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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사유: 대표님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1 - チャプター 20

40 チャプター

11화. 휴가 신청서

나는 스테이플러를 책상에 내려놓았다.“이거 회사 비품이에요?”“네. 비품함에서 가져왔습니다.”“그럼 의장님이 챙기신 건 심이 아니라 제 서랍이네요.”시환이 열린 서랍을 봤다.“그렇습니다.”‘아니. 인정이 너무 빨라.’나는 서랍을 닫았다. 시환은 더 말하지 않고 가방을 고쳐 들었다.“먼저 가겠습니다.”“네. 내일 뵐게요.”말이 나온 뒤에야 고개를 들었다.시환이 문 앞에서 잠깐 멈췄다.“내일도 옵니다.”오는지 물은 적은 없었다.나는 묶어 놓은 서류를 괜히 한 번 더 맞췄다.▲6월 5일 금요일, 엄마는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에 전화했다.“나 서울이야.”나는 휴가 신청서에서 눈을 들었다.오후 반차를 쓰려고 채 대표에게 올릴 서류였다. 엄마를 역에서 만나려면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다.“벌써? 도착하면 전화하라니까.”“했잖아.”“지금 역이야?”“아니. 네 회사.”나는 의자를 밀고 일어났다.창문 아래로 큰 가방이 먼저 보였다. 짧은 파마머리와 익숙한 점퍼가 그 뒤에 있었다.그리고 옆에 셔츠 소매를 걷은 사람이 서 있었다.‘아니. 왜 둘이 같이 있어.’“엄마, 거기서 기다려. 바로 내려갈게.”“그러려고. 여기 직원분이 문도 열어 줬어.”나는 휴가 신청서를 들고 채 대표 자리로 갔다.“대표님, 오후 반차 신청한 거요. 엄마가 조금 일찍 오셔서요.”채 대표가 서류를 받았다.“어머님 오셨어요? 들어오시라고 해요.”“밑에 계세요. 잠깐 모셔 올게요.”“그럼 내가 이것부터 볼게요.”신청서는 채 대표 손에 남았다.나는 계단을 내려갔다. 급하게 내려가다가 마지막 계단에서는 속도를 줄였다. 숨이 찬 채로 나오면 엄마가 또 밥 안 먹고 다니냐고 할 게 뻔했다.뒷문을 열자 엄마가 나를 발견했다.“우리 딸.”“길은 어떻게 찾았어?”“네가 보내 준 거 보고. 우체국에서 일한 사람이 건물 하나 못 찾겠니.”엄마가 내 팔을 잡았다. 시환은 엄마의 가방을 들고 있지 않았다. 대신 문이 닫히지 않도록 손으로 잡고 있었다.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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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외근 보고서

나는 대화창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가 내렸다.역 밖으로 나온 사람들이 내 옆을 지나갔다. 엄마를 보내고 나면 바로 집에 갈 생각이었는데, 보도 끝에서 걸음을 멈춘 채였다.다 말할 날.나는 그 말부터 다시 읽었다.‘아니. 날짜까지 내가 정해? 그건 일정표에 없는데.’엄마 잘 보내 드렸다고 적었다. 잠깐 망설이다가 저녁 잘 드셨냐는 말도 붙였다.보내고 나서야 화면을 껐다.업무 보고는 아니었다.그러니까 답을 기다릴 이유도 없었다.나는 휴대폰를 재킷 주머니에 넣었다. 답이 왔는지 보려고 다시 꺼내기까지는 몇 걸음도 걸리지 않았다.▲6월 10일 수요일, 나는 답사 자료를 책상 위에 펼쳤다.솔숲길 골목 입구와 한강 근처 광장.은채가 두 장소의 사진을 나란히 놓더니 광장 쪽을 손가락으로 짚었다.“여기는 사진이 잘 나오겠어요.”“대신 물건 옮기는 길이 길어요.”“다이어리 들고 걷기에는요?”“한 권이면 괜찮죠.”은채가 사진을 뒤집었다. 뒷면에는 내가 적은 운반 동선이 있었다.“상자는 안 괜찮겠네요.”“직접 걸어 보고 결정해요. 사진에 안 나온 턱도 있을 수 있으니까.”채 대표가 토마토 화분에 물을 주다가 돌아봤다.“골목은 우리 창고가 가깝잖아요.”“그게 제일 큰 장점이에요. 비 오면 물건부터 옮길 수 있고요.”“그럼 거기로 하면 안 돼요?”“사람이 지나갈 자리는 남는지 봐야 해요. 물건을 펼쳤다가 길을 막으면 안 되니까요.”채 대표는 물뿌리개를 내려놓았다.“맞네. 내가 우리 물건 놓을 자리만 봤네.”나는 답사 확인표에 통행 폭을 표시했다. 은채는 휴대폰 충전을 확인하고 운동화 끈을 다시 묶었다.창가에서 노트북을 닫는 소리가 났다.시환이 일어났다.“같이 가겠습니다.”나는 자료를 정리하던 손을 멈췄다.“온빛 일정은요?”“조정했습니다.”“제가 요청드린 참관은 아닌데요.”“압니다. 대주주 자격으로 현장을 보고 싶습니다.”은채가 고개를 숙이고 운동화 끈 끝을 만졌다. 이미 단단히 묶였는데 한 번 더 당겼다.나는 시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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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지출 결의서

