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터 사공이 되었더니 첫 배 손님이 다리 놓을 자리를 나에게 묻는다의 모든 챕터: 챕터 61 - 챕터 70

80 챕터

61화. 물러간 뒤

도원의 말이 끝나자 이장이 두 손으로 젖은 옷자락을 털었다. 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 뒤에 서 있던 마을 사람들도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다. 아이들은 어른들 소매를 붙들고 있었고, 노인들은 물가에서 한 걸음씩 물러났다.여울은 노를 배 안에 눕혔다. 손바닥에 붙은 젖은 천을 떼어 노 손잡이에 다시 감았다. 천이 물을 먹어 매듭이 잘 조여지지 않았다.“손잡이 천은 갈아야겠어요.”“제가 가져오겠습니다.”도원이 배에서 내려와 말했다. 여울은 고개를 저었다.“지금은 사람부터 살펴요. 다친 데 없는지 확인하고, 젖은 옷부터 갈아입혀야 해요.”도원은 모자를 벗어 물기를 털었다. 모자 끝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 그는 배 안의 사람들을 한 명씩 바라봤다.“몸을 다친 분이 있습니까?”“다친 사람은 없수. 다들 젖었을 뿐이야.”이장이 대답했다. 그는 동실 할머니와 아이를 살피고, 다른 노인에게도 몸이 괜찮은지 물었다. 대답을 들은 뒤에야 여울 쪽으로 돌아섰다.“사공님도 손을 봐야지.”“괜찮아요.”“괜찮다는 말은 나도 할 수 있수. 손바닥을 봐야지.”여울은 노를 배 안에 둔 채 손을 폈다. 손바닥은 불어 있었지만 피가 나지는 않았다. 도원이 옆에서 살폈다. 여울은 손을 다시 쥐고 배 밑에 고인 물을 확인했다.“배에 남은 물부터 비울게요. 널판에 물이 고이면 미끄러워요.”“사공님, 사람들은 내가 안쪽으로 데리고 가겠수.”이장은 마을 사람들에게 몸을 낮은 곳에 두지 말고, 쉴 자리를 찾아가라고 말했다. 탁순 할멈은 건너편에서 가져온 빈 그릇을 모아 두었다. 그릇 가장자리에 흙물이 묻어 있었다.“사람들 먼저 앉히고, 그릇은 나중에 닦아도 돼.”“국은 남았어요?”“솥에 조금 남았어. 다들 배를 채워야지.”“물부터 한 모금씩 드세요. 급하게 먹으면 속이 놀라요.”여울은 배 안에서 그릇을 꺼내 탁순 할멈에게 건넸다. 할멈은 그릇을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얘야, 네 손도 씻고 먹어. 물이 다 빠졌다고 몸까지 다 빠진 건 아니야.”“조금 있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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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화. 새 감독관

복도 끝에서 서기 하나가 기록판을 품에 안고 걸음을 재촉했다. 문턱을 넘기 전, 기록판 모서리에 끼워 둔 종이가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도원은 걸음을 멈추고 종이를 주웠다. 서기는 급히 다가와 두 손을 내밀었다.“감사합니다, 측량관님. 제가 정신이 없어서 그만.”“종이가 젖지는 않았습니다.”“그렇군요. 다행입니다.”서기는 종이를 받아 기록판 사이에 끼웠다. 도원은 그가 쥔 기록판을 보았다. 맨 위에는 다리 공사와 관련된 후보자 명단이 놓여 있었다. 도원의 이름이 아래쪽에 적혀 있었다.서기는 기록판을 가슴에 바짝 붙였다.“오늘 새 감독관님께 보고할 문서입니다. 미리 정리해 두면 편하실 겁니다.”“제가 제출한 안도 들어 있습니까?”“아직은 아닙니다. 먼저 올리면 다른 문서와 섞일 수 있어서요.”그는 말끝을 흐리고 옆방 쪽을 살폈다. 문 앞에 다른 서기 둘이 서 있었다. 한 사람은 묶은 장부를 들었고, 다른 사람은 빈 기록판을 들고 있었다. 둘 다 새 감독관의 방으로 들어갈 때를 기다리는 듯했다.도원은 품에 넣어 둔 도면을 꺼냈다. 물가에서 확인한 수심과 나루의 선착장 위치가 적혀 있었다. 종이가 접힌 자리에 흙이 조금 묻어 있었다. 그는 손바닥으로 흙을 털고 서기에게 내밀었다.“이 안을 먼저 올려 주십시오.”“제가 직접 올리면 되겠습니까?”“접수한 순서대로 올리면 됩니다.”서기는 도면을 받지 않고 기록판을 고쳐 잡았다.“새 감독관님께서는 문서가 많으면 직접 보시기 어렵습니다. 제가 요점을 정리해 올리면 더 빠를 겁니다.”“요점만 적으면 나루의 물길과 선착장 위치가 빠집니다.”“그런 부분은 별도 기록으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별도 기록이 붙기 전까지는 다리 아래에 선착장이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서기의 손이 기록판 모서리에서 멈췄다. 그는 도면에 묻은 흙을 바라봤다.“측량관님께서 직접 설명하시면 되겠군요.”“부르시면 들어가겠습니다.”서기는 도면을 받아 들었다. 종이를 접지 않도록 양손으로 받쳤다. 그때 다른 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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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화. 다리 도면

