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서류는 내가 먼저 냈다

이혼 서류는 내가 먼저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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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oUpdated just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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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며느리 3년 차, 한서린의 정체는 얼굴 없는 천재 조향사 'N'. 결혼 3주년 밤, 남편의 코트에서 자신의 향을 맡은 그녀는 미련 없이 이혼 서류를 내밀고 떠난다. 뒤늦게 아내의 빈자리를 실감하기 시작한 남편과, 비로소 자신으로 살아가려는 서린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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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1화. 식어 버린 3주년

스테이크는 여덟 시에 구웠다.

미디엄 레어. 차도혁이 좋아하는 굽기였다. 3년 동안 그가 한 번도 말해 준 적은 없었지만 한서린은 알았다. 접시에 남기는 고기의 가장자리를 보고, 소스를 찍는 횟수를 세어 가며 알아냈다.

아홉 시가 되자 고기가 식었다.

열 시에는 초가 절반으로 줄었다.

서린은 식탁 위 작은 상자를 손끝으로 만지작거렸다. 은색 리본을 두른 30밀리리터짜리 유리병이었다. 이름은 「첫눈」.

석 달이 걸린 향이었다. 3년 전 도혁이 처음 이 집 현관에 들어서던 날, 그의 코트 자락에 묻어 있던 겨울 공기를 기억해 두었다가 만들었다. 베르가모트로 차갑게 시작해 젖은 삼나무를 지나고, 마지막에는 아주 옅은 살냄새 같은 머스크가 남는다.

조향사 N.

업계에서는 얼굴 없는 천재라고 불렀다. 파리의 향수 회사들이 10년째 정체를 찾고 있는 이름이었다. 그 N이 재벌가 며느리가 되어 3년째 부엌에서 스테이크를 굽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몰랐다.

남편조차.

휴대폰이 짧게 울렸다.

「[단독] 태강그룹 차도혁 전무, 인천공항서 포착… 동행 여성은 첼리스트 유세아」

사진 속 도혁은 웃고 있었다. 서린이 3년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얼굴이었다. 그의 팔에 하얀 코트를 입은 여자가 가볍게 손을 얹고 있었다.

유세아. 도혁의 첫사랑. 5년 전 빈으로 유학을 떠났다던 여자.

서린은 화면을 오래 들여다보지 않았다. 대신 일어나 부엌 서랍을 열었다. 수저통 아래 한 달 전에 넣어 둔 서류 봉투가 그대로 있었다.

이혼 합의서.

그녀의 도장은 이미 찍혀 있었다.

"……생각보다 괜찮네."

소리 내어 말해 보니 정말 괜찮았다. 가슴이 아플 줄 알았다. 적어도 조금은 무너질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벼웠다. 오래 신은 구두를 벗은 발처럼, 욱신거리면서도 시원했다.

다시 휴대폰이 울렸다. 이번에는 전화였다. 화면에 「어머님」이 떠 있었다.

"네, 어머님."

"기사 봤니?"

인사도 없었다. 시어머니 윤정숙은 늘 그랬다.

"네, 봤습니다."

"그럼 알아서 처신해. 세아가 돌아왔으니 이제 너도 네 자리가 어딘지 알 거 아니니. 괜히 도혁이한테 전화해서 캐묻고 그러지 말고."

"오늘이 결혼 3주년인데요."

말하고 나서야 서린은 자기가 그 말을 했다는 걸 알았다. 3년 동안 한 번도 하지 않은 종류의 말이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짧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기념일? 얘, 빚 대신 들어온 결혼에 무슨 기념일이야. 네 아버지가 우리 회장님한테 무릎 꿇던 날 기념하게?"

서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식은 스테이크 위로 촛농이 한 방울 떨어졌다.

"네, 어머님.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래, 그게 네 장점이지. 눈치 빠른 거."

전화가 끊겼다.

서린은 촛불을 불어 껐다. 가느다란 연기가 천장으로 올라갔다. 탄 심지 냄새, 식은 버터 냄새, 로즈마리 냄새. 코는 언제나 마음보다 정확했다. 이 집에서 나는 냄새는 3년 내내 똑같았다. 아무도 살지 않는 모델하우스 같은 냄새.

그녀는 접시를 치우지 않았다. 그냥 두기로 했다. 오늘만큼은 이 식탁을 그가 봐야 했다.

* * *

도어락이 열린 것은 새벽 1시 17분이었다.

