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 제목을 본 이서는 파일을 열기 전에 도하에게 전화를 걸었다.“이거 누구한테 받으셨어요?”도하가 보내온 것은 이서가 맡은 신규 업무와 관련된 연구 자료 목록이었다. 공개 논문만 모아놓은 파일이었지만, 그 아래에는 도하가 아는 연구자의 연락처와 ‘상황은 간단히 설명해 두었다’는 문장이 붙어 있었다.수화기 너머에서 도하가 잠시 말을 멈췄다.“전문가 의견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나.”“필요하다고 했지, 소개해달라고는 안 했어요.”이서는 사무실 복도 끝으로 걸어갔다. 상담할 상대를 찾는 일이 어려웠다. 그래서 전날 저녁 그 이야기를 했고, 말하고 나니 조금 후련했다. 하룻밤 사이에 상대가 정해지고 자기 업무가 다른 사람에게 설명돼 있을 줄은 몰랐다.“회사 이름까지 말씀하셨어요?”“회사와 분야만 말했다. 자료는 보내지 않았고.”“그래도 먼저 물어봐 주셨어야죠.”도하는 자신이 보낸 메일을 확인하는 듯했다. 잠깐 키보드 소리가 났다.“철회하겠다.”“상대한테 없던 일로 해달라고만 하지 말고요. 제가 요청한 게 아니라는 걸 분명하게 말해주세요.”그녀는 통화를 끝냈다.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는데도 손끝이 뜨거웠다. 주변에서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인맥이었다. 그걸 거절하는 자신이 일을 어렵게 만드는 건 아닌지, 잠깐 그런 생각도 들었다.자리로 돌아왔을 때 팀장이 전문가 섭외 진행 상황을 물었다. 이서는 후보를 더 확인하고 있다고 답했다. 도하의 목록을 자기 성과처럼 내밀지는 않았다. 오후에는 공개된 학회 명단을 보고 직접 문의했다. 두 곳은 거절했고, 한 곳은 다음 주에 답을 주겠다고
Last Updated : 2026-10-1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