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한낮, 햇살이 우식의 집으로 송아지를 보러 간 사이 전원주택은 평소보다 조용했다. 빛나는 거실 창을 열어둔 채 식탁 위에 널린 물감과 붓을 정리하고 있었다. 창밖에서는 볕을 머금은 나뭇잎이 느릿하게 흔들렸고, 멀리 논에서는 물 대는 소리가 졸졸 이어졌다. 대문 앞에 차가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빛나는 손을 멈췄다. 잠시 뒤 현관문이 열리고 태만이 들어섰다. 검은 머리를 반듯하게 넘긴 채였지만 넥타이는 느슨하게 풀려 있었고, 얼굴에는 며칠 제대로 쉬지 못한 사람 같은 피로가 묻어 있었다. “왔어?” “응.” 빛나는 곧장 시계를 봤다. “햇살이 우식이네 갔어. 송아지 태어났다고 아침부터 신나서 갔는데, 데려올까? 당신 보면 좋아할 텐데.” 태만은 대답 대신 빛나의 손목을 가볍게 잡았다. “오늘은 그냥 두자.” “왜?” “우리 둘만 좀 있자.” 빛나가 그를 바라봤다. 짧은 말이었는데 괜히 가슴 한구석이 내려앉았다. 태만은 늘 바빴다. 만나도 햇살 이야기를 하고, 필요한 걸 챙기고, 돌아갈 시간을 먼저 확인했다. 둘만 바라보고 앉아 있었던 때가 언제였는지 이제는 잘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다. 빛나가 작게 웃었다. “산책할래?” “응.” 두 사람은 나란히 대문을 나섰다. 비가 그친 뒤라 흙길에서는 축축한 냄새가 올라왔다. 논둑 가장자리에는 작은 들꽃이 군데군데 피어 있었고, 밭에서 일하던 할머니가 빛나를 알아보고 손을 흔들었다. “빛나 씨, 신랑 왔는가?” 빛나는 순간 멈칫했지만 이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네. 잠깐 왔어요.” 태만은 아무 말 없이 옆에 서 있었다. 할머니가 멀어진 뒤 빛나가 작게 중얼거렸다. “다들 당신을 내 남편인 줄 알아.” 태만의 걸음이 느려졌다. “싫어?” 빛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길가에 핀 들꽃 하나를 발끝으로 피해 걸었다. “싫었으면 여기까지 안 왔겠지.” 태만의 손이 천천히 내려와 빛나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얽혔다. 둘은 그렇게 한동안 아무 말 없이
ปรับปรุงล่าสุด : 2026-10-18 อ่านเพิ่มเติ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