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그러니까 설명하고 준비를 같이 하겠습니다. 설명이 끝날 때까지 수술 준비를 멈출 수는 없습니다.”
은채는 수술실 연결 전화를 끊지 않았다. 조정 담당이 마취팀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경환과 더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동식의 치료 준비가 멈추지 않게 해야 했다.
문정원이 돌아와 전화를 받았다.
“3번실 다음은 장동식 환자로 바꿔주세요. 유선경 씨는 마취 시작 전이고, 오전 상태에서 달라진 게 없다는 보고 받았습니다. 직접 보고 설명하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에서 조정 담당이 변경된 이름을 되읽었다. 문정원이 동식의 환자번호까지 맞추고 통화를 마쳤다.
오경환은 그녀가 휴대전화를 내릴 때까지 기다렸다.
“정원 선생. 다른 방 하나 열면 안 되나? 저쪽은 이미 보호자도 오고 있어.”
“방보다 마취하고 수술할 인력이 필요해요. 다른 응급수술에서 사람 뺄 수도 없고요.”
“그래서 물어보는 거야. 추가 인원 부를 수 있는지.”
“확인은 하고 있어요. 오기 전까지 이 환자부터 진행하고요.”
오경환은 입을 다물고 수술실 상황표를 다시 봤다. 동식의 수술을 진행하면서도 선경을 오늘 안에 넣을 자리가 남아 있는지 눈으로 칸을 따라갔다.
은채가 소민에게 환자의 경과를 넘겼다. 소민은 직접 상태를 확인하고 마취 준비를 이어갔다. 동식은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에 딸에게 짧게 전화하고 싶다고 했다. 동료가 전화기를 잡아주는 동안 은채는 옆에서 소민의 평가를 기다렸다.
“지금 유지되는 상태로는 복강경 접근을 검토할 수 있겠습니다. 들어가서 달라지면 바로 공유하죠.”
소민의 말에 문정원이 계획을 맞췄다. 민재에게 남은 준비를 맡긴 뒤 두 사람은 같은 건물 위층의 유선경 병실로 올라갔다. 동식 곁에는 소민과 응급의학과 팀이 남았다.
***
병실 문 앞에는 원무 직원이 서 있었다. 문정원을 보자 안쪽부터 살폈다.
“오전에 가능한 시간으로 안내드린 건데 확정이라고 받아들이셔서…….”
“제가 설명할게요. 수술실에서 새로 정한 내용만 보호자께 전달해주세요.”
문정원이 노크하고 들어갔다. 은채는 그 뒤를 따랐다.
유선경은 침대를 조금 세운 채 앉아 있었다. 62세. 오전에 찾아왔던 통증은 가라앉았다고 했지만, 수술을 기다리는 얼굴이 편하지는 않았다. 옆 의자에는 양복 차림의 남자가 서류철을 펼쳐놓고 있었다.
“문 교수님. 왜 갑자기 내일로 바뀐다는 겁니까?”
남자가 먼저 물었다.
“박재학입니다. 환자 남편이고요. 제가 오늘 일정까지 다 조정해서 왔는데.”
문정원은 자신과 은채를 소개한 뒤 선경을 향했다.
“먼저 지금 통증이 달라졌는지 보겠습니다. 오전 이후에 다시 심하게 아프거나, 춥고 떨리는 증상은 없으셨어요?”
선경은 남편 쪽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까 약 맞고부터는 괜찮아요. 수술 못 하면 또 아플까 봐 그렇지.”
은채가 동의를 구하고 진찰을 도왔다. 체온과 활력징후가 유지되고 있었고, 아랫배까지 퍼지는 통증이나 새롭게 심해진 압통은 없었다. 오전 영상과 검사에서도 당장 담관 폐쇄나 급성 염증 합병증을 의심한 소견은 없었다.
문정원은 현재 결과와 필요한 치료를 구분해 설명했다.
“담석 때문에 통증이 반복됐으니 수술은 필요합니다. 다만 지금 상태에서 오늘 이 시각에 시작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더 시급한 응급수술이 생겨서 순서를 바꾸겠습니다.”
“얼마나 더 시급한데요?”
재학이 물었다. 은채는 방금 보고 온 동식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렇다고 다른 환자의 신원이나 진료 내용을 여기서 설명할 수는 없었다.
