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카메라부터 감쌌습니다.”윤서하는 편지의 마지막 문장을 다시 읽었다.아침부터 세 번째였다.약속 시간을 잘 지켰다는 말까지는 우연이라고 밀어낼 수 있었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 시간을 지키는 사람도 많았다.하지만 비가 오면 카메라부터 감쌌다는 문장은 달랐다.강이준에게 너무 익숙한 행동이었다.서하는 곧장 기억을 붙잡지 않았다. 떠오른다고 해서 사실은 아니었다. 요즘 자신은 이준과 닮은 조각만 나오면 먼저 그에게 가져다 붙이고 있었다.그녀는 두 번째 편지와 첫 번째 편지를 나란히 펼쳤다.‘그 아이.’‘약 드실 시간.’‘살아가는 시간.’문장마다 누군가를 오래 돌봐온 사람의 습관이 배어 있었다.강태경의 말투와는 확실히 달랐다.태경은 늘 필요한 말만 남겼다. 감정을 길게 설명하지 않았고, 이준을 ‘그 아이’라고 부른 적도 없었다.서하는 휴대폰을 들었다.“편지 하나만 물을게요.”태경은 잠시 후 답했다.“무슨 편지입니까.”“기증자 가족에게 받은 편지요.”전화기 너머가 잠잠해졌다.“혹시 당신이 썼어요?”“아닙니다.”대답은 바로 나왔다.서하는 펜을 들었다.“처음 것도요?”“제가 쓴 편지는 없습니다.”“그럼 가족 중 누군지는 알아요?”“그건 확인해드릴 수 없습니다.”“또 규정이에요?”“이번엔 정말 그 문제입니다. 기증자 가족의 익명성을 내가 깨면 안 됩니다.”서하는 노트에 한 줄을 적었다.‘태경 작성 아님.’그 아래에 다른 문장을 쓰려다 멈췄다.‘이준의 어머니?’물음표까지 적었다가 곧 지웠다.그걸 확정하는 순간 기증자가 이준이라는 결론까지 한꺼번에 건너뛰게 된다.아직은 아니었다.병실 밖 복도에서 이식코디네이터를 만났을 때도 같은 확인을 했다.“두 편지, 같은 사람이 쓴 건 맞죠?”“같은 가족 측 창구에서 들어왔습니다. 그 이상은 말씀드릴 수 없어요.”“남자예요, 여자예요?”코디네이터는 고개를 저었다.서하는 더 묻지 않았다.‘그 아이’라는 호칭이 자꾸 한 사람을 떠올리게 했지만, 그
Last Updated : 2026-09-2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