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혁은 세아의 손 아래에서 자기 손을 빼냈다.천천히. 뿌리치지는 않았다. 그러나 다시 얹을 수 없도록, 손을 테이블 아래로 내렸다."제안서는 TF로 정식으로 넣어. 다른 제안이랑 똑같이 검토할 거야.""오빠.""그게 절차야."세아의 얼굴에서 웃음이 아주 잠깐 빠져나갔다가 돌아왔다. 돌아온 웃음은 조금 딱딱했다."알았어. 절차대로 할게. 근데 오빠가 책임자니까, 오빠 마음이 제일 중요하잖아."도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세아의 손목을 보았다. 하얀 손목. 거기서 올라오는 향."향이 달라졌네."세아가 멈칫했다."……어?""저번이랑 달라. 돌 냄새가 없어졌어. 대신 쇠 냄새가 나.""아, 이거."세아가 손목을 무릎 위로 내렸다. 웃음이 다시 부드러워졌다. 준비된 웃음이었다."원래 병을 거의 다 써서, 같은 공방에 연락해서 새로 받았어. 할머니가 다시 만들어 주셨는데, 손으로 하는 거라 매번 조금씩 다르대. 그게 핸드메이드의 매력이잖아."같은 공방. 할머니. 다시 만들어 주셨다.도혁은 그 말들을 하나씩 들었다. 그리고 책상 서랍 속 메모를 떠올렸다. 빈 구시가지, 개인 공방 1곳, 업주 3년 전 은퇴, 폐업.세 번째였다.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문 닫은 공방에서 새로 받은 향."그렇구나."그는 그렇게만 말하고 일어났다."피곤해서 먼저 갈게. 제안서는 TF로 넣어."세아는 그를 붙잡지 않았다. 라운지 창에 비친 그의 뒷모습을 보며 휴대폰을 꺼냈다. 수진에게 문자를 보냈다.「시제품 냄새 이상해. 한 시간 지나면 쇠 냄새 나. 오빠가 알아챘어. 당장 조향사한테 고치라고 해.」* * *다음 날 아침, 서린은 작업실 원료장 앞에 서 있었다."셋째 칸, 갈색 병이요."지현이 선반에서 작은 갈색 유리병을 꺼냈다. 라벨에 서린의 글씨가 적혀 있었다. 「머스크 T-7」.가짜 노트 속 그 원료였다. 노트에는 이렇게 적어 두었다. 「머스크 T-7 — 자체 배합 원료. 원료장 셋째 칸 갈색 병.」 시판되는 이름이 아니었으니, 노트대로
Last Updated : 2026-10-1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