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을 기다린 이무기가 미쳤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 - チャプター 10

15 チャプター

1화

현무령은 천 년 전, 자신이 구한 인간들에게 영원히 죽지 못하는 형벌을 선물 받았다.그날 산을 가로지르던 물길이 무너졌을 때, 인간들은 그를 신이라 부르며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산비탈을 무너뜨린 흙탕물이 마을을 삼키고, 집채만 한 바위들이 물살에 휩쓸려 내려오는 동안에도 그들은 강가에 엎드려 그의 이름을 불렀다.무령은 그 울음소리를 외면하지 못했다.아직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였지만, 천 년 가까이 수련하며 쌓은 힘으로 물길을 붙들 수는 있었다. 다만 산맥 사이에서 무너져 내리는 물의 문을 막으려면 자신의 몸을 그 틈에 밀어 넣어야 했고, 얼마나 오래 버텨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그가 망설이는 사이, 강가에 있던 여인이 어린아이를 높은 바위 위로 밀어 올렸다. 아이는 살아남았으나 여인은 밀려드는 흙탕물에 휩쓸렸고, 무령이 몸을 움직였을 때에는 이미 물 아래로 사라진 뒤였다.무령은 그날 자신의 승천을 미루었다.거대한 몸을 산맥 사이에 밀어 넣자 무너진 물길이 그의 비늘을 때렸다. 등줄기를 따라 바위가 쏟아지고, 물살에 뜯겨 나간 비늘 사이로 피가 흘렀지만, 그는 인간들이 높은 곳으로 피할 때까지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사흘 뒤 물이 잠잠해졌을 때, 살아남은 제관들이 그에게 찾아왔다.그들은 물의 문이 다시 열리지 않도록 잠시 그 자리를 지켜 달라고 청했다. 천계의 인장을 받아 물길을 안정시키면 봉인을 풀겠다는 약속이었고, 인간들이 모두 안전해질 때까지만 기다려 달라는 말도 덧붙였다.무령은 그들의 청을 받아들였다.제관들이 가져온 붉은 인장을 자신의 역린에 새길 때에도 의심하지 않았고, 목에 쇠사슬이 감기기 시작했을 때에는 물길을 붙들기 위한 장치라고 여겼다.그러나 마지막 인장이 박히는 순간, 그는 자신의 몸에서 무언가가 끊어지는 것을 느꼈다.산맥 사이에 눌려 있던 거대한 몸이 아래로 끌려 내려갔고, 쇠사슬은 목과 척추를 휘감으며 바위 깊숙이 뿌리를 내렸다. 그제야 무령은 인장에 새겨진 글자를 읽었다.물의 문을 지키는 자는 영원히 그 자리를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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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구백 년째 되던 겨울, 얼음이 깨지며 아이 하나가 물속으로 떨어진 적이 있었다.아이는 한참 동안 살려 달라고 외쳤다. 얼음 가장자리를 붙잡으려는 작은 손이 몇 번이나 미끄러졌고, 무령이 몸을 조금만 움직였더라면 아이는 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그러나 그는 끝내 눈을 뜨지 않았다.그날 이후 무령은 인간의 울음소리를 듣지 않으려 했다.그렇게 천 년이 흘렀다.겨울의 흑룡담은 거대한 검은 거울처럼 얼어붙어 있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바람이 호수 위의 눈을 쓸어 갔고, 북쪽 기슭에는 오래전 무너진 제단의 돌기둥만 비스듬히 남아 있었다.무령은 그 아래 깊은 물속에서 눈을 감고 있었다.거대한 몸은 바위 사이에 웅크려 있었으며, 목에서 시작된 쇠사슬은 등줄기와 꼬리를 지나 호수 밑바닥의 봉인석으로 이어져 있었다. 금빛 눈동자가 감긴 얼굴은 오래된 석상처럼 움직이지 않았지만, 역린 아래에서는 붉은 인장이 그의 숨결에 맞춰 희미하게 빛났다.그날 밤에도 그는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았다.그런데 얼음 위에서 급하게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처음에는 산짐승인 줄 알았다. 