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의 흰 빛이 접견실 바닥을 지나갔다.만년필 끝이 종이에 닿는 소리가 짧게 이어졌다.」“이 일지의 종이 일련번호는 누가 확인했습니까?”켈러 감사관의 손가락이 일지 마지막 장 아래쪽 모서리에 멈춰 있었다. 등대국이 찍어 내려보낸 작은 숫자가 거기 있었다.“제가 확인했습니다. 대조한 표도 있습니다.”나는 서류철에서 얇은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왼쪽 칸에는 일지 쪽마다 찍힌 일련번호, 가운데 칸에는 그 쪽의 날짜, 오른쪽 칸에는 같은 날 들어온 기름의 납품서 날짜를 적었다. 9월 2일부터 어제까지였다.“일련번호는 등대국이 인쇄해 보낸 것이라 제가 고칠 수 없습니다. 번호가 하나씩 올라갈 때 날짜도 하루씩 올라갑니다. 기름이 들어온 날은 납품서 날짜와 겹칩니다. 중간에 끼워 넣은 쪽이 있다면 번호든 날짜든 어딘가 어긋납니다.”켈러는 대조표를 받아 들지 않았다. 먼저 일지를 펼쳐 쪽마다 모서리의 번호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그러고 나서야 대조표를 옆에 놓고 맞춰 보았다. 회색 잉크 만년필이 번호마다 작은 점을 찍었다.접견실 안에서는 그 점 찍는 소리만 났다.클라우스는 맞은편 의자에 앉아 있었다. 다리를 꼬고, 꽃을 꽂은 옷깃을 손끝으로 만지고 있었다. 향이 탁자 너머까지 왔다.마지막 점을 찍은 켈러가 고개를 들었다.“빠진 번호도, 날짜가 거꾸로 간 쪽도 없습니다. 납품서 사본이 원본이 아니라는 표시도 확인했습니다.”“원본은 이틀 전 밤에 없어졌습니다. 사본은 도리가 날마다 베껴 둔 것입니다.”“그 점은 어제 들었습니다. 이 대조표는 언제 만들었습니까.”“감사 통지를 받은 날 밤부터입니다. 비스 해운이 위조를 걸었으니, 위조가 아니라는 걸 숫자로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다음.”켈러는 군더더기를 싫어했다. 나는 그게 고마웠다.*기름 시험 기록은 길지 않았다. 9월 4일, 기준 기름 30셈, 비스 해운 기름 12셈. 9월 7일, 수잔나 가게 기름 30셈. 그 뒤로 기름이 들어올 때마다 한 줄씩.켈러가 물었다.“숫자를 센 사람은
최신 업데이트 : 2026-10-25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