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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누가 나랑 했을까?: Chapter 31 - Chapte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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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잘린 사진의 바깥

가방을 들었던 이서는 메모장을 접으려다 다시 손을 멈췄다. 마지막 장에는 예상하지 못한 이름이 있었다.박 대리.이서는 처음 보는 이름 옆에 물음표를 썼다. 새로운 사람이 나온다고 그 사람이 밤의 비밀을 전부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여기서 묻는 것은 침실이 아니라 봉투의 경로였다.시현은 행사 자료를 전달한 외주 직원이라고 설명했다. 정식 부서가 아니라 행사 대행을 맡은 회사 사람이었다. 금요일 밤 복도에서 보고 자료를 받았다고 했다.“객실 복도요?”“아니요. 연회장 층에서요. 그건 구분해야 합니다.”이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현이 먼저 장소를 분명히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는 휴대전화에서 전달받은 안내문을 열었다. 2001호에 자료를 모아둔다는 문장이 또 나왔다.“이 안내를 보고 제 방으로 오신 거예요?”“그것만은 아니에요. 이서 씨가 보내준 메시지도 있었으니까.”그날 이서는 자신이 발견한 표를 같이 봐달라고 부탁했다. 회사에 들어가기 전에 숫자가 달라진 이유를 확인하고 싶었다. 시현은 원본을 가져오라는 부탁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저를 만나러 온 거하고 자료 찾으러 온 거, 어느 쪽이 먼저였어요?”그가 이서를 보았다. 묻고 나니 꼭 연애하는 사람끼리 서운한 것을 따지는 말 같았다. 그러나 그날의 방문 이유에는 두 가지가 정말 섞여 있었다.“이서 씨를 만나러 갔어요. 자료를 핑계로 좀 오래 있고 싶었던 것도 맞고요.”“그럼 그렇게 말하면 됐잖아요.”“저도 지금 생각하면 그래요.”그는 커피잔의 가장자리를 만졌다. 이서는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해서 연락했다. 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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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지금 묻는 말

건물 밖에는 비가 그쳐 있었다.시현은 택시를 불러주겠다고 했다가 이서의 표정을 보고 말을 바꿨다. 같이 정류장까지 걸어도 되느냐고 물었다. 이서는 가방을 고쳐 메고 고개를 끄덕였다.차도 옆 가로수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 시현이 조금 늦게 피해서 안경에 물이 묻었다. 그는 안경을 벗으며 난처하게 웃었다. 이서가 휴지를 꺼냈다.“이걸로 닦아도 돼요?”“렌즈 말고 테만요.”“까다롭네요.”“비싼 건 제가 아니라 안경이라서요.”이서는 웃으며 테를 닦아주었다. 벗고 있는 그의 눈은 덜 날카로웠다. 표정을 살피는 게 습관인 사람도 잘 보이지 않을 때는 상대가 가까워지기를 기다려야 했다.시현이 손을 내밀었다. 이서는 안경을 건네려다가 그의 손바닥이 아니라 얼굴 가까이 가져갔다. 다시 씌워줄까 하는 충동이었다. 그러다 멈추고 안경을 손에 놓았다.그가 조용히 웃었다.“지금 조금 아쉬웠어요.”“뭐가요?”“직접 씌워주실 줄 알았거든요.”이서는 시선을 피했다. 그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고, 바라는 것을 바란다고 말하니 전보다 대답하기 어려워졌다. 어색하지만 싫지는 않았다.정류장에는 사람이 없었다. 도착 안내에는 11분이 남아 있었다. 두 사람은 한 칸 떨어져 앉았다. 시현은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다. 이서도 가방을 무릎에서 옆자리로 옮겼다.“그날 키스했다고 하셨죠.”이서가 말했다.시현의 웃음이 옅어졌다.“네.”“제가 지금 물어보는 건 그걸 확인하려는 거 아니에요.”그가 대답을 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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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두 잔을 사는 아침