그러나 발소리 사이로 아이의 울음과 여자의 가쁜 숨소리가 섞이자, 무령은 눈꺼풀을 미세하게 움직였다.“조금만 더 가자. 저 돌기둥이 보이지? 거기까지만 가면 돼.”여자는 숨을 제대로 고르지도 못하면서 아이를 달래고 있었다. 한쪽 발을 끌고 있어 걸음이 고르지 않았고, 아이가 미끄러질 때마다 멈춰 서는 바람에 뒤따라오는 발소리와의 거리가 빠르게 좁혀졌다.“서하! 더 도망쳐 봐야 소용없다!”남자의 고함이 얼음 위를 가로질렀다.무령은 그 이름을 들었다.서하.낯선 인간의 이름이었다. 오래전부터 인간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았으므로 굳이 되새길 이유도 없었지만, 그는 무심코 그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감각을 뻗었다.호수 북쪽으로 이어지는 물길이 희미하게 흔들렸다.서하와 아이는 무너진 제단을 향해 달리고 있었고, 그 뒤에서는 세 명의 남자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따라오고 있었다. 맨 앞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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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이 아이는 아무 잘못도 없어요.”서하의 목소리가 떨렸지만, 그녀는 남자들 앞에서 물러서지 않았다.“저를 데려가세요. 시키는 대로 할 테니까 아이만 보내 주세요.”“둘 다 데려오라는 명령이다.”남자가 한 걸음 다가서자 서하는 아이를 옆으로 밀어냈다. 그러나 도망칠 길을 막으려고 돌아섰던 다른 남자가 이미 오른쪽에 도착해 있었고, 아이는 두 남자 사이에서 움직이지 못했다.무령은 눈을 떴다.검은 물속에 금빛이 번졌다.그가 호수와 이어진 물길을 따라 물거울을 열자 얼음 위의 풍경이 흐릿하게 떠올랐다. 물거울에 비친 서하는 피가 묻은 옷자락을 움켜쥔 채 아이 앞에 서 있었고, 추위에 질린 얼굴에는 눈발이 달라붙어 있었다.그녀는 생각보다 젊었다.다친 오른쪽 다리의 옷감은 무릎 아래까지 찢어져 있었으며, 발목에서 흘러내린 피가 신발을 적시고 있었다. 그 상태로 호수까지 달려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상처가 깊어 보였지만, 서하는 아이가 자신의 뒤로 숨을 수 있도록 두 팔을 벌렸다.맨 앞의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비켜라.”서하는 고개를 저었다.남자가 그녀의 팔을 붙잡는 순간, 서하는 몸을 비틀어 손아귀를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다친 다리가 버티지 못하면서 한쪽 무릎이 꺾였고, 남자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녀의 팔을 등 뒤로 꺾었다.서하의 입에서 억눌린 신음이 흘러나왔다.아이가 달려들려고 하자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오지 마. 저쪽으로 가!”그녀가 가리킨 곳은 제단의 돌기둥이 있는 북쪽이었다.남자는 서하의 팔을 붙잡은 채 다른 손으로 아이를 잡으려 했다. 그러자 그녀는 남자의 발목을 걷어차며 몸을 돌렸고,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은 남자가 욕설을 내뱉었다.그의 손에서 벗어난 서하는 아이의 등을 힘껏 밀었다.“뛰어!”아이는 몇 걸음 달렸지만 곧 멈춰 섰다.서하가 뒤따라오지 못했기 때문이다.남자는 다시 그녀를 붙잡았다. 이번에는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뒤로 잡아당겼으며, 서하가 손을 뻗어 그의 손목을 붙잡자 쇠막대를 든 다른 남자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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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그는 얼음 아래의 물을 살폈다. 