나는 종이를 읽고 결재판을 덮었다.구두 소리가 내 책상 앞에서 멈췄다.“읽으셨습니까?”시환은 기획안이 아니라 채 대표가 남긴 글을 보고 있었다.“네. 한 번만 보고 싶으시다고요.”“네.”“검토 의견 말고 감상만 주세요.”시환이 가방을 내려놓았다.“구분하겠습니다.”나는 결재가 끝난 기획안을 꺼내 건넸다. 시환은 옆에 서서 서류를 펼쳤다. 판매대 배치 그림에서 잠깐 멈추고, 비가 올 때 물건을 옮길 순서까지 읽었다.손가락은 종이 가장자리에만 닿았다.“어떠세요?”“가 보고 싶습니다.”“이미 답사하셨잖아요.”“행사하는 날 말입니다.”나는 서류를 돌려받았다.‘감상만 달랬더니. 진짜 감상만 줬네.’“오시면 물건은 직접 고르세요.”“네.”“제가 골라 드리는 건 없어요.”“알겠습니다.”시환은 가방을 들고 창가로 갔다. 나는 기획안을 다시 결재판에 끼웠다.표지 아래로 채 대표의 글씨가 조금 보였다. 나는 그 종이를 떼어 기획안 안쪽에 넣었다.▲6월 17일 수요일, 내 책상에는 기획안 대신 견적서가 펼쳐져 있었다.천막, 판매대, 운반 장비, 인쇄물.나는 계산표의 마지막 칸을 눌렀다. 숫자는 바뀌지 않았다.한 번 더 눌렀다.여전히 300만 원이 모자랐다.‘아니. 누르면 줄어드는 것도 아닌데.’은채가 옆에서 화면을 들여다봤다.“천막을 줄이면요?”“비 오면 판매대를 다 덮어야 해요.”“판매대를 줄이면요?”“그건 이미 줄였어요. 창고에서 가져올 수 있는 것도 빼고요.”은채는 견적서 옆에 놓인 배치 그림을 당겼다.“그럼 여기 장식은 제가 다시 할게요. 새로 만드는 것 말고 있는 걸 쓰면 돼요.”“고마워요. 그런데 그것까지 빼고도 이 금액이에요.”은채가 입을 다물었다.나는 계산표를 출력해 채 대표에게 갔다. 채 대표는 작업복 앞자락으로 손을 닦고 서류를 받았다.“우리 예산이 1,200만 원이죠?”“네. 꼭 필요한 항목만 남겼는데 300만 원이 넘어요.”“어떡해. 더 줄일 건 없어요?”“안전이나 운반 쪽을 줄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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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경위서