목요일 아침 이서는 커피를 두 잔 샀다.자기 것은 평소대로, 시현의 것은 그에게 물어서 골랐다. 메뉴를 보내달랬더니 크기와 온도까지 적어왔다. 이서는 답장에 보고서는 잘 받았다고 썼다. 시현이 한참 뒤 웃는 표시 하나를 보냈다.사무실 앞에서 그를 만나 컵을 건넸다. 손이 스쳤지만 둘 다 모르는 척했다. 이서는 어제의 입맞춤 때문에 오늘부터 모든 게 달라져야 할 것 같아 조금 긴장했었다. 막상 그는 잘 잤느냐고 묻고 평소처럼 문을 잡아주었다.그 정도가 좋았다.태헌이 복도 끝에서 두 사람을 보았다. 그의 시선이 컵 두 개에 잠깐 머물렀다. 이서는 숨기지 않고 인사했다. 태헌도 인사한 뒤 자기 사무실로 들어갔다. 잠깐 닫힌 문이 다시 열리더니 빈 머그잔을 든 그가 나왔다.“나도 커피 마실 줄 아는데.”이서는 웃음을 참았다.“설마 이걸로 시비 거시는 거예요?”“시비는 아니고 안내.”“수신했습니다.”시현이 컵을 입에 대느라 대답하지 못하는 동안 태헌이 그를 한번 흘겨봤다. 이서는 웃으면서도 자기 자리로 곧장 갔다. 두 남자가 그녀의 커피를 놓고 티격태격하는 건 우스웠지만, 하루를 전부 그 사이에서 보낼 수는 없었다.수경은 오전에 제주 센터와 화상 회의를 잡았다. 자료 회수 목록의 빈 인수자 칸이 문제가 됐다. 현장에서는 봉투를 받았다는 지시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임성준은 행사 운영 기록과 연구자료 접수 기록을 나눠 정리하겠다고 답했다.이서는 채팅창에 물었다. 개인 객실 번호를 자료 대기실로 적은 사람이 누구인지.임성준은 객실 번호가 행사 숙박 명단에 연동돼 있었다고 했다. 일괄 안내를 보내면서 섞였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왜 이서의 개인 소지품과 섞이지 않도록 확인하라는 문장까지 붙었는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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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맡겼다는 말의 끝

호텔에서는 오후에 연락을 주었다.3시 46분에 남색 봉투를 맡겼다는 기록은 있었다. 하지만 이서가 직접 수령한 기록은 없었다. 행사 측의 자료 담당자가 가져간 것으로 분류돼 있었다.“제가 맡긴 게 아닌데 누가 찾아갔어요?”이서가 묻자 한유정은 기록과 당시 근무자를 더 확인하겠다고 했다. 이름을 잘못 단정하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태도였다. 이서는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이번에는 실망보다 화가 컸다.자료를 보여달라고 방에 들어온 사람이 자료를 가져가고, 돌려주겠다며 맡긴 물건을 다른 사람이 가져갔다. 그동안 자신은 그 방에 누가 들어왔느냐는 질문만 하고 있었다.이서는 도하에게 연락해 회의실에서 보자고 했다. 그는 바로 왔다. 이서는 책상 위에 인계 메모를 놓았다.“교수님은 제가 다음 날 연구실에 오면 뭘 돌려주려고 하셨어요? 봉투는 이미 호텔에 맡겼는데.”도하는 메모를 내려다보았다.“찾아오게 할 생각이었다. 행사 자료 담당자에게 전달을 부탁했고.”“누구요?”“임성준.”이서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없는 봉투를 돌려달라고 먼저 전화한 사람이 그 이름이었다. 반납 완료라고 표시한 목록을 보낸 사람도 같았다.“그분한테 제 개인 자료라고 말하셨어요?”“네가 작성한 표라고 했다.”“그럼 사적으로 보던 메모까지 들어 있었다는 것도요?”도하가 대답하지 못했다. 이서는 자신의 필체가 적힌 두 장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회사 보고서가 잘못됐다는 메모 아래에는 잠을 못 잤다는 말과 면접 때 받은 질문이 뒤섞여 있었다. 책상에 혼자 앉아 쓴 종이라 다른 사람이 볼 것을 예상하지 않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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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지우기 전의 문장