지류에서 흘러드는 차가운 물이 균열을 따라 스며들고 있었고, 아이가 조금만 더 움직이면 갈라진 부분이 벌어질 것이 분명했다.그럼에도 아이는 서하를 향해 돌아서고 있었다.무령은 더 기다리지 않았다.얼음 바로 아래의 물을 천천히 밀어 올려 균열 주변의 압력을 받쳤다. 물을 얼릴 수는 없었지만, 얇은 얼음판이 갑자기 내려앉지 않도록 아래에서 지탱하는 것만으로도 아이가 움직일 시간을 벌 수 있었다.그 순간 역린 아래의 봉인문이 달아올랐다.무령의 목을 휘감은 쇠사슬이 갑자기 조여 오면서 거대한 몸을 바위 쪽으로 끌어당겼고, 역린의 가장자리가 찢어지며 검붉은 피가 흘러나왔다.그는 고통에 턱을 굳혔으나 물길을 놓지 않았다.얼음 위에서는 서하가 남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추격자는 그녀를 다시 붙잡으려 했지만, 그때 북쪽에서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얼음판이 크게 흔들렸다.남자들은 뒤늦게 위험을 알아차렸다.“물러서! 얼음이 꺼진다!”아이를 잡으려던 남자가 황급히 뒤로 뛰었고, 서하를 붙잡고 있던 자들도 안전한 남쪽 기슭을 향해 달아나기 시작했다.무령은 그들의 움직임을 보며 북쪽 물길에 힘을 더했다. 아이가 제단 쪽으로 움직이기만 하면 얇은 얼음을 벗어날 수 있었으므로, 그는 균열이 벌어지는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려 했다.그러나 봉인은 그의 의도를 허락하지 않았다.붉은 인장이 물길을 가로막는 순간, 얼음 아래에서 떠받치던 압력이 사라졌다. 조금 전까지 버티던 얼음판이 아래로 처지면서 균열이 넓어졌고, 아이는 놀라 제자리에 주저앉았다.무령의 턱에서 낮은 숨이 새어 나왔다.자신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균열은 조금 더 천천히 퍼졌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이제는 물길을 지탱할 수도, 갑자기 가라앉은 물을 되돌릴 수도 없었다.봉인은 그가 인간을 구하려는 순간마다 물의 움직임을 끊어 버리고 있었다.남자들이 남쪽 기슭으로 달아나자 서하에게도 도망칠 길이 열렸다. 그녀가 몇 걸음만 뒤로 물러나면 비교적 두꺼운 얼음에 닿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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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검은 바위의 표면에는 천 년 전 제관들이 새긴 글자들이 남아 있었다. 그중 가장 깊은 곳에 박힌 첫 번째 인장이 다른 모든 봉인을 붙들고 있었고, 무령은 그 인장에 힘을 가하면 물길을 가로막는 구속이 잠시라도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다만 그 대가를 짐작할 수 없었다.삼백 년째 되던 겨울에도 그는 그곳을 건드리지 않았다. 몸을 찢어 죽으려 했을 때조차 마지막 인장만큼은 피했는데, 그것이 무너지면 자신을 묶은 봉인이 어떤 방식으로 뒤틀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무령은 잠시 얼음 위를 바라보았다.서하가 아이의 손목을 붙잡고 있었다. 그녀의 몸은 균열 위로 반쯤 기울어 있었고, 남쪽으로 달아난 추격자들은 이미 눈발 속에서 멀어지고 있었다.이제 두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존재는 자신뿐이었다.무령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거대한 몸을 비틀어 역린을 봉인석의 가장 깊은 홈에 밀어 넣자, 바위 속에 박혀 있던 인장이 그의 피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목을 감은 쇠사슬이 한꺼번에 당겨졌고, 척추를 따라 박혀 있던 구속의 글자들이 살을 파고들었지만, 그는 몸을 빼지 않은 채 봉인석을 짓눌렀다.검은 바위에서 묵직한 진동이 일어났다.무령은 턱을 굳힌 채 더욱 힘을 주었다. 