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만.”세령이 그 말을 남기고 문을 닫자, 유건의 그림자가 현관 바닥에서 잘려 나갔다. 잠금장치가 맞물리는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울렸다. 문 앞에서 무슨 말이 더 들려오기를 기다렸지만 복도는 조용했다. 며칠 전에는 반지를 쥐고 울던 남자가 어제는 제 형을 만난 이유부터 캐물었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되풀이된 질문이 오히려 세령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었다.다음 날 오전, 세령은 미래가 알려준 법률사무소를 찾아갔다. 기다리는 동안 무릎 위에 올린 서류봉투의 모서리가 손바닥에 눌렸다. 혼인관계를 증명하는 종이, 따로 정리한 별거 날짜와 연락 내역, 오래된 메시지 복원 기록까지. 지난 4년의 생활을 종이 몇 장에 끼워 넣자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많은 일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는지 알 것 같았다.상담실 책상 위에는 두꺼운 서류철과 물 한 잔이 놓여 있었다. 세령은 유건이 외도한 날짜를 설명하다 멈췄다. 그가 태겸과의 연락을 가로막았다는 이야기를 할 때는 목이 잠겼다. 상담자는 그녀의 말을 재촉하지 않고 필요한 사항을 확인했다. 이혼을 원한다는 의사, 현재 머무는 곳, 남편과 직접 연락하는 일이 부담스러운지에 관해 차례로 물었다.“다시 같이 살 생각은 없습니다. 별거한다는 뜻을 분명히 남기고 싶어요.”그 말만큼은 조금도 떨리지 않았다. 세령은 이후의 연락을 어떻게 처리할지 상담하고, 유건에게 별거 의사와 개인적인 방문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문자로 남겼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금세 읽음 표시가 떴다. 답장은 오지 않았다. 세령은 기다리지 않고 휴대전화를 가방에 넣었다.그 시각 유건은 문가 저택의 침실에 혼자 있었다. 세령이 떠날 때까지 미처 챙기지 못한 물건들이 화장대와 서랍에 남아 있었다. 세령이 즐겨 쓰던 빗, 반쯤 비어 있는 손크림, 책갈피가 꽂힌 책. 침대 한쪽 베개에는 아직도 그녀가 눌러놓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유건은 침구를 정리하라는 말을 했다가 곧바로 취소했다.그는 화장대 앞에 앉아 손크림 뚜껑을 열었다. 익숙한 향이 올라오자 저녁마다 세령이
最終更新日 : 2026-09-28 続きを読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