도하의 글은 밤이 되기 전에 도착했다.그는 메일 첫 줄에 끝까지 쓰지 못했다고 적었다. 이서는 한동안 열어보지 않았다. 다 쓰고 달라고 했는데도 먼저 보낸 이유가 답답했다. 하지만 첨부 파일이 아니라 메시지 본문에 적힌 몇 줄이 미리 보였다.‘네가 무엇을 기억하는지부터 묻는 방식이 잘못됐다. 내가 한 말을 먼저 바로잡아야 한다.’이서는 의자를 당겨 앉았다. 그 아래에는 객실에 들어간 시각, 자료를 본 일, 안쪽 서재로 자리를 옮긴 일이 적혀 있었다. 어디부터 정정한다는 것인지 마지막까지 읽어도 분명하지 않았다.도하의 말이 길어질수록 이서의 밤은 더 짧아졌다. 회사와 자료에 관한 설명은 많았고, 자신이 알고 싶은 순간은 문장 사이로 빠졌다.이서는 답장을 쓰다가 지웠다. 화난 상태로 보내면 내용보다 말투를 후회할 것 같았다. 옆에 있던 유나가 추가 회의까지 30분 남았다고 알려주었다.“잠깐 밖에 나갔다 와요. 계속 여기 있으면 일이랑 섞여요.”“이미 많이 섞였어요.”“그래도 오늘 더 섞을 필요는 없죠.”이서는 컴퓨터를 종료했다. 가방을 들고 나오다가 도하를 만났다. 그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먼저 설명하려 하지 않았다.이서가 물었다.“메일을 왜 보내셨어요? 아직 다 못 쓰셨다면서.”“기다리는 동안 또 아무 답도 없다고 느낄까 봐.”그 말은 조금 이해됐다. 그렇지만 기다리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기다리고 있다는 표시만은 아니었다.“그날 제가 어떤 말을 했는지 다 적으실 필요는 없어요. 교수님이 뭘 했는지 적으시면 돼요.”도하가 입술을 눌렀다. 그의 손에는 만년필이 들려 있었다. 뚜껑을 열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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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누구의 검토였을까

출장 전 마지막 확인 회의는 저녁 늦게 끝났다.태헌은 실사 인원을 줄여도 되지 않느냐고 했다. 도하와 시현이 동시에 그를 보았다. 이서는 여섯 계약 가운데 제주 두 건의 기술 검토자가 서로 다르다고 답했다. 태헌은 자기도 안다고 했다.“알고 물으셨어요?”“차량이 복잡하잖아.”유나가 차량은 한 대라고 알려주었다. 수경은 태헌의 이름이 붙은 비용 승인 항목을 가리켰다. 빠질 수 있다면 당신부터라는 말에 이서가 웃음을 참았다.태헌은 결국 모두 가는 일정에 동의했다.업무 자료에는 빈칸이 하나 남아 있었다. 이서의 원본 표가 회사 보고서로 옮겨갈 때 누가 제목과 기준 기간을 바꿨는지였다. 도하는 기술 검토를 했지만 최종 편집본은 자신이 본 것과 다르다고 했다. 시현도 계산식 부분만 검토했고 표지와 작성자 표기는 보지 않았다고 했다.태헌은 비용 규모를 확인하고 서명했다. 세 사람 모두 문서에 자기 흔적이 있는데, 끝까지 읽은 사람은 없었다.이서는 펜을 내려놓았다.“그럼 누구도 일부러 제 이름을 뺀 건 아니라고 하시는 거죠?”수경이 이서를 보았다. 이서는 질문을 고쳤다.“죄송해요. 아직 그렇게 물을 단계는 아니네요. 누가 마지막 파일을 만들었는지부터 확인할게요.”태헌이 말했다.“일부러 안 했어도 우리 이름 붙은 건 맞잖아. 그건 빼지 마.”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현도 자신이 남긴 검토 의견을 원본과 함께 내겠다고 했다. 이서는 세 사람의 말을 각각 적었다. 지금 필요한 답은 그것이었다.회의가 끝나고 수경은 이서를 잠깐 남겼다. 내일 현장에선 모든 질문을 혼자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유나가 자료를 취합하고 자신은 서울에서 기록을 대조할 예정이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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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이번에는 같은 질문

