지치게 했다. 처음 시집왔을 때 혜란은 세령이 차린 밥상 앞에서 ‘우리 유건이 입맛 맞추느라 애썼다’며 웃었다. 하지만 정작 세령의 마음은 누가 물었을까. 집안이 편해야 한다는 말은 결국 자신이 불편해도 참으라는 뜻이었다.유건이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었다.“엄마, 그만하세요. 제가 세령이랑 얘기할게요.”“넌 입 다물어.” 세령이 그를 막았다. “호텔에선 라온이랑 놀고, 여기선 내 과거까지 입맛대로 설명하더니 또 대신 말하려고?”“여보, 제발. 어머니 앞이잖아.”“내 앞에선 바람피워도 되고, 어머니 앞에선 그 얘기조차 하면 안 돼?”이도가 헛기침으로 웃음을 감췄다. 혜란이 아들을 노려보자 그는 두 손을 들었다.“제가 웃은 건 형수님 말이 맞아서인데요. 둘째 형이 어머니 앞에서만 효자 되는 게 좀 웃기잖아요.”“이도야!”“네, 어머니. 오늘은 제가 입 다물면 아픈 사람이 한 명 더 생길 것 같아서요.”세령은 태블릿을 품에서 내렸다. 화면에는 암호화된 ‘백업_유건’ 폴더가 떠 있었다. 내용을 열지도 못했는데 남편은 빼앗으려 했고, 시어머니는 닫으라고 했다. 그 반응들이 증거는 아니었다. 하지만 모두가 유난히 빨리 이야기를 끝내고 싶어 한다는 건 알 수 있었다.세령이 태블릿을 내려놓으려 하자 이도가 곧장 빈 상자 하나를 받침대로 밀어주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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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큰형의 첫 반항

“이번엔 못 합니다.”태겸의 한마디에 문정혁이 손에 쥔 지팡이를 바닥에 내리쳤다. 별장 2층 객실 문이 아직 열려 있었지만, 누구도 닫을 생각을 못 했다.“문태겸. 네가 지금 아버지 말을 거역하겠다는 거냐?”“네. 세령이가 확인하겠다는 기록을 덮으라고 말릴 수는 없습니다.”정혁은 늘 그랬다. 가족회의에서 아버지가 결론을 내리면 장남이 따랐고, 유건은 불만을 삼켰으며, 이도만 농담으로 분위기를 넘겼다. 세령도 그 규칙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태겸이 아버지의 눈을 피하지 않는 모습이 더 낯설었다.“동생 부부 사이에 끼어들지 말랬지!”“그 일이 생긴 과정에 제 이름도 나옵니다. 저도 확인해야 합니다.”세령은 태블릿을 안은 팔에 힘을 줬다. 7년 전에는 집안 사정이라며 자신을 찾아오지 않았던 남자였다. 끝내 직접 묻지 않고 동생이 전한 말만 믿었던 사람이, 오늘은 아버지 앞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반갑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전시장 문 앞에서 한없이 기다리던 자신이 떠올랐다. 휴대전화를 켰다 끄며 ‘한 번만 찾아와줘’라고 빌었던 밤이었다. 그때 태겸이 한 번만 직접 물어봤더라면, 지금의 남편도 이 집도 다른 모습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늦은 용기가 그날의 눈물까지 지워줄 수는 없었다.혜란이 급히 나섰다.“태겸아, 네가 이럴 애가 아니잖니. 어른들 얼굴 세워드리는 게 그렇게 어려워?”“어머니. 세령이는 지금 자기 인생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고 있습니다. 그걸 체면 문제로 만들지 마세요.”“그럼 대체 뭘 원하는 거니? 동생 가정이 깨져야 속 시원하겠어?”그 말에 유건이 태겸을 노려봤다.“봐, 형. 엄마도 알아. 형은 원래 가만히 있어도 다 갖잖아. 아버지한테 대들기까지 하면 이제 세령이도 형한테 감동해야 해?”“유건아, 그만해.”“왜? 틀렸어? 난 세령이한테 무릎 꿇어도 용서 못 받는데, 형은 ‘못 합니다’ 네 글자만 말해도 멋있는 사람이잖아!”세령이 헛웃음을 터뜨렸다.“문유건, 지금도 그 계산이 돼? 당신이 바람피운 건 내 일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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