나는 알림 창을 닫고 결재판을 서랍에 넣었다.채 대표의 사인이 들어간 서류였다. 시환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다.그런데 마지막으로 읽은 말은 저 사람 쪽에서 왔다.‘결재 안 한다면서. 왜 끝까지 신경 쓰이게 해.’저장한 자료를 다시 확인하고 컴퓨터를 껐다. 계단을 내려갈 때까지 휴대폰는 가방에 넣어 뒀다.답을 쓰면 뭐라고 쓸지 몰라서였다.▲6월 22일 월요일, 사무실 문을 열자 복사기 앞에서 말소리가 끊겼다.종이가 나오는 소리만 남았다.나는 인사를 하고 책상으로 갔다. 은채가 출력물을 모으다 고개를 들었다.“오셨어요, 대행님.”“네. 안내판 수정한 것 나왔어요?”“여기요.”은채는 종이를 내 책상 끝에 놓았다. 평소라면 의자를 끌고 와서 바뀐 곳부터 짚었을 텐데, 오늘은 손을 놓자마자 돌아섰다.“이름 크기는 업체에서 확인했죠?”“네. 확인받았어요.”나는 가방을 내려놓고 시안을 펼쳤다. 솔숲인쇄 이름도, 종이 공장 소개도 약속한 자리에 들어가 있었다.고칠 게 없었다.사람 쪽이 이상했다.‘아니. 월요일이라 그런가. 나도 월요일은 싫은데.’창가 책상은 아직 비어 있었다. 나는 손목시계를 보는 척하다가 소매를 내렸다.그때 은채 휴대폰가 울렸다. 은채는 화면을 보고 곧바로 뒤집었다.눈이 잠깐 마주쳤다.은채가 먼저 고개를 숙였다.▲출시 일정표를 펴 놓은 회의에서도 비슷했다.나는 글벗문구와 합의한 납기를 짚었다.“여기까지 시안을 확정해야 인쇄소 일정을 잡을 수 있어요. 본계약 전에 변경된 선주문 조건도 다시 확인하고요.”채 대표가 안경을 밀어 올렸다.“추 부장이 또 바꾸겠다고 하지는 않았어요?”“아직은요. 오늘 최종 확인할게요.”“이번에는 잘됐으면 좋겠다. 우리 거 매장에서 제대로 보이면 좋겠어요.”은채가 종이 끝을 만졌다.“그런데 본계약도 대행님이 가시는 거죠?”“네. 제가 담당이니까요.”“온빛에서 같이 가는 건 아니고요?”나는 일정표에 얹었던 손을 뗐다.“왜요?”“그냥 확인하려고요.”채 대표도 은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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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공문

나는 계약 확인표를 집어 들었다.창가를 보고 있는다고 계약서가 완성되지는 않았다. 화면에 띄운 글벗문구 회신을 다시 열고, 확인표 첫 칸에 표시했다.납기 일치. 선주문 조건 일치.마지막 칸은 비어 있었다.『본계약 체결』나는 그 칸을 손가락으로 짚었다가 손을 뗐다.‘여기부터. 빈자리는 나중에.’추만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일 방문하겠다고 하자 수화기 너머에서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났다.“원 대행 혼자 와요?”“네. 계약 담당자가 갑니다.”“채 대표는?”“계약 내용은 대표님이 확인하셨고, 날인 권한도 받아 갑니다.”“알았어요. 와서 또 고치자고 하지는 말고.”“회신 주신 내용대로라면 고칠 일 없어요.”나는 약속 시간을 적었다. 이번에는 손목시계를 보지 않았다.▲6월 24일 수요일, 채 대표는 내가 챙긴 서류를 책상 위에 펼쳐 놓았다.계약서 검토본과 위임 서류, 거래 조건을 주고받은 기록까지 순서대로 놓였다. 채 대표는 자기 이름이 들어간 곳부터 읽더니 마지막 장에서 고개를 들었다.“다 챙겼네요.”“추 부장님이 다른 말씀 하시면 확인할 자료예요.”“내가 같이 갈까요?”“저 혼자 가도 돼요.”채 대표는 잠깐 내 가방을 봤다. 서류를 넣느라 옆이 벌어져 있었다.“혼자 가는 거랑 전부 혼자 책임지는 건 달라요. 조건 바뀌면 전화해요.”“네. 그건 바로 연락드릴게요.”채 대표가 위임 서류를 내 쪽으로 밀었다.“어떡해. 나는 저 사람 전화만 받아도 머리가 아픈데.”“오늘은 제가 받을게요.”“오늘만 말고 앞으로도요.”나는 서류를 가방에 넣다가 웃었다.“그건 제 담당 업무잖아요.”“그러니까 내가 사람을 잘 뽑았다는 거죠.”문 앞에서 은채와 마주쳤다. 은채는 출력물을 들고 서 있다가 옆으로 비켰다.“계약하러 가세요?”“네.”“제품 사진 최종본도 가져가실래요? 매장에 전달할 때 쓸 수 있게 정리했어요.”나는 내밀어진 종이를 받았다. 표지 색이 달라 보이지 않도록 사진마다 확인한 표시가 있었다.“고마워요. 계약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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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야근 식대 정산서

