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이를 읽고 결재판을 덮었다.구두 소리가 내 책상 앞에서 멈췄다.“읽으셨습니까?”시환은 기획안이 아니라 채 대표가 남긴 글을 보고 있었다.“네. 한 번만 보고 싶으시다고요.”“네.”“검토 의견 말고 감상만 주세요.”시환이 가방을 내려놓았다.“구분하겠습니다.”나는 결재가 끝난 기획안을 꺼내 건넸다. 시환은 옆에 서서 서류를 펼쳤다. 판매대 배치 그림에서 잠깐 멈추고, 비가 올 때 물건을 옮길 순서까지 읽었다.손가락은 종이 가장자리에만 닿았다.“어떠세요?”“가 보고 싶습니다.”“이미 답사하셨잖아요.”“행사하는 날 말입니다.”나는 서류를 돌려받았다.‘감상만 달랬더니. 진짜 감상만 줬네.’“오시면 물건은 직접 고르세요.”“네.”“제가 골라 드리는 건 없어요.”“알겠습니다.”시환은 가방을 들고 창가로 갔다. 나는 기획안을 다시 결재판에 끼웠다.표지 아래로 채 대표의 글씨가 조금 보였다. 나는 그 종이를 떼어 기획안 안쪽에 넣었다.▲6월 17일 수요일, 내 책상에는 기획안 대신 견적서가 펼쳐져 있었다.천막, 판매대, 운반 장비, 인쇄물.나는 계산표의 마지막 칸을 눌렀다. 숫자는 바뀌지 않았다.한 번 더 눌렀다.여전히 300만 원이 모자랐다.‘아니. 누르면 줄어드는 것도 아닌데.’은채가 옆에서 화면을 들여다봤다.“천막을 줄이면요?”“비 오면 판매대를 다 덮어야 해요.”“판매대를 줄이면요?”“그건 이미 줄였어요. 창고에서 가져올 수 있는 것도 빼고요.”은채는 견적서 옆에 놓인 배치 그림을 당겼다.“그럼 여기 장식은 제가 다시 할게요. 새로 만드는 것 말고 있는 걸 쓰면 돼요.”“고마워요. 그런데 그것까지 빼고도 이 금액이에요.”은채가 입을 다물었다.나는 계산표를 출력해 채 대표에게 갔다. 채 대표는 작업복 앞자락으로 손을 닦고 서류를 받았다.“우리 예산이 1,200만 원이죠?”“네. 꼭 필요한 항목만 남겼는데 300만 원이 넘어요.”“어떡해. 더 줄일 건 없어요?”“안전이나 운반 쪽을 줄이면
最終更新日 : 2026-10-22 続きを読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