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다는 걸 확인하려고 시작한 녹음은, 어느새 강이준을 찾는 일이 되어 있었다.윤서하는 침대에 누운 채 작은 녹음기를 가슴 가까이에 댔다.00:00:06.희미한 옷 스치는 소리 사이로 박동이 잡혔다.한 번.조금 뒤 또 한 번.서하는 화면의 숫자를 보다가 눈을 감았다. 퇴원한 뒤 집에서 자는 밤은 병실보다 조용했다. 기계음도, 새벽마다 문을 여는 간호사도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가슴 안쪽의 움직임이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처음에는 불안해서 녹음했다.잘 뛰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그다음부터는 잠들기 전에 한 번씩 듣는 습관이 됐다.문제는 어느 순간부터였다.박동을 들으면 이준이 떠올랐다.비 오는 날 젖은 카메라를 품에 안고 뛰던 모습, 흑백필름을 빛에 비춰보던 손, 사진 찍기 싫다는 서하에게 렌즈를 내리던 얼굴.서하는 눈을 떴다.“아니야.”녹음기를 가슴에서 떼었다.오민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이식된 심장이 기증자의 기억이나 성격을 전달하는 건 아닙니다.알고 있었다.지금 떠오른 장면은 심장이 보여준 게 아니라 자신이 기억한 것이다. 날짜를 맞춰보고, 기증자 가족의 편지를 읽고, 이준의 필름을 다시 손에 쥐었으니 머리가 그를 불러낸 것뿐이었다.그런데도 서하는 녹음을 끄지 못했다.00:01:24.숫자가 계속 늘어났다.그날 밤 파일 이름을 정하지 못해 날짜만 저장했다.다음 날 아침 일곱 시, 약통 알람이 울렸다.서하는 약을 삼키고 체온을 쟀다. 36.5도. 노트에 기록한 뒤 집 앞을 천천히 걸었다. 예전보다 훨씬 오래 걸을 수 있었고, 중간에 멈추는 횟수도 줄었다.몸은 회복하고 있었다.그 사실만큼은 누구에게 확인받을 필요가 없었다.점심 무렵 재훈에게서 메시지가 왔다.[필름은 아직 안 건드렸지?]서하는 서랍을 열었다.강이준 / 흑백 36컷.봉투는 그대로였다.[응.][잘했네.][근데 궁금해.]잠시 뒤 전화가 왔다.“뭐가.”“안에 뭐가 찍혔는지.”“그건 나도 궁금하지.”“현상해볼까?”재훈은 바로 답하
Last Updated : 2026-09-2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