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손이 차율의 코트 앞섶으로 향했다. 차율은 카운터 모서리를 붙잡았다. 화면 속 자신이 그 손을 피하듯 몸을 비틀었다. 손사래를 치는 팔이 크게 허공을 갈랐다. 괜찮다고 했을까. 호빈이 들려준 그날의 자신도 그랬다. 단추가 틀렸다는 말에 괜찮다며 손사래부터 쳤다고. 남자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렇다고 억지로 붙잡지도 않았다. 차율의 팔이 내려올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는 것 같았다.눈송이가 두 사람 사이를 비스듬히 지나갔고, 화면 속 시간은 12시 44분에서 45분으로 넘어갔다. 이윽고 화면 속 차율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고개가 남자 쪽으로 기울자, 남자의 손이 다시 움직였다. 맨 위 단추였다. 흐린 화면에서도 손이 단추 하나를 풀고, 앞섶을 당겨 맞춘 뒤 다시 끼우는 게 보였다. 그리고 잠깐 멈췄다. 두 번째 단추. 풀고, 맞추고, 끼우고. 또 멈춤. 차율의 숨이 얕아졌다. 며칠 전 사무실에서 카디건 단추를 쥔 채 떠올렸던 장면이 그대로 겹쳐 왔다. 서두르지 않는 손. 단추 하나를 끼울 때마다 잠깐씩 쉬던 박자. 머릿속이 멋대로 만든 그림이 아니었다. 차율은 마른침을 삼켰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기억인지조차 자신할 수 없었다. 한여름에 코트를 꺼내 입고도 끝내 알아채지 못했던 일을 지금 보고 있는 셈이었다. 그렇다면 저 손은 누구의 손일까. “거참, 꼼꼼하네.”
Dernière mise à jour : 2026-11-0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