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지 마. 그건 형 전화잖아!”유건이 태블릿으로 손을 뻗었다. 세령은 기기를 가슴 쪽으로 끌어당겼다. 파일 이름은 ‘T_phone_backup’. 정작 전화 주인인 태겸은 가만히 있는데, 유건만 숨이 찼다.“문유건, 네 백업 폴더에 왜 아주버님 전화 자료가 들어 있어?”“해외 나간 형 대신 관리했잖아. 백업해둘 수도 있지.”“그럼 같이 확인하면 되겠네.”“당신은 왜 날 도둑놈 취급하는데!”“안 훔쳤으면 손부터 뻗지 마. 내가 직접 볼 거야.”이도가 둘 사이에 손바닥을 들었다.“형, 기계 부수면 새것 사주면 끝이지만, 7년 전 기록은 못 사. 제발 얌전히 있어.”“넌 네 형수 편이라며 온갖 참견 다 하더니 이제 기술자 놀이냐?”“아뇨. 오늘은 파일이 형보다 말을 잘할까 궁금해서요.”세령은 태블릿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 의자를 바짝 당겼다. 방금 전까지 유건의 손아귀로 넘어갈 뻔한 기계였다. 화면이 꺼질까 봐 충전선까지 다시 확인하는데, 옆에 선 태겸이 손을 뻗었다가 거뒀다. 세령이 자신에게서 떨어져 있으라고 했던 말을 지키는 몸짓이었다. 누가 대신 만지고 대신 판단하는 일만은 더 견딜 수 없었다.세령이 화면을 누르자 오래된 백업 항목들이 펼쳐졌다. 저장된 연락처, 동기화 날짜, 메시지 목록. 일부 내용은 빈칸이었고 삭제 표시가 붙은 대화도 있었다. 하지만 주고받은 방향과 시각은 남아 있었다.세령은 목록을 훑다 이도를 돌아봤다.“이 목록, 나중에 지워질 수도 있어?”“기계가 멀쩡하다는 보장도 없죠. 지금 보이는 화면부터 촬영해둬요. 원본은 건드리지 말고.”세령은 자기 휴대전화로 목록을 찍었다. 예전 같으면 손이 떨린다며 대신 찍어주겠다고 나섰을 남자였다. 오늘 세령은 그에게 휴대전화를 맡길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받는 사람, 한세령.발신 번호, 태겸의 국내 번호.세령이 이별 문자를 받았던 바로 그날이었다.“내용은 없네.”목소리가 떨리자 이도가 조심스럽게 답했다.“네. 삭제된 항목이라 문장까지는 확인 안 돼요. 그런데 보낸 시각
Last Updated : 2026-09-2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