문정원이 답했다.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상태라 기다리기 어렵습니다. 다른 분의 상세한 진료 내용까지 말씀드리지는 못하고요.”
“그쪽은 급하고 우리는 약속까지 했어도 기다려야 한다?”
“네. 현재 의학적인 우선순위는 그렇습니다.”
목소리가 높아지지 않았는데도 방 안이 조용해졌다.
은채는 문정원이 환자의 반응을 기다리는 동안 옆에 놓인 작은 가방을 봤다. 새 잠옷과 세면도구가 들어 있었다. 선경 역시 아프기 싫어서 준비해온 사람이었다. 남편의 태도 때문에 그 불안까지 대수롭지 않게 취급할 수는 없었다.
선경이 물었다.
“그럼 오늘 밤 또 아프면요?”
은채가 의자를 가까이 당겼다.
“병동에서 상태를 계속 확인합니다. 통증이 다시 생기거나 열이 나거나, 지금과 달라지면 바로 평가할 겁니다. 내일로 계획했다고 내일까지 무조건 기다리는 건 아닙니다.”
“누구한테 얘기해야 해요?”
“담당 간호사에게 바로 말씀해주세요. 오늘 외과 담당에게 연결되고, 제가 근무하는 동안에는 저도 보겠습니다.”
선경은 간호사 호출 버튼을 손끝으로 눌러보려다 멈췄다. 은채는 버튼이 놓인 위치를 환자가 잡기 편한 쪽으로 옮겨줬다.
“아파도 순서 밀릴까 봐 참지 않으셔도 됩니다.”
선경의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
재학은 여전히 납득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오 센터장님은 오늘 된다고 했어요.”
“오늘 가능한 자리를 찾기로 했던 겁니다. 그 사이에 응급환자가 생겼고요.”
문정원이 설명을 이어갔다.
“지금은 내일 오전으로 다시 배정하고 있습니다. 확정된 시간은 병동에 알려드리겠습니다. 오늘 금식과 약은 일정에 맞춰 다시 안내하고요.”
선경이 남편의 소매를 잡았다.
“그럼 나는 지금 버려둔 건 아니라는 거잖아요.”
“네. 그렇게 두지 않습니다.”
은채가 답했다.
선경은 문정원에게 수술을 맡는 사람도 바뀌는지 물었다. 문정원은 담당은 그대로이며 계획된 팀에서 치료를 이어간다고 했다. 은채의 역할도 숨기지 않고 소개했다.
“서 선생은 외과 전문의고 저와 함께 수술하고 경과를 봅니다.”
재학의 시선이 은채의 명찰에 머물렀다.
“본원에서 왔다는 선생님인가?”
“이번 주부터 여기서 근무합니다.”
그 말 뒤에 어떤 이야기가 따라올지 기다리지 않았다. 은채는 병동 간호사와 현재 계획을 맞추고 방을 나왔다. 문정원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설명은 저기까지. 네가 마취팀에 먼저 넘겨둬서 준비는 이어지고 있어. 이제 수술하러 가자.”
***
낮 12시 25분, 공용 3번실 준비가 끝났다.
동식이 들어오자 팀은 환자와 수술 부위, 예정된 치료를 확인했다. 오전에 은채와 임기석의 재수술을 했던 소민은 중간에 다른 환자의 평가와 휴식을 마치고 다시 머리맡에 섰다.
기구간호사가 복강경 장비의 상태를 알렸다. 순환간호사는 개복 전환에 필요한 준비도 갖춰져 있다고 답했다. 모든 계획이 첫 시도대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었다.
동식은 천장의 조명을 보다가 은채를 찾았다.
“딸이 울어서 통화를 못 했어요.”
“연락받을 번호는 확인했습니다.”
“겁을 많이 먹는 애라.”
그는 조금 숨을 고르고 덧붙였다.
“저도 그렇고요.”
은채는 잘될 거라는 말을 먼저 꺼내지 않았다.
“무서우시죠. 옆에서 상태 계속 보겠습니다.”
소민이 마취에 관해 마지막으로 설명했다. 은채는 환자의 시야에서 조용히 비켜서며 자기 위치로 갔다.
