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화요일 아침 일곱 시, 서울역.부산행 KTX 좌석은 회사에서 한꺼번에 예매해 둔 것이었다. 5호차 9A, 9B. 창가가 지오, 통로 쪽이 해솔이었다.한결제과 본사 미팅. 본부장 지시로 잡힌 1박 2일 출장이었다.비상계단 일이 있고 나서 엿새. 해솔은 그 일이 없었던 사람처럼 굴었다. 업무 지시는 메신저로, 대답은 짧게, 눈은 거의 마주치지 않았다. 지오도 그렇게 했다.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열차가 출발하자마자 해솔은 태블릿을 켜고 미팅 자료만 넘겼다. 옆자리에 누가 앉았는지 모르는 사람처럼.지오는 창밖을 봤다. 회색 건물들이 뒤로 밀려났다.대전을 지날 무렵, 태블릿 넘기는 소리가 멈췄다.돌아보니 해솔이 눈을 감고 있었다. 태블릿은 무릎 위에 엎어져 있었다. 어젯밤 늦게까지 자료를 고친 모양이었다. 메신저 마지막 알림이 새벽 한 시였다.안경을 벗은 얼굴은 면접 때보다 훨씬 어려 보였다. 둥근 볼 때문에, 스물한 살 때 얼굴이 그대로 겹쳤다.지오는 다시 창밖을 봤다.잠시 뒤, 어깨가 무거워졌다.해솔의 머리였다.지오는 그대로 굳었다. 숨을 쉬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조금만 움직여도 해솔이 깰 것 같았다. 깨면, 이 거리가 끝날 것 같았다.코끝에 샴푸 냄새가 닿았다.익숙한 냄새였다. 7년 전 작업실, 밤새 시안을 붙잡다 지오 어깨에 기대 졸던 해솔에게서 나던 냄새와 아주 비슷했다. 같은 샴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알고 싶지 않았다.시선이 저절로 아래로 내려갔다. 해솔의 셔츠 깃.지난주 거기 있던 붉은 자국은 거의 사라져 있었다.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모를 만큼, 옅은 흔적만 남아 있었다.지오는 그걸 확인한 자기가 싫었다.신경 쓸 자격이 없는 일이었다. 자국이 있든 없든, 누가 남겼든.그런데 방금, 분명히 안도했다.지오는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소리 나지 않게, 아주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냄새 맡았죠.”지오의 숨이 멎었다.해솔의 목소리였다. 눈은 여전히 감겨 있었다. 머리도 그대로 지오의 어깨에 기대 있었다.
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1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