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안이 의식을 되찾았을 때, 누군가 그녀의 입안에 차가운 물을 쏟아붓고 있었다. 숨을 들이마시기도 전에 물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면서 거친 기침이 터졌고,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키려던 순간 양팔을 타고 날카로운 통증이 치밀었다. 손목은 의자 등받이 뒤쪽에 묶여 있었으며, 허리와 발목에도 구속구가 채워져 있어 조금만 움직여도 상처가 벌어지는 듯했다.머리 위에서는 낡은 전등이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습기로 검게 변한 벽과 녹슨 배수구, 바닥에 말라붙은 핏자국이 차례로 눈에 들어왔으며, 복도에서는 쇠문이 닫히는 소리와 누군가 고통을 참지 못하고 내지르는 비명이 간헐적으로 들려왔다.이안은 눈꺼풀을 완전히 들어 올리기 전에 자신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왼쪽 허벅지에는 피가 굳어붙은 붕대가 감겨 있었지만, 상처 안쪽에서 느껴지는 열기로 보아 제대로 치료받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뒤통수에서도 둔한 통증이 이어졌고, 입안에는 오래된 피 냄새가 남아 있었다.마지막 기억은 무너진 수로였다.정태식과 나머지 대원들이 들어간 좁은 통로가 암석으로 막혔고, 그들을 부르며 달려가던 자신에게 적들이 달려들었다. 누군가 손목을 짓밟았으며, 뒤통수에 강한 충격을 받은 뒤부터는 기억이 끊겨 있었다.그보다 앞서 김준호가 수로 아래로 떨어졌고, 오승필과 윤기석의 인식표는 적에게 빼앗겼다. 김준호가 마지막까지 품고 있던 여동생의 사진도 더 이상 그녀에게 남아 있지 않았다.이안은 전투복 안쪽을 확인하려다 손목을 묶은 끈이 살을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 인식표가 부딪히던 익숙한 금속음이 들리지 않자 가슴 한쪽이 서늘해졌지만, 그녀는 눈앞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억지로 호흡을 가다듬었다.“서이안 대위.”맞은편에 앉아 있던 남자가 서류철을 펼쳤다. 마흔 안팎으로 보이는 그는 검은 제복을 입고 있었지만 소속을 확인할 만한 표식은 달지 않았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와 말끔한 손톱은 이곳의 다른 무장병들과 어울리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이안의 이름을 부르는 한국어가 지나치게 자연스러웠다.“대한민국
최신 업데이트 : 2026-10-24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