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집에 가기 전 태헌은 세 번 설명했다. 조부 생신, 가족 여섯 명, 오래 머물지 않아도 되는 식사. 이서는 그 설명을 듣고 가겠다고 했다.차 안에서 그녀는 작은 과일 상자를 만졌다. 태헌이 더 비싼 선물을 준비하겠다는 걸 거절하고 직접 산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러 들어가는 것 같아 불편했지만, 태헌이 가족과 완전히 끊어져야만 자신의 관계가 유지되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현관에서 처음 만난 친척은 이서를 보고 반갑게 웃었다. 그 웃음이 언제 달라질지 살피는 자신을 알아차린 이서는 인사를 먼저 했다. 태헌이 옆에 서 있었다.조부가 앉을 안쪽 자리만 비워두고 다른 자리는 먼저 온 순서대로 앉았다. 이서는 태헌 옆에 앉았다. 조부는 새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고, 이서는 기업 자료를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모르는 일이라며 웃었다.첫 접시가 비워질 때까지 식사는 무난했다. 문제는 후식이 나올 무렵 생겼다.“태헌이 이제 자리 잡을 때가 됐으니, 집안에서도 준비할 게 있겠네.”고모뻘 되는 친척이 말했다. 이서의 손이 멈췄다. 태헌이 바로 입을 열었다.“그런 약속으로 모신 자리는 아닙니다.”“아직 날짜는 안 정했겠지. 그래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일이 있으니 정리하는 게—”이서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사진을 결혼으로 수습할 수 있다는 말이 다시 눈앞으로 돌아왔다. 태헌의 손이 주먹으로 굳어지는 걸 보았지만 그녀가 붙잡지는 않았다.“제 삶을 정리한다는 뜻으로 말씀하신 거라면, 제가 답하겠습니다.”그녀의 목소리가 식탁에서 또렷하게 울렸다.“저는 지금 혼인할 계획을 정하지 않았어요. 사진이나 소문 때문에 정할 생각도 없습니다.”상대의 표정이 굳
Last Updated : 2026-10-1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