여울은 선착장 널판 위에 놓인 종이를 손바닥으로 눌렀다. 가장자리가 바람에 들렸다. 도원은 종이 한쪽을 돌로 눌러 두고 먹을 갈았다.“여기서 그리면 물이 튀어요.”여울이 말했다. 배가 널판에 닿을 때마다 물방울이 올라왔다. 도원은 종이를 들어 버드나무 아래 평상으로 옮겼다. 새남이 평상 한쪽을 닦고, 마른 천을 펴 놓았다.“이 정도면 괜찮겠습니까?”도원이 물었다.“물기만 안 닿으면 돼요.”도원은 붓을 종이 옆에 놓았다. 어깨에 걸친 측심 줄은 풀지 않았다. 납추가 허리께에 닿아 작은 소리를 냈다. 여울은 제 허리에 묶은 물때 매듭 줄을 풀어 평상 위에 놓았다.“먼저 물때 줄을 놓겠습니다. 배가 다니는 길부터 그려야 하니까요.”도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붓 대신 가는 막대기를 들어 종이 위에 댔다.“다리 후보지는 세 곳입니다. 상류 쪽, 지금 나루가 있는 자리, 하류 쪽입니다. 기존에 잰 물길만 보면 가운데가 가장 짧습니다.”“짧다는 이유만으로 정하면 안 돼요.”“그래서 다시 보러 왔습니다.”도원은 모자를 벗어 평상 모서리에 놓았다. 말하기 전 모자를 벗는 버릇은 그대로였다. 여울은 막대기 끝이 종이에 닿기 전에 손을 뻗어 멈췄다.“배가 오가는 길을 먼저 표시해야 해요. 여기서 바로 건너편으로 가는 배도 있고, 하류에서 돌아 들어오는 배도 있어요. 물이 높으면 이 널판 아래가 잠기고, 배는 안쪽으로 붙습니다.”“물때 매듭에는 그 변화가 어떻게 남습니까?”“매일 한 칸씩 묶어요. 물이 오른 날은 매듭에 작은 고리를 더 만들고, 내려간 날은 줄을 곧게 묶습니다. 높이만 적는 게 아니에요. 어느 쪽에서 물살이 밀었는지도 같이 표시해요.”여울은 줄을 풀어 매듭을 하나씩 짚었다. 도원은 종이 위에 강의 양쪽을 길게 그었다. 줄의 매듭을 볼 때마다 막대기로 물길을 표시했다. 여울은 손끝으로 매듭을 눌렀다.“이날은 바람이 없었는데도 배가 하류 쪽으로 밀렸어요. 윗마을 쪽에서 물이 들어왔거든요. 겉으로 보면 물이 잠잠해도 배를 세우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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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화. 사공의 일

