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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Auteur: 해월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10-29 22:50:05

하윤은 통화 직후 기억나는 말을 한 문장씩 적어 내려갔다.

*강시혁, 백유리와의 약혼 사실 인정.*

*결혼기념일의 의미를 부정.*

*우리 관계를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지시.*

*회사와 자신의 지위를 이유로 침묵 요구.*

마지막 문장을 입력하던 손이 잠시 멈췄다.

*괜한 소란을 일으키면 넘어가지 않겠다고 경고.*

하윤은 문장을 지우지 않았다.

그것은 사랑하는 남편에게서 처음 들은 협박에 가까운 말이었다.

그녀는 메모를 저장한 뒤 휴대전화를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남편을 위해 준비한 선물 상자를 집어 들었다.

리본을 풀자 만년필과 카드가 나왔다.

하윤은 카드의 마지막 문장을 읽었다.

*서로의 이름을 마음껏 부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카드 끝을 손끝으로 눌렀다.

삼 년 동안 남편의 이름을 사랑한다고 불렀지만, 세상 사람들 앞에서는 그 이름 옆에 자신의 이름을 놓을 수 없었다.

그런데 백유리는 단 하루 만에 수많은 사람 앞에서 강시혁의 약혼녀가 되었다.

하윤은 카드를 찢지 않았다.

만년필도 버리지 않았다.

그녀는 선물 상자를 다시 닫아 식탁 한쪽에 놓았다.

아직은 남편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었다.

왜 자신에게 그토록 잔인한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그 선택을 하면서도 삼 년의 결혼생활을 조금이라도 떠올렸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 마음이 남아 있다는 사실조차 비참했지만, 하윤은 자신이 아직 시혁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

밤 열한 시가 지나자 집 안은 완전히 조용해졌다.

하윤은 식탁의 음식을 하나씩 밀폐용기에 담았다.

남편이 좋아하는 고기 요리는 이미 식어 기름이 굳어 있었고, 직접 준비한 수프에는 얇은 막이 생겼다.

그녀는 용기를 냉장고에 넣다가 가운데 칸에 놓인 케이크 상자를 발견했다.

*우리의 세 번째 봄.*

하윤은 상자를 꺼내 식탁에 올려놓았다.

작은 케이크 위에는 흰색 크림으로 장식한 꽃이 놓여 있었고, 그 아래에 두 사람이 함께 맞은 세 번째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하윤은 초 하나를 꺼냈다.

처음에는 케이크에 꽂으려 했지만, 손을 멈췄다.

초를 켜고 싶지 않았다.

혼자서 축하 노래를 부르고 싶지도 않았다.

남편이 다른 여자와 약혼한 날, 자신만의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는 일이 너무 비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초를 다시 상자에 넣었다.

그러나 케이크를 버리지는 못했다.

냉장고 문을 열어 원래 있던 자리에 밀어 넣고 나서야 하윤은 천천히 문을 닫았다.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윤은 거실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를 바라보았다.

뉴스 화면에서는 여전히 시혁과 백유리의 약혼 발표가 반복되고 있었다.

그녀는 영상을 다시 재생했다.

시혁이 백유리의 손을 잡는 장면에서 화면을 멈췄다.

남편의 표정은 편안했다.

자신에게 결혼 사실을 숨겨야 한다고 말하던 날에는 그렇게 굳은 얼굴이었으면서, 백유리와의 약혼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는 조금도 불안해 보이지 않았다.

하윤은 화면 속 남편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 손이 오늘 아침까지 자신과 같은 집에서 생활하던 남자의 손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휴대전화 화면을 끄려던 순간, 시혁이 보냈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알아. 축하해.*

하윤은 메시지를 다시 열었다.

남편이 결혼기념일을 기억하고 보낸 말이라고 믿었지만, 이제는 그 짧은 문장이 다른 의미로 읽혔다.

그날 시혁에게 가장 중요한 축하는 결혼기념일이 아니라 백유리의 귀국과 약혼 발표였을지도 몰랐다.

하윤은 메시지를 삭제하지 않았다.

대신 약혼 발표 영상과 함께 보관할 폴더에 캡처를 저장했다.

남편의 말이 어떤 의미였는지 아직 단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그 말을 받고 행복해했던 순간만큼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하윤은 휴대전화 화면에 나타난 날짜를 바라보았다.

결혼 3주년.

남편이 다른 여자와 약혼한 날.

두 사건은 이제 같은 날짜로 남게 되었다.

그녀는 그 사실을 메모장 마지막 줄에 덧붙였다.

*오늘은 우리의 결혼기념일이었다.*

그리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그 아래에 다시 적었다.

*강시혁은 오늘 백유리와 약혼했다.*

***

자정이 가까워졌을 때, 하윤은 침실로 들어갔다.

침대 한쪽은 비어 있었다.

시혁의 베개는 아침에 정리해 둔 모습 그대로였고, 침대 옆 협탁에는 그가 어젯밤 읽다 만 서류가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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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은 우리의 결혼을 숨겼다   10화

    시혁이 누워야 할 자리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하윤은 습관처럼 손을 뻗어 옆자리를 더듬다가 텅 빈 이불을 움켜쥐었다. 남편이 새벽에라도 돌아왔다면 자신을 깨우지 않고 잠들었을지 모른다는 어리석은 기대가 남아 있었지만, 베개에는 그의 머리카락 한 올조차 보이지 않았다.어젯밤 남편이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떠올랐다.결혼기념일을 그렇게까지 중요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느냐고, 회사 일에 지쳐 있는 자신을 이해해 달라고 했던 말이었다.하윤은 그 말을 들었을 때도 남편을 미워하지 못했다.그가 정말 힘든가 보다 생각했고, 자신이 조금 더 이해하면 된다고 믿었다. 언젠가 모든 것이 정리되면 둘이 함께 여행도 가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손을 잡고 거리를 걸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그런데 남편은 다른 여자와 약혼했다.하윤은 이불을 밀어 내고 침대에서 내려왔다.욕실 거울에 비친 얼굴은 낯설 만큼 초췌했다. 밤새 울어 눈꺼풀이 부어 있었고, 입술은 말라 갈라져 있었지만, 그런 모습으로 남편 앞에 서고 싶지 않아 찬물로 얼굴을 씻었다.시혁이 돌아오면 먼저 물어볼 생각이었다.어젯밤 발표는 무엇이었는지, 왜 자신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지, 백유리와는 어떤 관계인지.그리고 가장 두려운 질문도 해야 했다.아직 나를 사랑하느냐고.그 질문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차올랐다.사랑하지 않는다는 대답을 들을까 봐 무서웠다.하윤은 세면대 가장자리를 붙잡고 한참 동안 고개를 숙였다가 부엌으로 향했다.냉장고 안에는 전날 준비한 케이크가 그대로 있었다.*우리의 세 번째 봄.*하윤은 그 문구를 바라보다가 상자를 꺼냈다.삼 년 전 결혼식에서 시혁은 앞으로 맞이할 모든 봄을 함께 보내자고 약속했다. 그 말을 잊지 못해 하윤은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봄을 떠올리게 하는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올해는 직접 주문한 케이크와 만년필이었다.시혁이 오래 사용하던 만년필이 고장 났다는 말을 듣고 몇 주 동안 같은 모델을 찾아다녔다. 손잡이에 남편의 이름을 새길까 고민하다가, 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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