이서가 보낸 질문은 길지 않았다.객실에 들어온 이유. 머무는 동안 직접 한 일. 나갈 때 이서가 있던 장소. 돌아온 적이 있는지. 그날 두 사람 사이에 성관계가 있었는지.이서는 메시지를 보내기 전에 토요일 아침 자기 메모를 다시 읽었다. 당시에는 방에 남은 물건 셋이 곧 세 남자의 확실한 흔적이라고 생각했다. 그 뒤로 립밤이 먼저 건네졌다는 걸 알았고, 커프스링크가 단추에 걸렸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같은 물건인데 의미가 계속 바뀌었다.처음 적은 메모를 지울까 하다가 그대로 뒀다. 자신이 언제 무엇을 믿었는지 알아야 같은 실수를 덜 할 것 같았다. 옆에 다른 색 펜으로 확인된 내용을 적었다. 어떤 줄은 정정됐고 어떤 줄은 여전히 물음표였다.가장 아래에는 자기에게도 질문 하나를 썼다. 정말 알고 싶은 것이 누구였는지뿐인지. 답은 아니었다. 누구든 자신에게 사실을 숨긴 이유를 듣고 싶었다. 자신을 아끼는 척하면서 모르는 사람으로 남겨두었다면, 그 말도 더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이서는 세 남자에게 보낼 문장에서 그 긴 설명을 모두 지웠다. 마음을 설득해야 대답을 들을 수 있는 질문은 아니었다.마지막 질문에는 설명을 붙이지 않았다. 처음부터 다른 뜻으로 물은 적은 없었다. 상대가 민망할까 봐 돌려 말하다가 자기 질문이 흐려지는 건 그만하고 싶었다.태헌은 전화를 걸었다. 이서가 받자 지금 말해도 되느냐고 물었다.“문자로 적어주세요. 들을 때마다 제가 놓치는 게 생겨서요.”“알았어. 쓰다가 네가 화낼 것 같아도 보내?”“그걸 제가 미리 어떻게 알아요.”태헌이 짧게 웃었다. 통화가 끊겼다. 조금 뒤 길지 않은 문장들이 왔다. 키스를 했고 이서가 힘들다고 하자 멈췄다. 약과 옷을 구하러 나갔다. 돌아왔지만 안쪽 문을 열지 않았다. 웃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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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같은 얼룩, 다른 사진

“보낸 적 없어요.”시현이 말했다. 이서는 그 대답을 곧바로 받아주지도, 거짓말이라고 하지도 않았다. 자기 휴대전화에서 원본 사진을 열었다. 인쇄된 종이와 나란히 놓자 커피 자국이 같은 자리에 있었다.그가 좋은 사람으로 먼저 보이고 싶었다고 말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저한테 사본 준 뒤에 보내셨어요?”“아니에요.”“자동으로 공유되는 곳에 올렸거나요?”시현이 잠깐 생각했다. 이서는 그 침묵이 길어지는 동안 손을 탁자 아래로 내렸다. 자기 마음이 먼저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시현은 휴대전화에서 전송 내역을 확인했다. 개인 기기로 찍고 자신의 보관함에 둔 뒤 이서에게 보냈다고 했다. 업무 공유함에 넣은 것은 이서가 받은 뒤 자료 출처를 표시해서 함께 올린 사본이었다.“그럼 그 공유함에서 가져갔을 수도 있겠네요.”“그럴 수 있어요. 그런데 이건 제가 만든 PDF하고 잘린 위치가 달라요.”이서는 종이를 가까이 당겼다. 시현의 사진에는 우산 손잡이가 보였다. 회사 배포본에는 종이 네 모서리가 모두 잡혀 있었다. 자국은 같지만 촬영한 방향이 달랐다.“같은 종이를 다른 사람이 찍었다는 거예요?”“가능성이 있어요. 원본을 봐야 합니다. 인쇄본으로 단정할 수는 없어요.”시현은 자신이 무조건 아니라는 말을 더 보태지 않았다. 이서는 종이를 내려놓았다. 커피 자국 하나로 그를 의심했지만, 같은 이유로 완전히 믿을 수도 없었다.이서는 종이에 손을 대려다 먼저 휴대전화로 인쇄본 전체를 찍었다. 시현이 조금 더 밝은 쪽으로 옮겨주었다. 그녀는 그가 사진에 손대지 않고 종이만 옮긴 것을 보았다.두 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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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내 방을 남의 사무실로