도원은 버들주막 평상에 도면을 펼쳐 두었다. 종이 모서리는 국솥에서 올라온 김에 조금 말려 있었다. 여울이 빈 그릇을 치우고 돌을 올려 눌렀다.“국물 그릇은 종이에서 멀리 둬요.”“알겠습니다.”도원은 붓과 먹을 평상 끝으로 옮겼다. 모자를 벗어 옆에 놓고, 펼친 도면을 손바닥으로 눌렀다. 조합원들은 평상 2개를 둘러싸고 앉아 있었다. 달삼은 모자를 무릎에 올렸고, 하돌은 담뱃대를 손에 쥔 채 도면을 살폈다. 새남은 주막 문 옆에 서서 사람들 얼굴을 번갈아 봤다.“오늘은 도면에 적힌 안을 먼저 듣겠습니다.”여울이 말했다.“다리지기를 사공이 맡는다는 게 무슨 뜻인지부터요.”도원은 고개를 끄덕였다.“다리 위와 계단, 선착장 주변을 살피는 일입니다. 배가 드나드는 길을 막는 것이 없는지 확인하고, 물이 높아지거나 낮아졌을 때 다리 아래를 점검합니다. 다리만 보는 일이 아니라 선착장과 배가 함께 다닐 수 있도록 관리하는 일입니다.”하돌이 담뱃대를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그러니까 다리도 보고 배도 보라는 거네.”“네. 나루를 없애지 않고 다리를 놓으려면, 배가 대는 자리도 다리의 일부로 다뤄야 합니다.”“그 일은 사공이 맡아야 한다는 말인가?”“사공이 맡는 편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물때와 배의 길을 아는 사람이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도원은 손가락을 도면의 선착장 쪽에 댔다. 여울은 종이가 들리지 않게 모서리를 눌렀다.“다리 아래 계단으로 내려오면 물가에 닿습니다. 계단 끝에는 짐을 내려둘 자리를 두고, 배는 이쪽 물길로 들어오게 그렸습니다. 다만 위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물이 높을 때와 낮을 때를 다시 살펴야 합니다.”“자리가 정해지지 않았는데 사람부터 정하자는 건가?”하돌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또렷했다. 도원은 손가락을 거두었다.“사람을 먼저 정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리지기가 맡을 일을 먼저 설명하고, 사공들이 맡을 수 있는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맡을 수 있느냐고 물으면서 벌써 도면에 사공을 넣었잖아.”달삼이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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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화. 윤 판관의 부름

대청 문턱을 넘자 여울의 발에 묻은 흙이 나무 바닥에 조금 떨어졌다. 여울은 문지방 옆에 멈춰 서서 신발 밑을 살폈다. 마당에서 따라온 하인이 바닥을 닦으려 했지만, 여울은 먼저 무릎을 굽혀 흙을 손끝으로 모았다.“제가 치우겠습니다.”“그대로 두십시오.”안쪽에서 윤 판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울은 손을 거두고 허리를 폈다. 대청 끝에 윤 판관이 앉아 있었다. 단정한 도포의 소매가 무릎 위에 가지런했다. 그 앞에는 찻잔이 하나 놓여 있었다. 김은 없었다.도원은 여울의 뒤에 서 있었다. 윤 판관은 아들을 보지 않은 채 말했다.“너는 밖에 있게.”“아버지, 여울 씨를 부르신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제가 함께 듣겠습니다.”“그 아이와 할 말이 있다.”“저도 그 일과 관련되어 있습니다.”윤 판관이 찻잔 옆에 손을 얹었다. 잔은 움직이지 않았다.“관련이 있다고 해서 네가 대신 답할 일은 아니네. 밖에 있게.”도원은 여울을 봤다. 여울은 도원의 눈을 잠깐 마주하고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제가 듣겠습니다.”“여울 씨.”“불러서 오라고 하신 분이 계시잖아요.”도원은 입을 다물었다. 모자를 벗어 손에 들었다. 손가락이 모자 가장자리를 한 번 눌렀다.“제가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기다리지 말고 돌아가게.”“아버지.”“내 말을 듣지 않을 생각이냐?”도원은 더 말하지 않았다. 여울 옆을 지나 대청에서 나갔다. 문밖에서 발소리가 멎었다. 여울은 그쪽을 돌아보지 않고 윤 판관 앞으로 걸어갔다.“앉게.”윤 판관이 맞은편 자리를 가리켰다. 여울은 치마자락을 정리해 자리에 앉았다. 무릎에 손을 얹었다. 손바닥의 굳은살이 옷감에 걸렸다.“차를 마시게.”여울은 잔을 들었다. 손가락에 닿은 찻잔은 차가웠다. 한 모금 마셨다. 찻물도 식어 있었다. 여울은 잔을 내려놓고 윤 판관을 보았다.“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부르셨습니까?”윤 판관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대청 밖에서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마당을 쓸던 빗자루가 바닥을 긁다가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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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화. 거스름 항아리 값