찢어진 역린 아래로 흘러나온 피가 바위의 홈을 따라 번졌고, 천 년 동안 미동조차 없었던 첫 번째 인장이 그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흔들리기 시작했다.그때 호수의 물길이 뒤틀렸다.봉인석에서 시작된 진동이 물속으로 퍼지면서 북쪽 지류의 흐름이 갑자기 거칠어졌다. 무령은 얼음 위에 있는 두 사람을 떠올리고 즉시 힘을 거두려 했으나, 이미 봉인에 걸린 역린이 바위에서 떨어지지 않았다.인장이 그의 몸을 붙잡고 있었다.무령은 금빛 눈동자를 치켜떴다.“놓아라.”천 년 동안 침묵하던 이무기의 목소리가 호수 밑바닥을 울렸다.봉인은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그의 역린을 더욱 깊이 끌어당겼다.무령은 그제야 자신이 물러설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봉인의 핵심을 건드린 순간부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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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첫 번째 봉인문이 갈라진 순간, 현무령의 역린 아래에서 피가 솟구쳤다.천 년 동안 그의 몸을 바위에 붙들어 두었던 붉은 글자의 한 획이 가운데부터 쪼개져 있었다. 균열은 아직 손가락 하나 들어갈 만큼도 벌어지지 않았지만, 그 틈을 억누르려는 나머지 문양들이 쇠사슬을 팽팽하게 당기면서 목덜미부터 척추까지 깊숙이 파고들었다.무령은 찢어진 역린을 내려다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봉인석을 건드린 자신의 선택이 어리석었다고 생각했으나, 머리 위에서 얼음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온 순간 그런 생각은 사라졌다.처음에는 가느다란 금이 번지는 소리였다. 곧이어 무거운 것이 물속으로 떨어지는 충격이 호수 밑바닥까지 전해졌고, 북쪽 지류를 타고 어린아이의 비명이 흘러들었다.무령은 고개를 들었다.물거울 속에서 서하가 무너지는 얼음판 위로 몸을 던지고 있었다.아이는 이미 검은 물속에 빠져 있었다. 작은 두 손이 얼음 가장자리를 더듬었지만, 물을 먹은 옷이 몸을 아래로 끌어당기는 바람에 얼굴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가 다시 잠겼다.서하는 다친 오른쪽 다리를 끌며 그쪽으로 기어갔다. 그녀가 엎드린 얼음판은 한쪽 끝이 이미 물에 잠겨 있었고, 몸을 조금만 더 앞으로 내밀어도 함께 무너질 위치였지만, 아이가 사라진 곳을 향해 팔을 뻗는 동작에는 망설임이 없었다.“손 줘! 내 손 잡아!”아이가 가까스로 손을 내밀었다.서하는 그 손목을 붙잡았으나 아이를 끌어올리려는 순간 자신의 몸이 앞으로 미끄러졌다. 상처 난 오른손으로 얼음을 짚었지만 손바닥의 찢어진 피부가 날카로운 모서리에 걸렸고, 힘을 주자 상처가 벌어지며 붉은 피가 눈 위로 번졌다.아이가 다시 물속으로 내려갔다.서하는 얼음 가장자리에 배를 붙이고 팔을 더 깊이 집어넣었다. 오른쪽 다리가 뒤로 끌려가면서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그녀는 아이의 옷깃을 붙잡을 때까지 손을 거두지 않았다.무령은 북쪽 지류를 향해 힘을 뻗었다.아이가 빠진 곳의 얼음을 떠받치기만 하면 두 사람이 몸을 끌어올릴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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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상처 난 오른손으로 아이의 옷깃을 붙잡자 손가락 사이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왼팔을 아이의 엉덩이 아래에 받친 뒤 얼음판 위로 밀어 올렸고, 아이의 가슴이 가까스로 얼음 가장자리에 걸렸다.“배를 붙여. 기어가야 해.”아이는 울면서 몸을 끌어올렸다.그 순간 서하의 오른쪽 발목이 얼음 아래에서 더욱 깊이 끼었다. 