거실 불을 켜지 않은 채 소파에 앉아 있던 서린은 고개를 들었다. 복도 불빛 속에 도혁이 서 있었다. 넥타이는 풀려 있었고 코트는 팔에 걸려 있었다.

서린은 그 모습을 잠깐 보았다. 3년 동안 새벽마다 본 모습이었다. 넥타이가 풀린 정도로 그날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알았고, 코트를 든 팔의 높이로 기분을 알았다. 오늘은 둘 다 읽히지 않았다.

"안 자고 뭐 해."

"기다렸어요."

도혁의 시선이 식탁으로 향했다. 꺼진 초, 식은 스테이크, 두 개의 와인잔. 그리고 은색 리본 상자.

잠깐 침묵이 흘렀다.

"……오늘이었나."

"3주년이요."

"바빴어."

그게 전부였다. 미안하다는 말도, 변명도 없었다. 서린은 놀라지 않았다. 3년 동안 차도혁이라는 남자에게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바빴어'였으니까.

결혼하고 첫 겨울, 서린은 감기로 사흘을 앓았다. 그는 그 사흘 동안 한 번 들어왔다. 방 앞을 지나가며 약은 먹었냐고 물었다. 서린은 먹었다고 대답했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래도 서린은 그 한마디를 오래 기억했다. 그가 먼저 물어본 말이 그것뿐이었으니까.

그녀는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습관처럼 코트를 받으려고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 순간 멈췄다.

냄새였다.

코트에서 향이 났다. 흰 목련. 비에 젖은 돌. 그리고 끝에 아주 희미하게 남는 무화과 잎.

서린의 손끝이 굳었다.

이 향을 모를 수가 없었다. 세상에 이 향을 아는 사람은 한 명뿐이어야 했다. 작업실 금고 안 노트, 일곱 번째 장에만 적혀 있는 배합. 아직 이름도 붙이지 못한, 한 번도 병에 담아 밖으로 내보낸 적 없는 향.

그 향이 남편의 코트에서, 다른 여자의 체온과 함께 나고 있었다.

서린은 숨을 한 번 더 들이쉬었다. 틀리기를 바랐다. 코는 틀린 적이 없었다. 목련 아래로 낯선 파우더 냄새가 섞여 있었다. 한 번 스친 정도가 아니었다. 오래, 가까이 있어야 옷감에 이만큼 남았다.

"왜."

도혁이 낮게 물었다. 서린이 코트를 쥔 채 움직이지 않자 미간을 좁혔다.

"……아니에요."

서린은 코트를 옷걸이에 걸었다. 손이 떨리지 않도록 천천히. 그리고 식탁으로 돌아가 서랍에서 꺼내 둔 봉투를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사인해 주세요."

도혁은 봉투를 열었다. 첫 장의 제목을 보고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게 뭐지."

"보시는 대로요."

그가 웃었다. 소리 없이, 입꼬리만 비틀어 올리는 웃음이었다.

"기사 때문에? 한서린, 네가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는데. 그래서 원하는 게 뭐야. 위자료? 얼마면 돼."

"3조 보세요."

도혁의 시선이 서류로 내려갔다.

「제3조. 한서린은 차도혁에 대한 재산분할 및 위자료 청구권 일체를 포기한다.」

그의 표정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아주 짧게, 계산이 어긋난 사람의 얼굴이 스쳤다.

"한 푼도 안 받아요. 제가 가져온 건 옷 가방 두 개였으니까, 나갈 때도 그거면 돼요."

"……무슨 꿍꿍이야."

"꿍꿍이 없어요. 유세아 씨 돌아왔잖아요. 전무님 옆자리, 비워 드리려고요."

"그 사람 얘기 꺼내지 마."

"그럼 제 얘기 할게요."

서린은 그의 눈을 똑바로 보았다. 3년 만이었다. 이 남자의 눈을 피하지 않고 본 것이.

"저, 이제 그만할래요."

거실이 조용해졌다. 냉장고 모터 소리만 낮게 울렸다.

3년 동안 서린이 가장 많이 들은 소리였다. 그가 들어오지 않는 밤마다 이 넓은 거실을 채운 건 그 소리뿐이었다. 오늘은 그 소리가 조금 멀게 들렸다.

"할아버지가 허락 안 하셔."

"회장님께는 제가 말씀드렸어요. 한 달 전에."