윤 판관의 말이 끝난 뒤에도 여울은 찻잔에 손을 대지 않았다. 따뜻한 물을 마신 사발만 탁자 한쪽에 남아 있었다.“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네.”윤 판관이 먼저 입을 열었다.“네가 도원 곁에 서면, 사람들은 네가 아들의 힘을 빌렸다고 할 걸세.”“그럴 수 있습니다.”“그런 말을 듣고도 계속하겠다는 건가?”“제가 한 일을 설명할 수 있으면 됩니다. 설명할 수 없는 일을 했다면 그건 고쳐야 하고요.”여울은 무릎 위에 놓은 손을 내려다봤다. 굳은살이 박인 손바닥 한가운데로 치맛자락의 올이 걸렸다. 여울은 손가락을 펴서 옷감을 매만졌다.“윤 판관님은 나루를 남기는 일을 사사로운 부탁으로 보십니까?”“다리가 놓이면 나루를 닫는 게 지금 정해진 일이지.”“그 정해진 일을 바꾸려면 누구에게 말씀드려야 합니까?”“심의장에 올려야 하네. 하지만 심의에 올린다고 다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야.”“그건 알고 있습니다.”“알면서도 도원과 함께 안을 만들겠다고 했나?”“네.”윤 판관은 손을 들어 찻잔을 잡았다. 입에 대지는 않았다. 손가락으로 잔을 조금 돌리고는 다시 내려놓았다.“자네는 내가 왜 뱃삯을 4푼으로 정했는지 아나?”여울은 시선을 들었다.“모릅니다.”“그전에는 나루마다 삯이 달랐네. 배를 갈아타야 하는 곳은 한 번 건널 때마다 돈이 더 들었지. 강물이 불면 배를 띄우기 어렵다는 이유로 삯을 올리는 곳도 있었고.”“물때가 달라지면 품이 더 드는 건 사실입니다.”“그렇다고 건너는 사람에게 그 값을 다 물릴 수는 없네.”윤 판관은 찻잔에서 손을 뗐다. 짙은 눈썹 아래로 시선이 잠깐 내려갔다.“20년 전 일이네. 나는 나루 삯을 정리하는 일을 맡고 있었어. 그때는 삯을 올리는 안에 내 이름도 들어갔지.”여울의 손이 옷자락 위에서 멈췄다.“얼마나 올렸습니까?”“사람 하나에 6푼이었네.”대청 안에서 바닥을 쓸던 빗자루 소리가 났다. 문밖에서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윤 판관은 그쪽을 돌아보지 않았다.“그 삯을 정한 뒤에 한 어머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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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화. 반대

윤 판관은 대청 탁자에 손을 올린 채 도원을 바라봤다. 차는 손대지 않은 채 식어 있었다. 문밖에서 바람이 들 때마다 처마 밑 발이 가볍게 부딪혔다.도원은 모자를 벗어 무릎 위에 놓았다. 손목의 먹줄 자국이 소매 끝에 드러났다.“아버지께서 여울 씨를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그 아이를 부른 일은 이미 끝났네.”“무슨 말씀을 하셨습니까?”“다리를 놓기로 한 일과 자네가 그 아이 곁에 서 있는 일은 별개라고 했네.”“그렇게 들었습니다.”“그런데도 혼인 이야기를 꺼내려는 건가?”도원은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모자 테를 손가락으로 눌렀다가 손을 뗐다.“네.”윤 판관은 도원의 손을 보았다.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모자 테가 휘어 있었다. 도원은 손을 펴고 모자를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내가 분명히 말했네. 그 아이는 자네와 맞지 않아.”“어떤 점이 맞지 않습니까?”“신분이 다르지.”윤 판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는 탁자 위 찻잔을 손가락으로 밀었다. 잔이 짧게 움직이고 멈췄다.“자네는 윤 판관의 외아들이네. 수운청에서 다리 공사를 맡고 있어. 그 아이는 나루 사공이고, 아버지의 빚을 갚으며 배를 몰지. 둘의 자리가 같다고 생각하나?”“자리가 같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그런데 혼인을 하겠다는 건가?”“여울 씨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 일을 낮게 보지 않습니다.”“낮게 보지 않는다고 해서 자네 집안이 그 아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야.”“그 점은 알고 있습니다.”“알면서 고집을 부리는군.”“제 뜻을 말씀드리려는 겁니다.”윤 판관은 몸을 등받이에 기대지 않았다. 두 손을 탁자 위에 두고 도원을 마주했다.“자네가 그 아이를 돕는 일은 이미 지나쳤네. 다리 도면에 나루를 넣고, 사공들을 다리지기로 세우겠다고 했지. 이제 그 아이와 혼인까지 하겠다고 하면 사람들이 무엇이라 하겠나?”“사람들이 하는 말은 제가 감당하겠습니다.”“그 아이가 감당해야 할 말까지 자네가 대신 감당할 수는 없어.”도원은 고개를 조금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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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화. 정 부인

