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혁이 누워야 할 자리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하윤은 습관처럼 손을 뻗어 옆자리를 더듬다가 텅 빈 이불을 움켜쥐었다. 남편이 새벽에라도 돌아왔다면 자신을 깨우지 않고 잠들었을지 모른다는 어리석은 기대가 남아 있었지만, 베개에는 그의 머리카락 한 올조차 보이지 않았다.어젯밤 남편이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떠올랐다.결혼기념일을 그렇게까지 중요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느냐고, 회사 일에 지쳐 있는 자신을 이해해 달라고 했던 말이었다.하윤은 그 말을 들었을 때도 남편을 미워하지 못했다.그가 정말 힘든가 보다 생각했고, 자신이 조금 더 이해하면 된다고 믿었다. 언젠가 모든 것이 정리되면 둘이 함께 여행도 가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손을 잡고 거리를 걸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그런데 남편은 다른 여자와 약혼했다.하윤은 이불을 밀어 내고 침대에서 내려왔다.욕실 거울에 비친 얼굴은 낯설 만큼 초췌했다. 밤새 울어 눈꺼풀이 부어 있었고, 입술은 말라 갈라져 있었지만, 그런 모습으로 남편 앞에 서고 싶지 않아 찬물로 얼굴을 씻었다.시혁이 돌아오면 먼저 물어볼 생각이었다.어젯밤 발표는 무엇이었는지, 왜 자신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지, 백유리와는 어떤 관계인지.그리고 가장 두려운 질문도 해야 했다.아직 나를 사랑하느냐고.그 질문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차올랐다.사랑하지 않는다는 대답을 들을까 봐 무서웠다.하윤은 세면대 가장자리를 붙잡고 한참 동안 고개를 숙였다가 부엌으로 향했다.냉장고 안에는 전날 준비한 케이크가 그대로 있었다.*우리의 세 번째 봄.*하윤은 그 문구를 바라보다가 상자를 꺼냈다.삼 년 전 결혼식에서 시혁은 앞으로 맞이할 모든 봄을 함께 보내자고 약속했다. 그 말을 잊지 못해 하윤은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봄을 떠올리게 하는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올해는 직접 주문한 케이크와 만년필이었다.시혁이 오래 사용하던 만년필이 고장 났다는 말을 듣고 몇 주 동안 같은 모델을 찾아다녔다. 손잡이에 남편의 이름을 새길까 고민하다가, 혹
最終更新日 : 2026-10-29 続きを読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