나는 답장에 적힌 시간을 보고 창가 책상을 돌아봤다.의자를 빼 놓을까 하다가 손을 거뒀다.‘출근은 저 사람이 한다. 의자까지 빼 주면 다시 비서다.’대화창을 닫고 인쇄소에 보낼 납기표를 열었다. 확인할 칸이 아직 남아 있었다.▲7월 1일 수요일, 나는 그 창가 책상 앞에 현수막 시안을 펼쳤다.시환의 서류 위가 아니라 옆이었다.“오늘 저녁에 회의실에서 설치 확인할 거예요. 책상은 그대로 두셔도 돼요.”“옮길 것이 있습니까?”“아직은 없어요.”“있으면 부르세요.”시환은 시안을 당겨 보지 않고 내 손이 놓인 곳만 봤다.나는 종이를 말아 들었다.“업무 끝나시면 먼저 가셔도 되고요.”“오늘은 남겠습니다.”“온빛 일은요?”“끝내고 올라가겠습니다.”딱 거기까지였다. 같이 야근하자는 말도, 내 일을 봐 주겠다는 말도 없었다.나는 말아 놓은 종이 끝을 맞췄다.‘먼저 가도 된다고 했다. 남지 말라고는 안 했다.’시환이 내 손을 보다가 물었다.“회의실에 몇 시쯤 올라갑니까?”“현수막이 오면요. 은채 씨가 인쇄소에서 찾아오기로 했어요.”“알겠습니다.”나는 내 자리로 돌아와 행사 준비표를 열었다.오늘 확인할 것은 현수막 높이와 안내판 위치, 상자를 쌓았을 때 통로에 남는 폭이었다. 화면에서는 넓어 보이던 자리가 실제로도 그런지 봐야 했다.채 대표가 내 화면 옆으로 얼굴을 내밀었다.“오늘 다 끝내려고요?”“설치 확인까지만요. 고치는 건 내일 해도 돼요.”“그럼 저녁 꼭 먹고 해요. 배고프면 우리 것도 안 예뻐 보여요.”“그건 대표님만 그러시는 거 아니에요?”채 대표가 잠깐 생각했다.“나는 배불러도 우리 건 예쁘네요.”나는 준비표의 식사 칸에 표시했다.‘판단 기준이 안 된다. 확인.’▲저녁이 되자 사무실에서 의자 밀리는 소리가 차례로 났다.먼저 퇴근하는 직원이 회의실에 올려 달라며 포장 상자를 가져왔다. 나는 받을 물건과 내일 확인할 물건을 나눠 적었다.“이건 제가 올릴게요.”상자에 손을 뻗자 시환이 옆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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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연차 사용 계획서

나는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정산서 위에 영수증을 얹었다.업무 식대 1만 원. 추가 반찬 2천 원 제외.빠진 금액은 없었다. 그런데 가방을 닫고도 뭔가 덜 챙긴 것 같았다.‘재킷 있다. 휴대폰 있다. 정신은.’재킷을 팔에 걸치고 계단을 내려갔다.시환은 뒷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나오자 휴대폰을 넣었다.“정산 끝났습니까?”“네. 2천 원은 뺐어요.”“확인했습니다.”나는 문을 잠그고 손잡이를 한 번 당겼다.“연근 맛있었어요.”시환이 나를 봤다.“그건 보고 안 하셔도 됩니다.”“감사 인사예요.”“그럼 받겠습니다.”나는 열쇠를 가방 안쪽에 넣었다. 넣을 자리가 잘 보이는데도 손끝이 한 번 헛돌았다.‘반찬 감사 인사다. 왜 내가 서류 잘못 낸 사람 같냐.’솔숲길을 걸어 나가는 동안 시환은 식대 이야기를 더 하지 않았다. 나도 사다리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골목 입구에서 헤어질 때까지, 팔에 걸친 재킷이 자꾸 흘러내렸다.▲7월 8일 수요일, 내 책상에는 하반기 연차 사용 계획서가 놓여 있었다.그 옆에는 팝업 준비표가 있었다. 행사 쪽은 빈칸이 거의 없어졌는데, 연차 쪽은 이름만 적혀 있었다.은채가 의자를 끌고 내 옆에 앉았다.“대행님, 이거 오늘까지래요.”“네. 쓰려고요.”“날짜 정하기 어려우세요?”“행사 끝나고 정할까 했어요.”은채가 준비표를 들여다봤다.“행사 끝나면 다음 출시 잡으실 거잖아요.”반박할 말이 없었다.나는 연차 계획서에 펜을 댔다. 쓸 날짜는 있었다. 종이달에 오기 전부터 비워 두던 날이었다.『11월 20일 금요일. 1일.』은채가 내 손 옆을 봤다.“하루만요?”“나머지는 아직 생각 중이에요.”“그날 무슨 날이에요?”“생일이요.”은채가 자기 계획서를 뒤집었다. 빈 뒷면에 날짜를 적더니 내 쪽으로 보여 줬다.『원지유 팀장 대행 생일. 연차.』“왜 거기다 적어요?”“그날 축하한다고 회사로 부르면 안 되니까요.”“축하는 전날 해도 돼요.”“알겠습니다. 전날 일찍 퇴근하시면 곤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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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행사 계획서