손을 씻는 동안 오경환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여기서는 수술만 잘해서 끝나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은채의 귓가에는 그 말보다 동식이 서은채 선생님이라고 부르던 목소리가 남았다. 선경에게 바뀐 일정을 설명했고, 마취팀과도 순서를 맞췄다. 이제 3번실에 누운 동식의 배에서 어디가 새는지 찾아야 했다.
은채는 손을 말리고 가운을 입었다.
수술실 안에서 문정원이 최종 상태를 묻고 있었다. 마취 후에도 환자의 순환이 유지됐다. 두 사람은 소민과 반응을 맞춰보며 복강경으로 먼저 확인했다.
화면이 켜지자 배 안의 탁한 액체가 보였다.
피가 차오르던 임기석의 복부와도, 혈류를 잃은 장이 있던 조혜린의 복부와도 달랐다. 안에서 새어 나온 내용물이 여러 곳으로 퍼져 있었다.
은채는 먼저 오염된 액체를 정리하며 시야를 잡았다. 예상 위치에만 시선을 고정하지 않고 실제로 어디서 새는지 찾아갔다.
위 출구를 지나 십이지장 앞쪽에 작은 구멍이 드러났다.
크기는 1cm도 되지 않았다. 영상에서 의심했던 위치와 맞았다. 그러나 그 작은 구멍 주위의 조직은 붓고 물러 있었다. 그대로 잡아당기면 가장자리부터 찢어질 것 같았다.
“여깁니다.”
은채가 카메라 방향을 정리했다. 문정원은 같은 화면을 보면서 주변을 더 확인했다.
“크기는 작네. 어떻게 닫을 거야?”
은채는 바로 기구를 뻗지 않았다. 구멍보다 주변에 눈을 두었다. 봉합할 때 버텨줄 조직을 찾아야 했다.
“가장자리만 잡으면 못 버틸 수 있습니다. 주변 상태부터 더 보겠습니다.”
문정원이 보조 위치를 바꿨다.
“그래. 앞에서 진행해.”
은채는 필요한 기구를 받았다. 화면을 다시 보며 봉합할 조직의 가장자리에 시선을 맞췄다.
금요일 오전 8시, 은채는 남정호의 침대 앞에서 야간 외과의의 인계를 받았다.밤사이 순환 지원을 다시 늘려야 할 변화는 없었다. 소변과 산염기 상태도 회복되는 방향이었다. 음압 장치는 밀폐를 유지했고, 배액에 갑작스러운 변화는 없었다.정호는 기관내관을 유지하고 있었다. 은채가 이름을 부르자 눈꺼풀이 움직였다. 담당팀이 현재의 반응과 진정 상태를 설명했고, 은채는 복부와 관의 상태를 살폈다.이제는 안쪽을 확인할 시간이었다.수진은 이동 전에 잠깐 아버지를 만났다. 전날 가져간 그림이 가방 바깥으로 조금 나와 있었다. 그녀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빼고 침대 곁에 섰다.“아버지, 나 밖에서 기다릴게.”정호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수진은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손을 잡았다가 이동 준비가 시작되자 놓았다.은채는 수진에게 예정된 재탐색을 진행한다고 알렸다. 확인한 상태에 따라 연결과 복부 폐쇄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수진은 어제처럼 왜 또 여느냐고 묻지 않았다.“설명 끝나면 저를 불러주세요. 멀리 안 갈게요.”준석이 수술실 앞에서 합류했다. 그는 전날 표시해둔 구간을 다시 펼쳤고, 은채는 문정원에게 밤과 아침의 경과를 전달했다. 마취는 소민이 다시 맡았다.이성훈과 맞춘 혈류 평가와 항응고 조절 계획도 함께 확인했다.오전 10시, 임시 폐쇄 장치를 제거하기 시작했다.첫 수술을 마친 뒤 41시간 남짓이 지나 있었다.보호층 아래에서 장이 드러났다.