물살이 다리를 끌어당기면서 몸이 비틀렸고, 서하는 고통을 견디지 못해 짧은 비명을 질렀다.아이를 붙잡고 있던 손이 풀리려 하자 그녀는 마지막 힘을 다해 작은 등을 밀어 올렸다.아이는 얼음 위로 굴러 올라갔다.서하는 그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다시 가장자리를 붙잡으려 했지만, 오른손의 손가락들이 제대로 굽혀지지 않았다. 차가운 물속에 오래 잠겨 있던 탓에 손끝은 이미 하얗게 질려 있었고, 팔을 움직일 때마다 어깨가 심하게 떨렸다.얼음에 걸린 오른쪽 다리를 빼내려 몸을 비틀자 찢어진 옷자락이 얼음 조각에 걸리면서 발목을 더욱 단단히 붙잡았다.서하는 물속으로 손을 내렸다.젖은 신발의 뒤축을 잡아당겼지만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몇 번이나 미끄러진 끝에 손톱으로 신발 가장자리를 긁어 올렸고, 겨우 발꿈치를 빼내는 순간 물살이 몸을 옆으로 잡아챘다.얼음판 아래로 머리가 들어갔다.무령의 물거울에 서하의 얼굴이 비쳤다.그녀는 입을 다물고 두 팔로 얼음 밑면을 밀었다. 그러나 머리 위에는 단단한 얼음이 있었고, 빠져나온 구멍은 물살에 밀려 이미 뒤쪽으로 멀어져 있었다.서하가 손바닥으로 얼음을 두드렸다.첫 번째, 두 번째 충격이 물을 타고 무령에게 전해졌다.세 번째에는 손가락이 제대로 펴지지 않았다.그녀의 입술 사이로 작은 기포가 새어 나왔고, 물속에서 크게 벌어진 눈이 어둠을 더듬었다. 오른쪽 다리는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으며, 젖은 옷자락은 몸을 아래로 끌어당겼다.얼음 위에서는 아이가 울부짖고 있었다.“누나! 누나!”아이는 자신이 빠져나온 구멍 쪽으로 기어가려 했지만, 얼음판이 다시 흔들리자 그대로 엎드렸다. 작은 손으로 눈을 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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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검은 물이 얼음 밑면을 향해 솟구쳤다.아이가 엎드린 얼음판 아래로 물이 받쳐지면서 무너져 내리던 가장자리가 잠시 멈췄고, 동시에 얼음 아래로 끌려가던 서하의 몸이 수면 쪽으로 떠올랐다.무령은 물살을 한 방향으로 모았다. 서하를 아래에서 밀어 올리면서 아이가 있는 얼음판을 떠받쳤고, 두 사람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갈라진 얼음 사이의 틈을 유지했다.그때 물거울 속에서 서하의 손이 움직였다.그녀는 머리 위의 얼음이 흔들리는 것을 확인한 듯 팔을 뻗었다. 손바닥이 부서진 가장자리에 닿자 마지막 힘을 다해 몸을 밀었고, 물살에 떠받쳐진 어깨가 얼음 위로 올라왔다.서하는 얼굴을 수면 위로 내밀자마자 거칠게 기침했다.목구멍으로 들어간 물이 쏟아졌고, 숨을 들이마시려 할 때마다 가슴이 크게 들썩였다. 젖은 머리카락이 얼굴을 덮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것을 걷어 낼 힘도 없는지 팔꿈치로 얼음을 밀어 몸을 끌어올리려 했다.그러나 오른쪽 다리가 따라오지 않았다.다친 발목이 얼음 가장자리에 부딪치자 몸이 크게 떨렸고, 서하는 이를 악문 채 다시 팔꿈치에 힘을 주었다. 손바닥으로는 더 이상 얼음을 붙잡을 수 없어 팔 전체를 눌러 버티는 모습이었다.무령은 물살을 조금 더 높였다.그녀의 허리가 얼음 위로 올라왔다.그러자 서하는 남은 팔로 몸을 끌어당겼고, 찢어진 옷자락이 얼음에 걸려 뜯어지는 동안에도 멈추지 않았다. 맨발이 된 오른쪽 다리가 물 밖으로 빠져나오자 그녀는 그대로 얼음 위에 엎드렸다.무령은 두 사람이 두꺼운 얼음 쪽으로 움직일 수 있을 만큼 물길을 유지했다.아이는 울면서 돌기둥 쪽으로 기어갔고, 서하는 몸을 일으키지 못한 채 팔꿈치로 조금씩 뒤따랐다. 그들의 무게가 갈라진 얼음판에서 완전히 벗어난 순간, 무령은 비로소 힘을 거두었다.봉인석이 그의 몸을 끌어당겼다.거대한 몸이 바위에 부딪히면서 깊은 물속에 진동이 퍼졌고, 역린 아래에서는 검붉은 피가 솟구쳤다. 