도혁의 턱에 힘이 들어가는 게 보였다. 그가 모르는 일이었다. 이 집에서 그가 모르는 일이 일어났다는 것, 그것도 한서린이 벌인 일이라는 것을 그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잠시 뒤 그는 서류를 봉투째 식탁 위로 던졌다. 종이가 식은 스테이크 접시에 부딪혀 미끄러졌다.

봉투 모서리에 굳은 소스가 묻었다. 서린은 그 얼룩을 보았다. 여덟 시에 구운 고기였다. 그는 끝내 그 고기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

"마음대로 해. 어차피 너, 나가 봐야 갈 데도 없잖아."

그는 서재로 걸어갔다. 문이 닫혔다. 닫히는 소리조차 크지 않았다. 차도혁은 화가 나도 문을 세게 닫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냥 닫았다. 3년 동안 서린에게 늘 그랬던 것처럼.

* * *

서린은 한참을 식탁 앞에 서 있었다.

그러다 은색 리본을 풀었다. 「첫눈」의 뚜껑을 열고, 식은 스테이크 위 허공에 한 번 뿌렸다.

차가운 베르가모트가 먼저 퍼졌다. 이어서 젖은 삼나무. 3년 전 그날 현관의 공기였다. 그녀가 처음 이 남자를 좋아하게 된 순간의 냄새였다.

서린은 그 냄새 속에 잠깐 서 있었다. 3년 전 겨울, 옷 가방 두 개를 들고 이 거실에 먼저 들어와 있던 자신이 떠올랐다. 문을 열고 들어온 그가 처음 한 말은 "그게 다야?"였다. 그녀는 그 말보다 그의 코트 자락에서 들어오던 차가운 공기를 더 오래 기억했다.

"잘 가요, 첫눈."

그녀는 병을 닫았다.

그리고 휴대폰을 열어 저장해 둔 번호를 눌렀다. 3년 동안 한 번도 걸지 않은 번호였다. 신호가 두 번 가고, 잠에서 덜 깬 목소리가 들렸다.

"……서린 씨? 이 시간에 웬일이에요."

"실장님, 작업실 금고 비밀번호 바꾼 적 있어요?"

"네? 아뇨, 없는데요. 왜요?"

서린은 옷걸이에 걸린 남편의 코트를 바라보았다. 흰 목련과 젖은 돌의 향이 아직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누가 제 7번을 훔쳐 갔어요."

* * *

다음 날 아침, 차도혁은 늦게 일어났다.

집은 조용했다. 늘 조용한 집이었지만 그날은 달랐다. 부엌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커피 내리는 소리도, 도마 위 칼 소리도.

식탁은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스테이크도, 초도, 와인잔도 없었다.

서재 책상 위에만 세 가지가 놓여 있었다.

사인란이 비어 있는 이혼 합의서. 결혼반지 하나. 그리고 은색 리본이 풀린 작은 유리병.

그 옆에 메모가 한 장 있었다.

「사인해서 변호사 사무실로 보내 주세요. 3년 동안 고마웠어요.」

도혁은 반지를 보지 않았다. 대신 병을 집어 들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냥 손이 먼저 갔다.

뚜껑을 열고 손목에 한 번 뿌렸다.

차가운 공기가 올라왔다. 겨울 현관. 코트 자락. 3년 전 어느 날, 문을 열었을 때 거실 한가운데 서 있던 스물여섯 살의 여자.

그의 손이 멈췄다.

그날 차도혁은 처음으로 아내의 향을 맡았다.

