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를 내밀자 우시환 대표의 손이 멈췄다.내 손은 멈추지 않았다. 멈추면 다시 가방에 넣을 것 같아서, 책상 가운데까지 밀었다.3월 3일 화요일 아침. 온빛타워 18층 대표실.나는 5년 동안 이 책상에 온갖 서류를 올렸다. 일정표, 회의 자료, 출장 결재판. 그중 내 이름이 맨 위에 적힌 서류는 처음이었다.시환은 펼쳐 놓았던 자료를 덮고 사직서를 읽었다.소속. 이름. 퇴사 희망일.그리고 사유.『대표님』세 글자였다.개인 사정이라고 쓸 수 있었다. 새로운 도전이라고 써도 됐다. 인사팀에서 좋아하는 문장은 얼마든지 있었다.그런데 마지막 칸까지 예쁘게 정리해 주고 싶지는 않았다.시환의 시선이 거기서 멈췄다.나는 손목시계를 보는 척했다. 시간을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대표실에 들어오기 전부터 몇 분이 지났는지 알고 있었다.3초쯤 뒤, 시환이 고개를 들었다.“수리합니다.”‘아니. 그렇게 쉽게.’입술 안쪽을 깨물었다.당연히 수리해야 했다. 붙잡으면 곤란했다. 곤란할 걸 알면서도, 이렇게 바로 끝나는 건 예상하지 못했다.“인수인계는 이번 달 말까지 마치겠습니다.”“알겠습니다.”“3월 31일까지 근무하는 것으로 인사팀에 전달하겠습니다.”“원지유 씨.”손목에서 시선을 떼었다.시환은 사직서 위에 손을 얹은 채 나를 보고 있었다. 늘 걷어 올린 셔츠 소매 아래로 손목이 보였다.“네, 대표님.”“일정은 인사팀과 정하십시오.”“네.”더 기다릴 말은 없었다.나는 결재판을 품에 붙이고 대표실을 나왔다. 문을 닫은 뒤에도 손잡이를 잠깐 놓지 못했다.‘끝. 됐다.’손잡이를 놓았다.‘그런데 왜 이렇게 됐지.’내 자리로 돌아오니 어제 수정한 일정표가 화면에 남아 있었다.3월 2일 월요일 저녁.『맞선』직접 적어 넣은 두 글자였다.장소를 확인하고, 이동 시간을 비우고, 앞선 회의가 길어지지 않게 자료까지 정리했다. 그 일을 다 끝낸 뒤에야 키보드에서 손을 뗐다.소개받을 상대의 이름보다 저녁 일정 옆에 적힌 말이 오래 보였다.그때
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2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