호텔 야간 데스크는 낮에 접수된 문의를 확인해주었다.한유정의 직접 답변은 아니었지만, 이서가 요청한 자료와 현재 확인된 항목은 남아 있었다. 이서는 도하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전화를 받았다. 자신의 이름으로 맡긴 물건을 누구에게 인계했는지 묻는 통화였다.데스크 직원은 자료 담당자에게 전달됐다는 기록이 있으며, 당시 수령자의 소속과 이름은 근무 기록을 더 대조하겠다고 했다. 이서가 직접 서명한 기록이 없다는 점은 다시 확인됐다.“제가 투숙객인 건 확인하셨죠. 그 방이 자료 대기실이라고 바뀐 것도요?”직원은 객실 자체의 예약 명의가 변경된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행사 쪽 문서에서 다르게 안내된 것이었다. 이서가 예약한 방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의 방이었다.그 말을 듣자 뜻밖에 서러웠다. 그날 밤 내내 누군가의 후배, 조교가 챙기는 학생, 교수의 지도학생으로 불렸지만 방을 고른 건 자신이었다. 자기에게 묻지 않고 그 공간의 용도를 바꿔 말한 사람들이 있었다.도하가 전화를 넘겨받아 자신이 봉투를 맡긴 경위를 말했다. 이서에게 돌려주라는 요청이었다는 것을 다시 밝혔다. 자신의 명함과 메모를 남겼다는 설명도 덧붙였다.이서는 그가 통화 중에 자기 잘못을 감추지 않은 걸 보았다. 그렇다고 다른 대답까지 준비됐다는 뜻은 아니었다. 전화를 돌려받아 호텔의 회신을 기다리겠다고 했다.통화가 끝나자 태헌이 낮게 욕을 했다.“사람 방을 그렇게 써먹네.”이서는 그를 보았다. 그의 분노가 오늘은 자기 쪽을 향하지 않아 조금 안도했다. 하지만 도움받는 기분에 모든 걸 맡기고 싶지는 않았다.“전화는 제가 할게요. 선배님 이름으로 시키지 마세요.”“그래. 네가 해.”태헌은 의외로 쉽게 물러났다. 이서는 그 대답 덕분에 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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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내 이야기로 싸우지 마

태헌은 시현에게 잠깐 나오라고 했다.이서는 회의실 문고리를 잡은 그의 손을 보았다. 그 짧은 말이 좋은 뜻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시현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서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여기서 말해요.”태헌이 돌아봤다.“너 들으면 기분 나쁠 얘기야.”“제 얘기면 제가 들어야죠.”시현이 먼저 멈췄다. 태헌은 복도 쪽으로 나갔다가 돌아왔다. 이서가 그 사이에 서지 않아도 두 사람의 시선은 날카로웠다.“토요일 아침에 누가 그 사진을 넘겼는지 아는 거 있어?”태헌의 질문에 시현은 모른다고 했다. 태헌은 휴대전화에 원본이 있는 사람이 너라고 했다. 시현은 같은 종이를 찍은 사진이라고 여러 번 설명했는데 듣지 않느냐고 받아쳤다.말투가 올라갔다. 이서는 두 사람이 다투는 내용보다 자신을 보지 않는 것이 더 화났다. 마치 자기 이름이 붙은 공을 서로에게 던지고 있는 것 같았다.“둘 다 잠깐만요.”태헌이 시현의 팔을 잡았다. 시현이 빼려다 테이블의 물컵을 건드렸다. 컵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깨졌다. 이서가 뒤로 물러났고, 도하가 먼저 그녀 쪽으로 팔을 뻗었다.이서는 피했다.“만지지 마세요. 그냥 가만히 계세요.”세 사람이 동시에 멈췄다. 이서는 바닥의 유리를 보고 가방을 들었다. 누군가 다치기 전에 멈춘 것을 칭찬해줘야 하는 상황이 싫었다.태헌이 손을 놓았다. 시현은 팔을 문질렀다. 어느 쪽도 맞은 사람처럼 과장하지 않았지만, 태헌이 먼저 힘을 썼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미안해.”태헌이 말했다.“저 말고 시현 씨한테요.”그의 턱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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