나는 서류철을 닫았다.“아직 생일에 뭘 할지 안 정했는데요.”“정하면 먼저 알려 주십시오.”“의장님도요.”시환이 가방 손잡이를 고쳐 잡았다.“내 쪽은 정해졌습니다.”내 손이 서류철 위에 그대로 남았다.‘뭘. 언제. 혼자 정하면 다냐.’입 밖으로 나온 말은 달랐다.“일단 팝업부터 끝내고요.”“네. 그게 먼저입니다.”시환은 더 말하지 않고 계단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닫은 서류철을 다시 열었다가, 날짜가 그대로 있는 것만 확인하고 내려놓았다.11월까지는 아직 한참이었다.그 전에 행사 계획서부터 끝내야 했다.▲7월 17일 금요일 아침, 나는 천막 안쪽에서 하늘을 올려다봤다.행사 계획서에는 비가 올 때 옮길 상자 위치까지 적혀 있었다. 그런데 골목 입구에 도착한 뒤로 빗방울은 한 번도 떨어지지 않았다.은채가 천막 기둥에 매단 현수막을 당겼다.“대행님, 해 나와요.”흐린 구름 사이로 빛이 들어왔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방수 덮개를 접었다.“덮개는 뒤쪽에 둬요. 바로 꺼낼 수 있게.”“안 쓰면 좋겠어요.”“저도요.”은채가 현수막 끝을 한 번 더 펴고 내려왔다.『종이달 여름 팝업』이번에는 팝이 맞았다.나는 마지막 글자까지 읽고 준비표에 확인 표시를 했다. 은채가 옆에서 내 손을 봤다.“저도 아침에 세 번 읽었어요.”“저는 한 번만 더 볼게요.”“이제 안 틀려요.”“알아요. 제 확인이에요.”은채는 현수막을 다시 올려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천막 뒤에서는 상자가 바닥에 닿는 소리가 났다. 시환이 빈 상자를 포개고 있었다. 셔츠 소매는 팔꿈치 아래까지 걷혀 있었고, 가방은 접이식 의자 위에 놓여 있었다.“의장님, 그쪽 상자는 반입 확인 끝난 거예요.”시환이 손을 멈췄다.“옮겨도 됩니까?”“네. 천막 밖으로 나가지만 않게 해 주세요. 비 오면 다시 써야 해서요.”“알겠습니다.”시환은 상자를 든 채 내가 가리킨 쪽으로 돌아갔다. 가격표도, 결제 기기도 건드리지 않았다.나는 행사 계획서를 집게로 고정했다.‘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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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결재 완료

