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살아서 다행입니다.”윤서하는 종이를 접지 못한 채 한참 들여다봤다.문장은 하나뿐이었다. 이름도, 날짜도, 보내는 사람도 없었다. 흰 종이 아래까지 훑어도 더 적힌 것은 없었고, 봉투 겉면에는 자신의 이름만 반듯하게 쓰여 있었다.미경이 옆에서 손을 내밀었다.“누가 보낸 거래?”“몰라.”“병원에서 온 거 아니야?”“그럼 왜 이름을 안 써.”서하는 봉투를 뒤집었다. 우표도 소인도 없었다. 외부 우편이라면 남아 있어야 할 흔적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그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간호사한테 물어볼게.”미경이 봉투를 가져가려 하자 서하는 먼저 접어 베개 옆에 넣었다.“내가 할게.”그날 아침 일곱 시, 약통이 울렸다.짧은 진동이 두 번 이어졌고 서하는 거의 동시에 눈을 떴다. 전날 오민재가 맞춰둔 시간이었다. 약통 화면에는 07:00이 떠 있었고, 첫 칸의 불이 깜빡였다.서하는 물을 받아 알약을 하나씩 삼켰다.“벌써 익숙해졌네.”미경이 말하자 서하는 빈 컵을 내려놓았다.“익숙한 게 아니라 안 먹으면 안 되니까.”약을 먹은 시간을 수첩에 적은 뒤 체온도 기록했다. 정상. 밤새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재활치료실까지는 휠체어로 이동했지만 돌아올 때는 절반을 걸었다.어제 여섯 걸음.오늘은 열한 걸음.숨이 찼고 다리는 후들거렸으나 쓰러지지 않았다.치료사가 의자를 내밀자 서하는 앉으며 웃었다.“일곱 걸음만 하려고 했는데.”“욕심내면 내일 못 합니다.”“내일도 해야 하네요.”“그다음 날도요.”살아 있다는 건 반복되는 일이었다.약을 먹고, 걸음을 세고, 체온을 재고, 상처를 확인했다. 어제 한 일을 오늘 다시 해야 했고 오늘 한 일을 내일도 해야 했다.그런데 몸이 하루치씩 앞으로 나가는 동안 이준에 관한 시간은 사흘째 같은 자리에 멈춰 있었다. 하린에게 보낸 메시지는 여전히 읽히지 않았고, 경찰도 사고의 세부 내용은 알려주지 않았다.서하는 휴대폰을 켰다가 곧 껐다.오늘만큼은 먼저 자기 몸이 하는 말을 듣기로 했다.가슴에
Last Updated : 2026-09-2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