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대조를 앞둔 일요일, 이서는 작은 파우치를 꺼냈다. 커프스링크와 립밤, 접힌 메모가 안에 있었다. 더 이상 상대가 거짓말할 때마다 눈앞에 던져놓을 물건은 아니었다.태헌과 시현, 도하는 식탁 반대편에 앉았다. 이서는 새 화면을 켜지 않았다. 그날의 시간은 이미 맞춰두었다. 오늘은 회사에 제출하지 않을 이야기만 남아 있었다.“내일 회사에서는 제 채용과 프로젝트, 사진을 전달한 경위를 다룰 거예요. 그날 방 안의 일을 공개 심문처럼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태헌은 팔짱을 풀고 앉았고, 시현은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았다.“그래서 오늘 우리끼리 하나만 더 말하고 싶어요.”이서는 메모를 펼쳤다. ‘변명은 듣지 않겠다’는 문장이 여전히 선명했다. 그때는 그 문장 앞에서 도하의 대답을 기다리는 자신이 너무 작게 느껴졌다. 이제는 그 문장이 자신에게 어떤 일을 했는지 말하고 싶었다.“이걸 읽었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기보다, 제가 잘못한 걸 들키면 안 된다고 먼저 생각했어요.”도하의 얼굴이 굳었다.“그렇게 쓰지 말았어야 했다.”“네. 그 말을 듣고 싶었어요. 제가 먼저 뭘 했는지 설명하기 전에.”그는 고개를 숙였다. 이서는 종이를 다시 접지 않고 내려놓았다.태헌에게는 커프스링크를 밀었다.“선배는 돌아왔던 걸 빼고 말했어요. 그날 저를 챙겨준 일만 먼저 들으니까, 제가 괜히 의심하는 것 같았어요.”태헌은 손을 모았다.“네가 아니라 내가 민망했던 거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 같아서 화났고, 그걸 들키기 싫었어.”이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듣는다고 자
Last Updated : 2026-10-1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