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요."산소 앞에서 도혁은 그것 하나만 더 물었다. 서린은 받침돌 위 작은 병의 뚜껑을 닫으며 대답했다."그건 제가 말씀드릴 게 아니에요.""그럼 누가."서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병을 비석 발치에 그대로 두고 일어났다. 산 아래로 내려가는 길에서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도혁은 따라가지 않았다. 따라가면 그녀가 한 대답까지 도로 가져갈 것 같았다.그날 저녁 본가 제사에서 그는 절을 두 번 했다. 제사상 끝에는 들기름 두부가 올라 있었다. 회장이 시킨 것이었다. 아무도 그 접시에 손을 대지 않았다.* * *1월 마지막 주 월요일, 승아가 아침 여덟 시에 전화를 걸었다."야, 났다."서린은 옥탑방 창가에서 머리를 묶고 있었다. 한 손으로 머리끈을 입에 문 채 전화를 받았다."뭐가.""기소. 유세아, 민수진 둘 다.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영업비밀 침해. 명예훼손은 따로 병합 검토 중이고. 방금 기사 떴어."서린은 머리끈을 손으로 옮겨 머리를 마저 묶었다. 그리고 창밖을 보았다. 빵집 환풍구에서 첫 반죽 냄새가 올라오고 있었다."……그렇구나.""그렇구나? 야, 이거 검찰이 네 손 들어 준 거야. 기소율 생각하면 엄청 빠른 거라고. 수진이 넘긴 게 결정적이었어. 문자, 송금, CCTV 원본. 세아 쪽 변호사가 매니저 단독 범행이라고 끝까지 우겼는데, 지시 문자에 세아 말투가 그대로 있더래.""하람 씨는?"승아가 잠깐 말을 멈췄다. 그러다 목소리를 낮췄다."공소장에 이름은 있어. 그런데 피고인이 아니라 사건 경위 쪽에. 네 탄원서, 그리고 걔가 먼저 자수한 거, 협박 정황. 검사가 따로 처분하겠대. 좋은 쪽으로 갈 것 같아. 아직 확정은 아니고."서린은 잠깐 눈을 감았다. 창틀을 잡은 손에 힘이 조금 빠졌다."고마워, 변호사님.""……야, 갑자기 존칭 쓰지 마. 소름 돋아."승아가 전화 너머에서 무언가를 후루룩 마셨다. 아침 커피인 모양이었다."첫 공판은 3월쯤 잡힐 거야. 그때까지 세아는 출국금지 그대로고. 너는 증인으로
Zuletzt aktualisiert : 2026-10-15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