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리본 아래 적힌 두 글자가 자꾸 눈에 남았다.'잘 가.'윤서하는 화면을 확대했다가 다시 줄였다. 게시물은 사진도 설명도 없이 그 문장 하나뿐이었고, 날짜는 자신이 수술받기 하루 전이었다.강이준이라고 적힌 곳은 없었다.그 사실이 오히려 더 불길했다.“우연이야.”입으로 말해놓고도 손가락은 하린의 이전 게시물을 훑고 있었다. 촬영장 사진, 공연 포스터, 지인들과 찍은 식사 자리. 이준과 함께 찍힌 사진은 삼 년 전 약혼 기사가 퍼졌던 시기 이후 거의 없었다.서하는 검색창에 ‘정하린 강이준’을 입력했다가 지웠다.확인하려는 순간마다 가슴 안쪽이 빨라졌다.한 번, 두 번.“또 세고 계시죠?”간호사가 약을 들고 들어오자 서하는 휴대폰을 뒤집었다.“뭘요?”“박동요.”들킨 사람처럼 손을 가슴에서 내렸다.간호사가 침대 높이를 조절한 뒤 약을 건넸다. 서하는 물과 함께 삼키고 잠시 눈을 감았다. 아침부터 몇 걸음 걷는 연습을 했고, 침대에서 일어나 앉는 것만으로도 등줄기에 땀이 났다. 몸은 어제보다 나아지고 있는데 생각은 같은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오늘은 복도 조금 더 걸어볼 거예요.”“몇 미터요?”“거리보다 안 쉬고 걷는 게 먼저예요.”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살아남은 몸에는 해야 할 일이 많았다.약을 먹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몇 걸음 더 걷고, 체온을 재고, 손을 씻었다. 그런데 그 모든 일을 끝낼 때마다 휴대폰 화면으로 돌아왔다.강이준은 살아 있는가.그 질문만 답이 없었다.오후가 되자 서하는 미경에게 하린의 게시물을 보여줬다.“이거 봤어?”미경은 화면을 한 번 보고 바로 시선을 돌렸다.“누구 계정인데?”“정하린.”이름을 듣는 순간 미경의 손이 멈췄다.“왜 그 여자 걸 보고 있어.”“게시 날짜가 내 수술 전날이야.”“그래서?”“‘잘 가’래.”미경이 물병 뚜껑을 닫았다.“사람 하나 죽으면 세상 모든 검은 리본이 그 사람 거야?”“엄마는 아니라고 확신해?”“나는 네가 지금 이런 걸 붙잡고
Last Updated : 2026-09-2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