첫 종이 울리기 전, 여울은 선착장 말뚝에 감긴 밧줄을 풀었다. 밤새 젖은 밧줄에서 물비린내가 났다. 널판 아래 물은 잔잔했지만, 강 가운데로는 흐름이 조금 빨랐다.새남이 배 안에서 노를 정리하다가 손을 멈췄다.“사공님, 저분 손님 맞죠?”여울은 새남의 시선이 향한 곳을 보았다. 버드나무 세 그루 아래에 여인이 서 있었다. 나루에 오는 사람들처럼 보따리를 들고 있지는 않았다. 옷차림은 단정했지만 치맛자락 끝에 먼지가 묻어 있었다. 여인은 말없이 강을 바라보다가 여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여울은 밧줄을 말뚝에 걸고 다가갔다.“첫 배 타시겠어요?”“그래도 되겠습니까?”“건너실 거면 타세요. 뱃삯은 4푼입니다.”여인은 소매 끝을 여며 잡았다. 손에 쥔 것이 있는 듯 손가락이 잠시 안쪽을 눌렀다.“사공 아가씨가 한여울 씨인가요?”“그렇습니다.”“저는 정 부인이라고 합니다. 윤도원의 어머니예요.”여울은 고개를 숙였다. 정 부인은 도원의 어머니였다. 여울은 도원에게서 어머니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다. 묻지 않았으니 듣지 못했다.“타세요.”정 부인은 곧장 배에 오르지 않았다. 선착장 널판과 배 사이를 내려다봤다. 널판은 물 높이에 따라 조금씩 기울었다. 정 부인은 치맛자락을 한 손으로 잡고 발을 올렸다. 배가 흔들리자 여울은 밧줄을 쥔 손에 힘을 줬다.“발을 가운데에 두세요. 아직 노를 떼지 않았습니다.”“알겠어요.”정 부인이 배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 새남은 맞은편에 앉아 무릎 위에 노를 놓았다. 여울은 손님이 둘이 아닌 것을 확인한 뒤, 뱃삯을 받으려고 손을 내밀었다.정 부인은 4푼을 여울의 손바닥에 놓았다. 동전이 부딪혀 작은 소리를 냈다.여울은 뱃삯을 허리춤 주머니에 넣고 배에 올랐다. 말뚝에 걸린 밧줄을 풀자 새남이 노를 잡았다.“첫 종 울리면 밀어.”“네.”종이 울렸다. 여울은 노를 물에 넣었다. 배가 선착장에서 떨어졌다. 새남의 노가 물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옆으로 미끄러졌다.“새남아, 손목을 낮춰.”“네. 죄송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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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화. 물 위의 약조