목요일 오후 2시, 은채는 남정호의 밤 기록을 펼쳤다. 몸은 회복되는 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가장 알고 싶은 것, 남겨둔 장이 살아났는지는 그 어디에도 적혀 있을 수 없었다.수요일 저녁 7시에 넘겼던 경과 뒤로 새로운 줄들이 붙어 있었다. 소변량이 줄었던 시각, 담당팀이 환자를 재평가한 내용, 치료를 조절한 뒤의 변화가 이어졌다. 같은 혈압이라도 받쳐주던 약의 양은 달랐다.정호의 침대에 도착하자 미경이 전용 음압 장치의 배액을 보여줬다.“오전부터 색이나 양이 갑자기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설정과 밀폐 상태도 유지되고요.”“새로 혈성으로 늘어난 적은요?”“야간 기록에도 없습니다. 대신 새벽에 소변이 줄어서 외과랑 중환자 담당이 같이 봤어요.”은채는 이미 읽은 시각을 짚었다. 미경은 야간 담당에게 인계받은 내용에, 아침부터 직접 본 배액 변화를 덧붙였다.배를 덮은 장치 아래에서는 전날 남겨둔 구간을 볼 수 없었다.은채가 복부를 살피는 동안 담당 간호사는 최근 순환과 호흡의 변화를 정리했다. 은채는 위 감압관의 배액과 고정 상태도 보고, 손대지 말아야 할 관을 환자 쪽에서 멀리 정리했다.“이거 보면 장이 살아났는지 알 수 있나요?”수진이 면회 시간에 들어와 물었다. 눈길은 배가 아니라 배액 용기에 머물러 있었다.“새 출혈이나 다른 문제가 생기는지 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남겨둔 장의 상태를 이것만으로 알 수는 없어요.”“피가 덜 나오면 좋아지는 건 줄 알았어요.”
오후 2시 25분, 남정호의 수술이 시작됐다. 배를 연 뒤 은채는 영상보다 넓은 변화를 보았다.소장은 한 가지 색이 아니었다. 선홍빛이 남은 구간 옆으로 회색빛 장이 이어졌고, 그 가운데 짧은 부위는 훨씬 어두웠다. 혈류가 줄어든 범위 안에서도 손상의 깊이는 고르지 않았다.문정원이 물었다.“먼저 해야 할 건?”“혈류 회복할 공간 확보하고, 그동안 전체 범위를 보겠습니다.”혈관외과 이성훈이 맞은편으로 붙었다. 은채와 준석은 부은 장을 보호하면서 혈관에 접근할 시야를 열었다. 마취를 맡은 소민이 환자의 순환 상태와 수술 전 투여한 약을 알렸다.은채는 조금 전 응급실에서 마지막으로 만져본 배를 떠올렸다. 처음보다 단단해진 부위가 있었다. CTA에서도 그쪽 장벽으로 조영제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혈관 안으로만 접근하는 치료를 검토했지만, 이제는 장을 직접 볼 필요가 있었다.“이쪽 고정은 제가 하겠습니다.”준석이 보조 기구를 받았다. 같은 곳에 두 사람의 손이 겹치지 않게 자리부터 나눴다. 은채는 빈 공간으로 흡인기를 넣었다. 부어오른 장 아래에 고였던 액체가 걷히자 혈관으로 이어지는 조직이 드러났다.성훈이 말했다.“이 시야 유지해주세요.”그가 재개통을 준비하는 동안 문정원과 은채는 나머지 장을 따라갔다. 준석은 어느 구간을 이미 봤는지 짧게 되읽었다. 앞에서 본 장이 뒤섞여 들어오지 않도록 수술포 위에 놓는 방향도 맞췄다.경계가 애매한 곳이 예상보다 길었다.
