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오후, 이서는 자기 집에 들렀다. 전날 혼자 상담하고 받아온 종이를 서랍 안쪽에 넣었다. 지금 결정한 것과 더 생각할 것을 구분해두었지만, 종이를 접는다고 마음까지 정리되지는 않았다.빨래를 걷고 창문을 조금 열었다. 태헌의 집에서는 잘 모르겠던 세제 냄새가 났다. 자기가 쓰는 작은 책상 앞에 앉으니 해야 할 일이 훨씬 작고 구체적으로 보였다. 다 쓴 세제를 채우고, 우편함에 쌓인 고지서를 가져왔다. 깜빡거리는 전구도 갈아야 했다. 나중에 같은 것을 살 수 있도록, 스위치를 끄고 전구에 적힌 규격을 확인해두었다.수경에게서 회신이 왔다. 지정된 사본과 공개 자료를 이용한 방법 정리는 계속할 수 있었다. 추가 접근이 제한된 파일은 담당자에게 요청해야 했다. 이서는 답장을 하고 허용된 범위만 따로 표시했다. 기다리는 동안 무엇도 못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휴대전화가 다시 울렸을 때는 태헌이었다.“끝났어?”“뭐가요?”그가 잠깐 조용해졌다.“네 볼일.”“집에 왔어요. 빨래 개고 있어요.”“아.”이서가 웃었다. 그가 상담 내용을 묻고 싶은 건지, 저녁 약속을 잡고 싶은 건지 알 수 없었다.“선배는 끝났어요?”“응. 아직 회산데.”“그럼 저녁 먹을래요? 밖에서요.”태헌의 대답이 너무 빨랐다.“먹자.”***그가 정한 식당의 주소를 보고 이서는 다른 곳을 보냈다. 골목 안의 작은 덮밥집이었다. 따로 예약할 방도 없고, 들어가면 자리를 안내해주는 직원도 없었다. 먼저 온 사람이 계산대에서 주문하는 곳이었다.태헌은 이미 줄에 서
Last Updated : 2026-10-0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