그리고 아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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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금고
성수동의 새벽은 기름 냄새로 시작했다.골목 초입의 오래된 인쇄소에서 잉크와 기계유 냄새가 흘러나왔고, 그 옆 빵집 환풍구에서는 버터가 녹는 냄새가 났다. 서린은 캐리어 두 개를 끌고 그 사이를 천천히 걸었다. 바퀴가 보도블록 틈에 걸릴 때마다 덜컥 소리가 났다.3년 만에 걷는 길이었다.빨간 벽돌 건물 2층, 간판도 없는 철문 옆에 손바닥만 한 황동 명패가 붙어 있었다.「무향(無香)」향을 만드는 곳의 이름이 '향이 없음'이라는 게 우습다고, 처음 이 이름을 지었을 때 실장은 한참 웃었다. 서린은 그때 이렇게 대답했었다. 모든 향은 아무 냄새도 없는 데서 시작한다고.철문을 열자 불이 이미 켜져 있었다."서린 씨!"작업대 뒤에서 문지현이 튀어나왔다. 마흔다섯, 짧은 커트 머리에 돋보기안경을 이마에 올린 여자였다. 서린이 스무 살 때 조향 학원에서 처음 만난 선생이었고, 지금은 N의 유일한 손발이었다."잠은 잤어요?""실장님이야말로요. 세 시간 전에 전화 드렸는데.""그 전화 받고 잠이 와요? 누가 7번을 훔쳤다는데."지현은 서린의 손에서 캐리어를 빼앗듯 받아 들다가 멈칫했다. 캐리어 두 개. 그리고 서린의 맨 손가락."……반지는요?""두고 왔어요.""그럼 진짜로—""네. 진짜로요."지현은 더 묻지 않았다. 대신 서린의 어깨를 두 번 두드렸다. 그 손이 조금 떨렸다는 걸 서린은 모른 척했다.* * *금고는 작업실 안쪽, 원료장 뒤에 숨어 있었다.어른 허리 높이의 회색 철제 금고. 비밀번호는 여덟 자리였고, 그 번호를 아는 사람은 둘뿐이었다. 서린과 지현.서린이 번호를 눌렀다. 삑,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안에는 가죽 표지의 노트 열두 권이 나란히 꽂혀 있었다. N이 10년 동안 만든 모든 향의 배합이었다. 파리의 회사들이 수십억을 부르며 찾아 헤매는 것이 전부 이 좁은 철 상자 안에 있었다.서린은 일곱 번째 노트를 꺼냈다.표지를 넘기고, 종이를 한 장씩 넘겼다. 손가락 끝으로 모서리를 쓸어 보고, 제본 실이 끊긴 곳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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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빈자리
첫째 날, 차도혁은 아무렇지 않았다.회의는 아홉 시에 시작해 열한 시에 끝났다. 점심은 거래처와 먹었고 오후에는 계열사 보고를 두 건 받았다. 저녁에는 세아의 귀국 환영 모임에 잠깐 얼굴을 비쳤다.청담동 갤러리를 통째로 빌린 자리였다. 세아의 음대 동기들과 공연 기획사 사람들, 몇몇 재벌가 2세들이 샴페인 잔을 들고 서 있었다. 세아는 무대 대신 사람들 사이를 돌며 웃었다. 도혁이 들어서자 그녀가 가장 먼저 알아보고 손을 흔들었다."오빠, 왔네! 안 올 줄 알았는데.""잠깐 들렀어.""잠깐이라도 고마워. 어제 공항에서도 고마웠고."세아가 그의 팔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공항에서 찍힌 사진과 같은 자세였다. 누군가 휴대폰을 드는 게 보였다. 도혁은 팔을 빼지 않았다. 빼야 할 이유를 떠올리지 못했다."근데 사모님은? 같이 오시지."세아가 물었다. 옆에 있던 기획사 대표도 거들었다."그러게요, 전무님. 사모님 얼굴 한 번 뵙고 싶었는데. 결혼식 때도 멀리서만 봤거든요.""바빠서요."그는 그렇게 대답했다. 3년 동안 그가 아내 대신 가장 많이 한 대답이었다.세아가 작게 웃었다. 무언가 알겠다는 듯한 웃음이었다. 그리고 다른 손님에게 불려 가며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다행이다. 사실 나, 그분 얼굴 보면 좀 미안할 것 같았거든."무엇이 미안하다는 건지 도혁은 묻지 않았다. 샴페인을 반 잔쯤 마시고 그는 먼저 자리를 떴다. 갤러리 문을 나서는데 등 뒤에서 누군가 말하는 게 들렸다. 역시 둘이 다시 만나는 거 아니야? 사모님은 원래 빚 때문에 들어온 사람이라며.그는 돌아보지 않았다.집에 돌아온 것은 밤 열한 시였다. 불 꺼진 거실. 그는 불을 켜지 않고 서재로 들어갔다. 책상 위에는 아침에 본 그대로 이혼 합의서와 반지와 작은 유리병이 놓여 있었다.그는 서류를 서랍에 넣었다. 반지도 넣었다. 병은 넣지 않았다. 이유는 스스로도 몰랐다.둘째 날, 도혁은 조금 불편했다.아침에 드레스룸 문을 열었는데 셔츠가 어디 있는지 몰랐다. 흰 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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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빚은 아빠 거예요
