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티는 손수건을 댄 채 차 상자의 뚜껑을 닫았다. 은색 리본 끝이 틈에 끼었다. 손끝으로 빼내려다 말고 상자를 밀었다.“노라, 이건 찬장에 넣지 마.”“선물 보관실로 옮길까요?”“응. 다른 차하고도 섞이지 않게.”노라가 상자 밑으로 쟁반을 받쳤다. 종이와 마른 잎이 스치는 소리가 났다. 레티는 코에서 손수건을 떼고 창문을 열었다.밤바람이 들어오자 조금 숨을 쉴 만했다.「내일 찾아뵙겠습니다.」상자에서 떼어 낸 쪽지에는 다정한 글씨가 남아 있었다. 전생에도 그라시안 대공은 선물을 자주 보냈다. 겨울이면 몸을 따뜻하게 하라며 차를, 봄이면 황태자비의 집무실에 꽃을 보냈다.차를 싫어한다고 말한 적은 없었다.이번에는 말할 수 있었다.레티는 쪽지를 뒤집어 놓았다.“내일 손님상에는 저 차 말고, 우리가 가진 차를 내자.”“어느 걸로 준비할까요?”“볶은 보리차. 진하지 않게.”노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레티는 창문을 조금 더 열었다. 손수건에 밴 냄새까지 빠져나가기를 기다렸다.▽봄 셋째 달 12일 아침, 레티는 식당 문 앞에서 잠깐 멈췄다.오른쪽 의자는 에런이, 왼쪽 의자는 유리엘이 빼 둔 상태였다. 두 사람 모두 손을 등받이에 얹고 있었다.“제 의자는 하나인데요.”“이쪽이 창에서 멉니다. 아침 바람이 찹니다.”에런이 오른쪽 의자를 조금 더 당겼다.유리엘은 왼쪽 의자를 제자리로 밀어 넣었다.“내 자리다.”“전하께서 앉으시려고 빼신 거군요.”“그래.”유리엘은 앉지 않고 레티를 보았다. 에런도 여전히 서 있었다.‘의자까지 눈치를 보겠네.’레티가 오른쪽 의자에 앉자 에런이 식탁 쪽으로 천천히 밀어 주었다. 그와 동시에 유리엘이 접힌 냅킨을 레티 앞에 놓았다.“고맙습니다.”“차도 제가 따라 드리겠습니다.”“잔은 내가 가져왔지.”유리엘이 손잡이를 레티 쪽으로 돌렸다. 에런은 그 잔에 차를 따랐다. 물줄기가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맞은편 노엘이 빵을 물고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누나, 나도 의자 안 밀고 앉아 있었는데.”
آخر تحديث : 2026-10-19 اقرأ المزي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