나는 접은 준비표 끝을 손가락으로 눌렀다.“그럼 내일은 상자 담당 끝나고 따로 시간을 잡을게요.”“네.”“10분이요.”“부족하면 더 써도 됩니까?”준비표에 없던 질문이었다.나는 무릎 위 종이를 한 번 더 접었다. 이미 접힌 자리를 다시 접으려니 모서리만 구겨졌다.“들어 보고요.”“알겠습니다.”시환은 더 묻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덮개 끝을 확인하는 동안 접이식 의자를 포갰다.계단으로 걸어갈 때까지 내 손에는 준비표가 들려 있었다.내일 할 일은 다 적혀 있었다.행사 종료 뒤 10분만 빼고.▲7월 19일 일요일 아침, 사무실 문을 열자 채 대표가 책상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앞치마 끈이 바닥에 닿아 있었다. 나는 들고 온 서류철을 내려놓고 옆으로 갔다.“대표님, 뭐 떨어뜨리셨어요?”“아니. 이것 좀 봐요.”채 대표가 잎을 조심히 들어 올렸다.줄기 아래에 작고 초록색인 열매가 달려 있었다. 나는 허리를 굽혔다. 둥근 열매 끝에 마른 꽃이 붙어 있었다.“토마토네요.”“어제까지 못 봤는데.”채 대표는 손가락을 가까이 댔다가 거뒀다. 만지면 떨어질까 봐 그러는 듯했다.“첫 열매예요?”“네. 잎만 자꾸 커져서 걱정했어요.”나는 옆에 놓인 작은 화분도 봤다. 시환이 맡은 곁가지였다. 잎 사이로 노란 꽃이 벌어져 있었다.“여기도 꽃 폈어요.”채 대표가 몸을 돌렸다.“어떡해. 같은 날이네.”“꽃은 아직 열매가 아니잖아요.”“그래도 시작했잖아.”채 대표는 일어서면서 무릎에 묻은 흙을 털었다. 그러고는 작업복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사진 찍어야겠다. 지유 씨, 잎만 조금 들어 줘요.”나는 열매를 가리지 않게 잎을 들었다.채 대표는 큰 화분을 찍고 작은 화분도 찍었다. 화면을 확인한 뒤 내 쪽으로 보여 줬다.둘 다 잘 나왔다.“오늘 마지막 날인데 좋은 일 있겠죠?”“준비한 물량부터 다 팔고요.”“우리 거 예쁘잖아. 다 팔릴 거예요.”나는 웃으며 잎을 놓았다.그때 사무실 문이 열렸다. 시환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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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소집 통지서

시환은 휴대폰을 뒤집지 않았다. 화면이 꺼질 때까지 보고 있다가 가방을 내려놓았다.“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네.”나는 서류철을 책상 안쪽으로 밀었다. 은채는 포장 자재를 들고 창고에 내려갔고, 채 대표는 계산기를 끄다 말고 시환을 봤다.시환이 창가로 가서 전화를 걸었다.연결은 빨랐다.“전화 확인했습니다.”수화기 너머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시환은 창밖을 보면서 셔츠 소매를 내리지도, 더 걷지도 않았다.“종이달 행사가 있었습니다.”잠깐 말을 듣던 시환이 가방 손잡이에서 손을 뗐다.“안건을 문서로 보내십시오.”채 대표가 계산기 위에서 손을 멈췄다.“검토하고 답하겠습니다.”통화는 거기서 끝났다.나는 묻기 전에 손목으로 시선이 내려가는 걸 막았다. 일정이 밀렸는지 확인할 때가 아니었다.“무슨 일이에요?”“손창배 전무가 이사회를 소집하겠답니다.”“종이달 때문에요?”“네. 정확한 안건은 문서로 받겠습니다.”채 대표가 의자를 밀고 일어났다.“우리 오늘 다 팔았는데요.”“그 자료도 필요할 겁니다.”시환은 내 책상에 놓인 서류철을 봤다. 나는 방금 넣은 정산표를 다시 꺼내려다 멈췄다.아직 취소 건까지 맞춘 최종 자료는 아니었다. 급하다고 덜 확인한 걸 건넬 수는 없었다.“내일 오전에 마무리해서 드릴게요.”“네.”시환이 가방을 들었다. 나는 의자에 걸친 검정 재킷을 집었다.채 대표가 사무실 불을 하나씩 끄다가 우리 쪽을 봤다.“오늘은 여기까지 해요. 둘 다.”나는 서류철을 내려놓았다.시환도 더 달라고 하지 않았다.▲7월 20일 월요일, 출근하자 은채가 사무실 입구에서 내 팔을 붙잡았다.“대행님. 오셨어요.”“정산 안 맞아요?”“아니요. 이것부터 보세요.”은채가 휴대폰을 내밀었다.화면에는 작은 아기가 있었다. 하얀 천에 싸인 채 얼굴을 조금 찌푸리고 있었다. 머리에는 부드러운 모자가 씌워져 있었다.나는 가방을 내려놓기도 전에 화면을 가까이 봤다.“팀장님 아기예요?”“오늘 태어났대요. 엄마랑 아기 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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