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서 사과할게.]정하린에게서 온 문장을 윤서하는 밤새 지우지 못했다.사과.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적혀 있지 않았다. 강이준과 사귄 일인지, 약혼 기사를 낸 일인지, 삼 년 동안 아무 설명도 하지 않은 일인지.서하는 답장을 쓰지 않은 채 먼저 노트북을 열었다.마지막 사진의 원본 정보를 다시 불러왔다.촬영 시각 오전 4시 18분.파일 생성 오전 4시 18분.수정 기록 없음.공유 폴더 업로드 오전 5시 03분.헤어지던 날 새벽까지 이준은 자신을 찍고 있었다.이 사실 하나만큼은 더 이상 기억의 문제가 아니었다.서하는 사진 파일과 삼 년 전 병원 결제 문자, 이준이 보낸 [저녁에 보자] 메시지를 시간순으로 늘어놓았다.새벽 네 시 십팔 분, 병원 뒤 버스정류장.새벽 다섯 시 삼 분, 사진 업로드.오후 두 시 십일 분, 이준과 하린의 약혼설 기사.저녁, 이별.순서가 맞지 않았다.아니, 자신이 알고 있던 이야기와 맞지 않았다.기사에 실린 사진도 다시 열었다. 하린은 이준의 팔을 잡고 있었고, 약지에는 반지가 보였다. 서하는 사진의 게시 시각과 캡션까지 캡처해 옆에 붙였다.‘결혼을 전제로 교제 중.’그 문장을 삼 년 전에는 사실로 받아들였다. 이준도 부정하지 않았으니까.그런데 같은 날 새벽의 원본 파일은 또 다른 사실을 들이밀고 있었다.그는 약혼설이 터지기 몇 시간 전까지 서하를 찍었다.둘 중 하나가 거짓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문제는 둘 다 사실일 수 있다는 점이었다.그게 더 이해되지 않았다.아침 일곱 시 약통이 울렸다.서하는 약을 삼키고 체온을 잰 뒤에도 노트북 앞을 떠나지 못했다. 미경이 아침을 들고 들어왔다가 화면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밤새 그거 봤어?”“엄마, 그날 기억나?”“무슨 날.”“이준 씨랑 헤어진 날.”미경의 손이 식탁 위에서 멈췄다.“왜 갑자기.”“그날 새벽에 나 병원 갔었잖아.”“갔지.”“이준 씨도 왔어?”미경은 잠시 생각했다.“병원 안에서는 못 봤어.”“그럼 밖에서는?”“모
Last Updated : 2026-09-2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