정 부인의 말이 끝난 뒤에도 여울은 곧 대답하지 않았다. 정 부인의 손수건 안에는 종이 모서리가 조금 솟아 있었다. 여울은 낡은 표를 더 묻지 않았다. 표가 오래되었다는 말이면 충분했다.멀리 서 있던 도원이 선착장 쪽으로 걸어왔다. 어깨에는 측심 줄이 걸려 있었고, 손에는 납추가 들려 있었다. 그는 여울과 정 부인을 번갈아 본 뒤 모자를 벗었다.“어머니, 먼저 가세요.”정 부인은 대답 대신 손수건을 소매 안에 넣었다. 새남의 소매 끝을 눈으로 살피더니 엿이 빠지지 않았는지 물었다.“잘 들어 있습니다.”“다행이네요.”정 부인은 여울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여울도 허리를 조금 굽혔다. 정 부인은 버드나무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몇 걸음 뒤에 멈춰 아들을 바라봤지만 부르지는 않았다. 도원은 어머니가 시선을 거둘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새남은 여울을 힐끗 보았다.“사공님, 밧줄 제가 다시 감을게요.”“말뚝에 걸어 둬. 배가 밀리지 않게.”“네.”새남은 배 안으로 들어가 노를 거뒀다. 여울은 도원의 어깨에 걸린 줄을 보았다. 줄 아래쪽이 젖어 있었고 납추에는 강바닥의 검은 흙이 묻었다.“측량관님은 왜 집에 안 돌아가세요?”도원은 모자를 들고 있던 손을 내렸다. 잠시 여울을 바라본 뒤 대답했다.“집에서 나왔습니다.”새남이 배 안에서 고개를 들었다. 노를 정리하던 손이 멈췄다.“아버지께서 나가라고 하셨습니까?”“네.”“짐은요?”“필요한 것만 가지고 나왔습니다.”“어디서 지내실 생각이에요?”도원은 줄을 한 번 감았다. 모자가 없을 때 말하기 전 줄을 감는 버릇이었다.“나루 근처에 방을 구하겠습니다.”새남은 배에서 내려 널판을 밟았다.“사공들이 쉬는 집에 빈방이 있어요. 오래 비워 둔 방이라 먼지가 좀 있을 텐데, 치우면 잘 수 있습니다.”“그곳을 써도 됩니까?”“제가 정하는 방은 아니지만, 비어 있습니다. 주인한테 제가 말해 볼게요.”여울은 새남을 보았다.“네가 먼저 가서 확인해. 마음대로 약속하지 말고.”“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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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화. 폐쇄 기한

수운청 문지기가 문 앞에 놓인 서류를 보며 말했다.“안으로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심의 자리는 열흘 뒤입니다. 그때 오십시오.”“그날 전에 자료를 확인해야 합니다.”여울은 문지기 앞에 선 채 대답했다. 팔월 초닷새, 수운청 앞에는 사공들이 모여 있었다. 달삼은 넓은 어깨로 문지기의 시선을 막았고, 하돌은 담뱃대를 쥔 손을 허리 뒤로 감췄다. 새남은 사람들 뒤에 서서 여울의 허리춤에 걸린 물때 매듭 줄을 살폈다.도원은 여울 옆에 있었다. 어깨에 측심 줄을 걸고, 접은 서류 묶음을 한 손에 들었다. 모자를 쓴 채 문지기와 마주하고 있었다.“저희는 심의를 열어 달라고 온 게 아닙니다. 심의에 올라갈 자료가 무엇인지, 사공 이름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러 왔습니다.”도원이 말했다.“자료는 담당자에게 맡기고 가면 됩니다.”문지기는 도원이 내민 서류를 받지 않았다. 손바닥만 문 쪽으로 펴 보였다.“사공들이 단체로 몰려오면 관청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앞을 비켜 주십시오.”달삼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누가 몰려왔다는 거야? 이름을 올려 달라고 온 사람들이야.”“이보게. 목소리부터 낮춰.”하돌이 담뱃대를 손에 굴리며 말했다.달삼은 하돌을 돌아보지 않았다.“목소리 낮추면 이름도 안 보이게 적을 거 아니야.”“달삼, 아직 서류도 안 봤어.”“못 보게 막고 있잖아.”문지기는 다시 여울을 보았다.“사공님, 여기서 더 기다리셔도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여울은 문지기의 손을 보았다. 문 앞을 막고 있던 손가락이 조금씩 오므라들고 있었다. 옆으로 비켜 주려는 듯하다가, 다시 문살을 짚었다.“문 안으로 들어가겠다고 한 적 없습니다.”여울이 말했다.“그럼 돌아가십시오.”“자료를 보여 달라고 했습니다.”“관청 서류는 함부로 볼 수 없습니다.”“심의에 올라갈 자료라면 저희 이름이 들어갔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다리가 놓이면 이 나루가 닫힐 수 있으니까요.”문지기의 눈이 여울의 허리춤으로 내려갔다. 물때 매듭 줄이 옷자락에 닿아 있었다. 여울은 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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