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시가 끝난 다음 날, 본부 복도의 사진 패널을 걷어 내기 시작했다. 월요일부터 서둘러 세운 패널에는 ‘푸드하임이 걸어온 길’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총무팀 직원들이 하나씩 받침대에서 빼내면 도윤이 벽 쪽으로 옮겨 놓았다. “과장님, 이것 좀 보세요.” 탕비실에서 커피를 들고 나오던 차율이 멈췄다. 도윤은 내려놓은 패널 앞에 쪼그려 앉아 사진 하나를 짚었다. “옛날 그래놀라 포장이래요. 글씨가 엄청 커요.”“도윤 씨, 총무팀에 방해되잖아요.”“총무팀에서 구경해도 된대요!” 도윤의 말에 잠깐 멈칫하다 패널 앞으로 다가섰다. 누렇게 바랜 사진에는 공장 착공식과 광고 촬영장, 직원 체육대회 등이 담겨 있었다. 도윤이 짚은 1세대 그래놀라 포장은 형광 주황색 바탕에 굵은 궁서체가 박혀 있었다. 레트로 감성이라는 게 있다지만, 전체적으로 촌스러웠다. 패널 사이를 걸으며 차율은 사진 속 얼굴들을 하나씩 훑었다.지금은 임원이 된 사람들의 앳된 신입 시절이 곳곳에 섞여 있었다. 그러다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2002. 김천공장 준공식.’ 천막 아래 선 백근범 회장은 머리가 검었다. 어른들 앞에는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나란히 서 있었다. 여자아이는 분홍 원피스를 입고 머리를 동그랗게 틀어 올렸고, 오른쪽
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2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