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의 나른한 햇살이 병실 안을 채웠다.잠시 스쳐 간 부끄러움은 반가움에 씻겨 내려갔다. 태하는 먼 길을 와준 규련과 화야를 위해 고급 일식 도시락을 주문해 점심을 대접했다. 그는 늘 그랬듯 직접 물수건으로 경신의 손을 닦아주는 것은 물론, 생선 살을 발라 입에 넣어주는 '식사 수발'을 기꺼이 자처했다.“나 락교랑 생강은 싫다니까요.”누가 보든 말든, 경신은 락교를 쏙 골라내며 투정 섞인 만행을 부렸다. 식사를 마친 태하와 규련이 잠시 자리를 비우자, 화야가 선물로 사 온 사과를 깎으며 입을 열었다.“보살님, 기숙사에 왜 안 오시나 했더니··· 으리으리한 VIP 병실에서 아주 알콩달콩 소꿉놀이 중이셨군요?” “화야, 잠깐 짚고 넘어갈 게 있어. 난 사람 구하다 다쳐서 정당하게 치료 중인 거야.”화야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서슬 퍼런 칼날로 사과 껍질을 능숙하게 도려내며, 그녀는 경신의 속을 벅벅 긁어대기 시작했다.“반찬 투정에, 공주님 놀이라니. 세상 핑크빛 기류는 여기 다 모여 있네요.”화야의 냉철한 지적에 경신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하지만 태하의 호의만큼은 확실히 정의해야 했기에 경신은 다급히 한마디를 보탰다.“그건 그냥, 그가 목숨을 구해준 게 고마워서 보답하는 거라니까?” “과연 고맙기만 한 걸까요?”에이스가 던지는 시속 160km 직구처럼, 화야의 말은 정곡을 찔렀다. 사실 경신 역시 태하의 행동 하나하나가 신경 쓰여 밤잠을 설치던 참이었다.“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지만···.” “보살님, 남녀 사이 ‘몸정’이라는 게 무시 못 하는 거거든요.”몸정? 그런 원색적인 단어가 튀어나오다니! 경신은 새파랗게 질려 손사래를 쳤다.“야, 송화야! 그, 그건! 아직 손도··· 아니,
Last Updated : 2026-09-3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