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아의 사무실 회의 탁자 위에 종이 열한 장이 나란히 놓였다.「영업비밀 원본증명서」. 맨 위에 적힌 제목은 전부 같았다. 다른 건 아래쪽의 번호와 날짜뿐이었다. 서린이 2년 반 동안 한 장씩 모은 종이였다. 7번이라는 이름도 없는 향이 버전을 바꿀 때마다, 펜트하우스 부엌 식탁에서 전자지문을 뽑아 올린 기록."이게 다야?"승아가 물었다. 서린은 3년 전 어느 현관에서 들은 말을 떠올렸다. 같은 말인데 전혀 다르게 들렸다."응. 이게 다야.""충분하네."문이 열리고 지현과 하람이 들어왔다. 하람은 여전히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사흘 만에 얼굴이 반쪽이 되어 있었다. 지현이 하람의 등을 가볍게 밀어 의자에 앉혔다."하람 씨, 부탁할 게 있어요."서린이 종이 열한 장을 하람 앞으로 밀었다."이거 표로 정리해 줄래요? 버전 번호, 등록 번호, 등록 날짜, 그 버전에서 바뀐 원료. 바뀐 원료는 제가 불러 줄게요."하람이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손끝이 망설였다."……제가 해도 돼요? 저, 이거랑 관련된 사람인데.""그래서 하람 씨가 해요. 누구보다 이 향을 잘 아니까."하람은 한참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마스크를 턱 밑으로 내리고 노트북을 열었다.* * *한 시간 동안 사무실에는 두 사람의 목소리만 오갔다."1번 버전.""등록 번호 앞자리 2, 날짜는 2년 전 3월 14일이요. 어, 2번부터 5번까지도 전부 같은 날이에요. 번호만 이어지고요.""그날 한꺼번에 했어요. 그 전에는 노트에만 적어 뒀어요. 1번은 바뀐 원료 없음. 뼈대만 있었어요. 젖은 돌, 삼나무 기름, 머스크."하람이 받아 적었다. 키보드 소리가 빠르고 고르게 났다.서린은 첫 번째 종이를 손끝으로 눌렀다. 결혼하고 맞은 첫봄이었다. 아무도 오지 않는 저녁 식탁 앞에서, 그때까지 노트에만 있던 다섯 버전을 한꺼번에 올렸다. 그런데 이 향이 처음 시작된 건 그보다 훨씬 전, 3년 전 9월이었다. 성수동 작업실 2층, 지금은 하람이 앉는 창가 자리에서였다. 그때
Zuletzt aktualisiert : 2026-10-15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