작업실 건물 옥상에는 방이 하나 있었다.원래는 건물주가 창고로 쓰던 곳이었다. 서린이 결혼 전 작업실을 얻으면서 같이 빌려, 밤샘 작업을 하는 날이면 쪽잠을 자던 방이었다. 침대 하나, 책상 하나, 창문 하나. 3년 동안 비어 있던 방에서는 먼지와 마른 나무 냄새가 났다.서린은 거기서 사흘을 잤다.잠은 잘 왔다. 이상할 만큼 잘 왔다. 펜트하우스의 넓은 침대에서는 새벽 한 시, 두 시까지 도어락 소리를 기다리느라 눈을 감지 못했는데, 이 좁은 방에서는 기다릴 사람이 없었다.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밤이 이렇게 가벼운 줄 그녀는 몰랐다.첫날 아침 열 시 정각, 구하람이 출근했다."안녕하세요! 어, 서린 씨? 웬일이세요, 평일 아침에?"스물넷의 하람은 늘 밝았다. 조향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지현의 추천으로 들어온 아이였다. 동그란 안경에 운동화 끈을 늘 두 번 묶는 아이. 1년 동안 서린은 하람이 지각하는 걸 한 번도 보지 못했다."잠깐 들렀어요. 원료 좀 볼 게 있어서.""아, 그럼 커피 타 드릴까요? 실장님은 아메리카노 맞으시죠?"하람이 제 책상으로 가서 엎어 둔 머그컵을 뒤집었다. 컵 옆의 시향지 몇 장을 아무렇지 않게 쓸어 서랍에 넣었다. 서린은 그 손을 보았다. 서두르지도, 머뭇거리지도 않는 손이었다. 버릇처럼 치우는 손.지현이 작업대 너머에서 서린을 보았다. 얼굴이 굳어 있었다. 서린은 아주 작게 고개를 저었다."하람 씨.""네?""요즘 개인 작업은 뭐 해요? 실장님이 하람 씨 코가 좋아졌다고 하던데."하람의 손이 한순간 멈췄다. 정말 한순간이었다. 커피 가루를 뜨던 숟가락이 공중에서 반 박자 머물렀다가 다시 움직였다."에이, 아니에요. 그냥 서린 씨 예전 향 따라 해 보는 연습이요. 한참 멀었어요.""어떤 향?""음, 3번이요. 무화과 들어간 거."3번에는 무화과가 들어가지 않았다. 무화과가 들어간 것은 7번뿐이었다."그렇구나. 열심히 해요."서린은 웃으며 원료장으로 돌아섰다. 등 뒤에서 하람이 커피를 젓는 소리가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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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도어락 기록
"직접 와서 말하라고?"승아가 화면을 노려보며 되물었다. 서린은 메일을 한 번 더 읽었다. 두 줄. 차도혁다운 문장이었다. 필요한 말만 하고, 상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만 정해 준다."안 가.""당연히 안 가지. 가면 뭐, 그 사람이 '돌아와' 한마디 하고 끝낼 텐데. 그 사람 속셈은 뻔해. 네가 직접 오면 이기는 거고, 안 오면 이혼 안 해 주는 거고.""그럼 협의 말고 다른 길로 가."승아가 서린을 보았다."소송?""응.""서린아, 재판이혼은 사유가 있어야 돼. 바람, 폭력, 유기, 그런 거. 차도혁이 너 때렸어?""아니.""바람은? 유세아랑 뭐 증거 있어?""없어. 공항 기사 하나. 그걸로는 안 되겠지.""안 되지. 첫사랑이랑 공항에서 웃었다는 걸로 외도 인정해 주는 판사는 없어."서린은 가방에서 수첩 한 권을 꺼냈다. 손바닥만 한 검정 수첩이었다. 모서리가 닳아 있었다."이건 돼?"승아가 수첩을 받아 펼쳤다. 첫 장에 날짜가 적혀 있었다. 3년 전 9월. 그 아래로 날짜와 시각이 한 줄씩 빼곡하게 이어졌다.「9. 24. 01:40」「9. 25. 귀가 안 함」「9. 26. 02:15」「9. 27. 23:50」한 장, 두 장, 열 장. 승아의 손이 점점 빨라졌다. 수첩은 거의 끝까지 차 있었다. 마지막 줄은 사흘 전이었다. 3주년 다음 날 새벽.「9. 24. 01:17」"……이게 뭐야.""그 사람 귀가 시각."서린의 목소리는 평평했다."처음엔 그냥 기다리느라 적었어. 