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박수 더 쳐. 내가 속아서 시집가던 날에도 그렇게 축하해줬잖아, 문이도.”세령이 돌아서자 이도의 박수 치던 손이 허공에서 굳었다. 별장 현관에는 넘어진 여행 가방에서 주워 담은 옷가지가 삐져나와 있었고, 조금 전 주먹질한 태겸과 유건은 피 묻은 입술로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세령은 이 집에서 자신만 사람이고 나머지는 누가 이겼는지 확인하는 관중처럼 느껴졌다.“형수님, 제가 정신 나갔나 봐요. 그 박수는…….”“좀 뭐? 재밌었어? 큰형이 둘째 형 때리는 게?”“그런 뜻은 아니었어요.”“그럼 무슨 뜻인데. 내가 또 네 농담 해석해줘야 해?”이도가 입을 다물었다. 평소 같으면 ‘형수님이 그렇게 무섭게 보면 심장이 뛰잖아요’ 같은 헛소리로 넘어갔을 남자였다. 오늘은 세령의 눈을 피하지도 못했다.세령은 가방을 내려놓았다. 돌아갈 집은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그냥 떠나면 이도는 다음번에도 형들 뒤에서 웃으며, 정작 자신이 알고 있는 일에는 입을 닫을 것 같았다.“문이도. 너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둘째 형이 사진 본 거요? 전에 말씀드렸잖아요.”“그거 말고. 문자, 연락, 태겸 씨가 나한테 못 했던 말. 어디까지 알고 있었냐고.”유건이 곧장 끼어들었다.“야, 너까지 무슨 짓을 했는데? 지금 얘가 지어내는 말 듣지 마, 세령아.”“입 닥쳐, 문유건. 네 거짓말은 이미 충분히 들었어.”태겸이 동생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도는 두 형의 얼굴을 차례로 보더니 웃음기 없는 얼굴로 계단 한 칸을 내려왔다.“결혼식 얼마 전이었어요. 전부는 몰랐어요. 둘째 형이 큰형 전화로 무슨 문자를 보냈는지도, 형수님 답장을 지웠는지도.”“그럼 뭘 봤는데?”“큰형이 형수님 앞으로 쓴 편지가 있었어요.”세령의 손에서 가방끈이 미끄러졌다.“편지?”“네. 큰형 글씨였고, 봉투에는 형수님 이름이 적혀 있었어요. 그게 전달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걸 봤어요.”태겸이 앞으로 움직였다.“이도야. 그 편지를 네가 봤어?”“응, 큰형. 결혼 전에.”태겸의 안색
Last Updated : 2026-09-2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