수요일 오전 10시, 최준석은 안내받은 외과 업무 공간으로 들어왔다.영상 속에서 봤을 때보다 키가 컸다. 가방은 작은 것 하나였고, 청해에서 사용할 출입증을 손에 들고 있었다.“서 선생님?”“서은채입니다.”“최준석입니다. 어제 자료 잘 봤습니다.”악수는 짧았다. 은채는 인사 뒤에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생각하다가 문정원이 부르는 쪽으로 갔다. 환자 목록이 이미 펼쳐져 있었다.진료지원 일정에 맞춰 진료 참여 절차와 인계가 준비돼 있었다. 문정원이 오늘 함께 볼 환자와 협진 연락 체계를 설명했다. 준석은 청해에서 담당팀으로 연결되는 번호부터 휴대전화에 넣었다.민재가 첫 환자를 설명하다가 검사 결과를 두 번 읽었다. 준석이 기다렸다가 물었다.“오늘 그 환자를 봤습니까?”“네. 아침에요.”“검사표 말고 그때 얘기부터 해주죠.”민재는 환자가 밤에 잠을 못 잤다는 말부터 다시 시작했다. 준석은 그 원인이 통증인지, 다른 불편인지 물었고, 은채는 담당 간호사에게 받은 밤의 기록을 보탰다.그들이 함께 병실을 돌고 돌아오자 준석이 말했다.“여기는 병동 올라가는 길이 짧네요.”“길은 짧은데 중간에 많이 불립니다.”은채가 대답했다. 말이 끝나자마자 문정원의 전화가 울렸다. 준석은 소리 내 웃지 않고 자기 목록의 다음 칸을 넘겼다.점심 직전 문정원이 예정
순자는 퇴원 설명을 듣다가 라켓 가방을 무릎 아래로 밀었다.“이건 그냥 들고 가는 거예요.”누가 먼저 묻기도 전이었다. 나경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엄마, 선생님이 가방 검사하러 오신 거 아니야.”“지난번에 봤잖아. 오늘 또 운동 얘기부터 할까 봐.”은채도 웃었다. 수술 후 4일째였다. 순자는 식사를 늘린 뒤에도 토하지 않았고, 새로 심해지는 복통 없이 병실과 복도를 걸었다. 진찰과 상처, 장 기능을 문정원과 함께 검토한 뒤 오늘 퇴원을 결정했다.나경은 퇴원 안내문을 펼쳐놓았다. 종이 모서리에 어머니가 가져온 펜이 끼워져 있었다.은채는 집에서 걸으며 움직이는 것과 힘을 크게 쓰는 운동을 나눠 설명했다. 탁구를 다시 시작할 시점은 추적 진찰에서 수술 부위와 회복을 보고 정하기로 했다.“그럼 동호회 구경은요?”“집에서 움직이는 데 불편이 없는지 먼저 보세요. 가시더라도 오래 앉거나 힘들게 이동하지 않도록 조절하시고요.”“내가 구경 가면 한 번만 치라고 할 사람들이라서.”순자가 가방을 더 깊이 밀었다. 이번에는 나경이 지퍼를 열어 라켓을 자기 가방으로 옮겼다.“제가 보관할게요.”“그건 또 싫은데.”모녀가 서로를 보며 웃었다. 수술 전에는 나경이 묻는 동안 순자가 배를 움켜쥐고 있었다. 오늘은 어머니가 말하다가 딸의 말을 빼앗았다.은채가 새로운 심한 복통이나 구토, 상처의 변화가 생
화요일 오전 9시, 화면 속 최준석이 초기 영상을 열었다.전날 받은 질문과 똑같은 순서였다. 최종 영상이나 퇴원 결과부터 보여달라는 말은 없었다.청해 쪽 회의실에는 문정원과 박준영이 앉아 있었다. 중환자실에서는 평소처럼 담당팀이 환자를 보고 있었다. 은채는 공유할 자료를 열고 마이크를 켰다. 이름과 등록번호를 가린 첫 CT 옆에 내원 당시 진찰 기록을 놓았다.“최초에는 3등급 손상으로 판단했습니다. 혈압과 맥박, 복부 진찰을 같이 봤고, 영상에서 명확한 혈관 병변이나 조영제 유출은 없었습니다. 우선 집중 관찰을 선택했습니다.”“출혈이 없었다는 말씀입니까?”준석이 물었다.“아니요. 비장 주위 혈액은 있었습니다. 당시 바로 중재할 혈관 병변이 보이지 않았다는 뜻입니다.”은채는 자기 슬라이드의 문장을 읽지 않고 대답했다. 말을 잘못 줄이면 첫 판단부터 달라졌다.준석은 영상을 한 장 넘겼다.“그럼 관찰을 유지할 수 있었던 조건을 더 설명해주시죠.”은채가 준비한 표를 펼쳤다. 혈액검사 결과만 모아둔 표 옆에 통증과 진찰, 활력징후, 보고와 재평가 시각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정아가 처음 배를 누르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때 들은 말이 검사 수치보다 먼저 기억나는 구간도 있었다. 은채는 기억 대신 그날 남긴 기록을 짚었다.“감시할 병상과 반복 진찰이 가능했고, 중재나 수술이 필요해지면 전환할 팀도 확보돼 있었습니다. 관찰한다고 정한 뒤에도 그 조건이 유지되는지 다시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