몇 시에 오는지 알면 덜 기다려도 될까 싶어서. 근데 알아도 덜 기다려지진 않더라. 그래도 계속 적었어. 습관이 돼서."승아는 대답하지 못했다."도어락 앱 기록도 있어. 내 명의로 등록된 거라 내가 뽑을 수 있어. 3년치. 수첩이랑 맞춰 보면 하루도 안 틀릴 거야."승아가 수첩 뒷장을 넘겼다. 마지막 페이지에 서린이 따로 정리해 둔 숫자가 있었다.「3년. 1,095일.자정 전 귀가 41일.귀가 안 함 212일.같이 저녁 먹은 날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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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원본증명
"서린 씨, 이거 봤어요?"아침 여덟 시, 지현이 옥탑방 문을 두드리지도 않고 열었다. 한 손에 휴대폰, 다른 손에 반쯤 먹은 크루아상을 들고 있었다. 서린은 창가 책상에 앉아 이미 그 화면을 보고 있었다.하얀 손목. 와인잔.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향과 함께.」"봤어요.""그럼 이것도 봤어요?"지현이 휴대폰을 내밀었다. 향수 애호가들이 모이는 온라인 카페였다. 회원이 30만 명쯤 되는 곳이었고, N의 새 향이 나올 때마다 가장 먼저 시향기가 올라오는 곳이기도 했다.게시판 맨 위에 글 하나가 올라와 있었다. 조회수가 벌써 2만을 넘었다.「[잡담] 유세아 향수, N 아닌가요?」「며칠 전 청담 갤러리 행사에 지인 따라 갔다가 유세아 님 옆을 지나갔는데요. 향이 너무 좋아서 한참 따라다녔어요(변태 아님). 목련으로 시작하는데 중간에 비 온 뒤 돌바닥 같은 냄새가 확 올라와요. 이거 N 향수 잔향 구조랑 너무 똑같지 않나요? N 3번 「우중(雨中)」 쓰시는 분들 아실 텐데, 그 젖은 돌 냄새요. 근데 N 라인업에 목련은 없잖아요. 신작인가?」댓글이 400개를 넘어 있었다.「저도 맡았어요. 이건 N 맞음. 젖은 돌은 N만 저렇게 써요.」「빈에서 산 거라는데? 인스타에 빈이라고 했던데.」「N이 오스트리아 사람이라는 소문 있잖아요.」「유세아가 N 아니야? ㅋㅋㅋ 첼리스트 겸 조향사?」「헐 그럼 소름. 얼굴 없는 천재가 알고 보니 첼리스트」서린은 마지막 댓글에서 스크롤을 멈췄다."……재밌네요.""재밌어요? 지금 재밌다고 했어요?"지현이 크루아상을 책상에 내려놓았다. 부스러기가 사방으로 튀었다."서린 씨, 이거 지금 터뜨려야 돼요. 이러다 진짜로 유세아가 N 소리 듣게 생겼어요. 사람들이 벌써 그 여자가 N이라고 하잖아요. 우리가 지금 N 공식 계정으로 한 줄만 올리면 돼요. 저 향은 N의 미공개작이고 도난당했다고.""그러면요?""그러면, 그러면 사람들이—""사람들이 유세아 씨한테 물어보겠죠. 그럼 유세아 씨는 이렇게 대답할 거예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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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가계부
서린은 그 메일에 바로 답하지 않았다.10년 동안 답장하지 않은 이름이었다. 하룻밤 사이에 답장을 쓸 이유는 없었다. 그녀는 컴퓨터를 끄고 옥탑방으로 올라가 잤다. 잠은 잘 오지 않았다. 새벽 세 시쯤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찬 공기가 들어왔다. 멀리서 첫 지하철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그녀는 휴대폰으로 메일 앱을 열었다. 그리고 한 줄만 썼다.「빈 구시가지에, 이름 없는 향을 한 병씩 파는 노인의 공방이 있습니까?」보내기를 누르고 휴대폰을 엎어 놓았다. 다시 누웠다. 이번에는 금방 잠들었다.답장은 새벽 세 시 사십 분에 와 있었다. 파리는 저녁 여덟 시 사십 분이었을 것이다.「없습니다.빈에서 향을 만드는 공방은 모두 열네 곳입니다. 저는 그중 열한 곳의 주인과 식사를 해 봤고, 나머지 세 곳은 대형 브랜드의 부티크입니다. 노인이 혼자 운영하는 곳은 한 곳 있습니다만, 그분은 3년 전 은퇴해 지금은 그라츠의 딸 집에 계십니다.한 가지 더 말씀드립니다. 유세아 씨가 이 향을 처음 뿌리고 나타난 것은 8월 23일, 빈 무지크페라인에서 열린 실내악 연주회 뒤풀이였습니다. 제 친구가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 전에는 누구도 유세아 씨에게서 이 향을 맡은 적이 없습니다.7월과 8월 사이, 그 향은 어딘가에서 빈으로 건너간 겁니다.당신이 원하시면 더 찾겠습니다. 원하지 않으시면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이안」서린은 침대에 앉아 메일을 두 번 읽었다.7월 19일, 서울 성수동에서 병이 사라졌다. 8월 23일, 빈에서 그 향이 처음 나타났다. 한 달 사이에 누군가 그 작은 병을 들고 비행기를 탔다는 뜻이었다. 유세아 본인은 그동안 빈에 있었다. 그렇다면 병을 들고 간 사람은 따로 있었다.그녀는 답장을 썼다.「고맙습니다. 여기까지면 충분합니다.편은 필요 없어요. 제 일은 제가 합니다.— N」보내기를 누르려다 멈췄다. 마지막 줄을 지웠다가 다시 썼다. 그리고 한 줄을 더 붙였다.「10년 동안 편지, 전부 읽었습니다.」그리고 보냈다.휴대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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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한 병뿐이면
"도둑으로 몰겠다는 거야, 지금."승아가 휴대폰을 책상에 내던지듯 내려놓았다. 토요일 아침, 교대역 사무실이었다. 서린은 승아가 건넨 문자를 읽었다. 시어머니 윤정숙의 비서가 보낸 것이었다.「사모님 말씀 전합니다. 차씨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진주 목걸이가 없어졌습니다. 한서린 씨가 나가면서 가져간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오후 두 시까지 본가로 직접 가져오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하십니다.」"대대로 내려오는 진주 목걸이."서린이 그 말을 천천히 따라 읽었다."알아? 그런 게 있어?""결혼식 날 어머님이 제 목에 걸어 주셨어. 차씨 집안 며느리는 대대로 이걸 한다고. 식 끝나고 바로 돌려드리려고 했는데 너 가져라, 하셔서 받았어.""그럼 그거 네 거잖아. 준 거잖아.""안 가져왔어. 펜트하우스 드레스룸 셋째 서랍에 있어. 받은 것 전부 두고 나왔으니까."승아가 머리를 쓸어 올렸다."그럼 이건 그냥 트집이네. 너 불러내려는. 무시해. 법적 조치? 하라 그래."서린은 대답하지 않고 가방에서 태블릿을 꺼냈다. 사진 폴더를 열었다. 날짜별로 정리된 사진이 수십 장 나왔다. 반지, 목걸이, 시계, 가방. 전부 펜트하우스 드레스룸 서랍 안에 놓인 모습이었다. 사진마다 날짜와 시각이 찍혀 있었다."나오기 전날 밤에 찍었어. 받은 거 전부. 어디 뒀는지까지."승아가 한참 서린을 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너 진짜 무섭다.""실장님도 그 말 하더라.""그래서, 갈 거야?"서린은 태블릿을 가방에 넣었다."응. 가야지.""왜? 사진만 보내면 되잖아.""사진만 보내면 어머님은 또 트집을 잡으실 거야. 사진은 조작할 수 있다고. 이번에 끝내야 해. 사람들 앞에서."승아가 의자를 뒤로 밀며 일어났다."같이 가 줄까?""아니. 혼자 가야 돼. 변호사 데리고 가면 싸우러 온 게 되잖아.""싸우러 가는 거 아니야?""돌려주러 가는 거야. 3년 동안 받은 말들."승아는 더 말리지 않았다. 대신 책상 서랍에서 목캔디 한 통을 꺼내 서린의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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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정원
"오빠!"세아가 먼저 움직였다. 복도를 가로질러 도혁에게 다가가 그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 목소리가 반가움으로 한 톤 올라가 있었다."어떻게 알고 왔어? 어머님이 부르셨어?"도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눈은 세아의 어깨 너머에 있었다. 복도 끝, 현관 쪽으로 걸어오는 서린에게.서린은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두 사람 옆을 지나 신발장 앞에 섰다. 몸을 숙여 구두를 신었다. 3년 동안 이 현관에서 그녀는 늘 맨 마지막에 신발을 신었다. 시어머니가 먼저, 손님들이 먼저, 남편이 먼저. 오늘은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한서린."도혁이 불렀다. 서린이 구두 끈을 채우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네.""잠깐 얘기 좀 해.""변호사 통해서 하세요.""직접 와서 말하라고 했잖아. 지금 왔으니까 직접 해."서린은 잠시 그를 보았다. 그러고는 구두 끈을 마저 채우고 일어섰다."그러네요. 직접 할게요."도혁은 세아의 손을 조용히 떼어 냈다."세아야, 들어가 있어."세아의 얼굴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그러나 곧 웃었다."응, 그래. 천천히 얘기해."* * *본가 정원에는 오래된 소나무가 있었다. 할아버지가 젊을 때 심었다는 나무였다. 그 아래 돌 벤치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서린은 3년 동안 그 벤치에 한 번도 앉아 본 적이 없었다. 앉을 틈이 없었다.도혁이 먼저 벤치 앞에 섰다. 서린은 앉지 않았다. 두 사람은 소나무 그늘 아래서 한 걸음 거리를 두고 마주 섰다.한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바람이 불어 솔잎이 떨어졌다.송진이 햇볕에 데워진 냄새가 났다. 서린은 그 냄새를 알았다. 제삿날 새벽마다 부엌 뒷문을 열면 이 소나무 냄새가 먼저 들어왔다. 전 부치는 기름 냄새에 질려 갈 즈음이면 그녀는 뒷문 틈에 코를 대고 몇 번씩 숨을 골랐다. 이 집에서 그녀가 좋아한 냄새는 그것 하나뿐이었다."생활비 통장."도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왜 안 썼어."서린은 조금 놀랐다. 그가 그 공책을 찾을 줄은 몰랐다. 찾더라도 끝까지 읽을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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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가짜 7번
"병이 거의 바닥났어요."일요일 밤, 작업실 불은 스탠드 하나만 켜져 있었다. 하람이 퇴근한 지 세 시간이 지나 있었다. 서린은 작업대 앞에 앉아 지현에게 말했다."본가에서 맡아 봤어요. 목련이 과하고 무화과는 반쯤 날아갔어요. 두 달 동안 거의 매일 뿌렸다는 뜻이에요. 5밀리면 길어야 한두 주 남았을 거예요.""그럼 잘됐네요. 다 쓰면 끝이잖아요.""끝이 아니죠."서린은 빈 시향지 한 장을 손가락 사이에서 돌렸다."유세아 씨는 사람들 앞에서 저 향을 '나만의 향'이라고 했어요. 이름까지 지어 달라고 했고요. 인기를 얻은 향이 다 떨어지면 어떻게 할까요?"지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또 구하려고 하겠죠.""병은 이제 없어요. 금고 안에 7번 시제품은 한 병 남았는데, 그건 제가 옥탑방으로 옮겼어요. 그러니까 다음에 원하는 건 병이 아니에요.""배합이요.""네. 노트요."지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서린은 담담하게 이어 말했다."그 사람들이 병 하나로 만족할 거였으면 애초에 공항에 그걸 뿌리고 나타나지 않았을 거예요. 유세아 씨는 저 향으로 뭔가를 하려는 거예요. 그러려면 배합이 필요하고요.""그럼 노트를 빼요. 금고에서. 당장.""아니요. 오히려 넣을 거예요."서린은 작업대 서랍에서 새 노트 한 권을 꺼냈다. 금고 안 노트들과 똑같은 가죽 표지였다. 모서리를 일부러 문질러 닳게 만든 흔적까지 있었다."「7번 — 수정본」."지현이 표지의 글씨를 읽었다. 서린의 필체였다."진짜 7번 배합에서 몇 군데를 바꿨어요. 이대로 만들면 비슷하긴 한데, 한 시간쯤 지나면 돌 냄새가 쇠 냄새로 변해요. 그리고 하나를 더 넣었어요."서린이 노트 중간을 펼쳤다. 원료 이름이 스무 줄 넘게 적혀 있었다. 그중 한 줄을 그녀가 손끝으로 짚었다."이거요."지현이 안경을 내려 쓰고 들여다보았다. 긴 화학명이었다. 지현도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이게 뭐예요?""머스크 계열 합성 분자예요. 제가 5년 전에 연구소 친구한테 부탁해서 소량만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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