첫 번째 봉인문의 균열은 이전보다 넓어졌지만, 그 안쪽에서는 새로운 구속의 글자들이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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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서하는 대답하지 않았다.남자가 한 걸음 더 다가오자 그녀는 돌기둥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오른쪽 다리에 체중이 실리는 순간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아이를 뒤로 숨긴 채 물러서지 않았다.“아이에게 손대지 마세요.”“아직도 상황을 모르겠나?”남자는 칼끝으로 아이를 가리켰다.“그 아이 때문에 네가 죽게 생겼어.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지.”서하는 아이의 손을 잡았다.“뒤로 가.”아이는 울면서 고개를 저었다.서하는 몸을 낮춰 아이의 귀에 무언가 속삭였다. 물거울을 통해서는 그 말이 또렷하게 들리지 않았지만, 아이가 눈물을 닦으며 남쪽 기슭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모습은 확인할 수 있었다.남자가 아이에게 다가가려 했다.서하는 돌기둥에서 몸을 떼어 그 앞을 막았다.“내가 여기 있잖아요. 그러니까 아이는 보내 주세요.”그녀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그러나 남자의 칼끝이 아이를 향할 때마다 서하는 몸을 옮겨 그 앞을 가로막았다. 다친 다리가 버티지 못해 몇 번이나 무릎이 꺾였지만, 그녀는 돌기둥을 짚고 다시 일어섰다.무령의 금빛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그는 물길을 통해 남자의 발아래 얼음을 무너뜨리고 싶었다.그러나 봉인석에 박힌 역린이 미세하게 떨렸다. 북쪽 지류에 다시 힘을 보내는 순간 자신이 어떤 대가를 치를지 알 수 없었고, 조금 전의 개입이 서하와 아이를 얼마나 위험하게 만들었는지도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그때 남자가 서하의 팔을 붙잡았다.“비켜.”서하는 붙잡힌 팔을 빼내려 했지만, 남자의 힘을 이기지 못했다. 그가 그녀를 옆으로 밀치자 다친 다리가 꺾이면서 서하는 얼음 위로 쓰러졌다.아이가 비명을 질렀다.남자는 아이에게 손을 뻗었다.무령은 봉인석의 균열에 다시 힘을 모았다.그러나 바로 그 순간 서하가 남자의 발목을 붙잡았다.그녀는 얼음 위에 엎드린 채 상처 난 손으로 바짓단을 움켜쥐었다. 손가락 사이에서 피가 흘러나왔지만, 남자가 다리를 빼내려 하자 더욱 세게 붙잡았다.“아이한테…… 손대지 말라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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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남자는 곧장 뒤쫓으려 했으나 서하가 그의 허리춤을 붙잡았다. 상처 난 손바닥이 옷자락에 쓸리며 다시 피가 흘렀지만, 그녀는 남자가 몸을 돌릴 때마다 돌기둥 쪽으로 힘껏 잡아당겼다.남자가 팔꿈치로 그녀의 어깨를 내리쳤다.서하가 돌기둥에 부딪혔다.그 충격으로 기둥 밑에 쌓여 있던 얼음 조각들이 무너져 내렸고, 기둥을 받치고 있던 오래된 돌 하나가 흔들렸다.무령은 물거울 속에서 제단 아래의 균열이 넓어지는 것을 확인했다.조금 전 첫 번째 봉인문을 건드렸을 때 발생한 충격이 아직 그곳에 남아 있었다. 얼음 아래의 물길은 이미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제단을 받치던 돌들이 틀어지면서 그 위에 얼어붙어 있던 얼음판에도 금이 번지고 있었다.남자는 서하를 밀쳐 낸 뒤 아이를 쫓으려 했다.그러나 그가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 발밑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얼음판이 갈라졌다.남자는 급히 발을 거두었지만, 뒤꿈치가 닿았던 자리의 얼음이 부서지면서 검은 물이 솟구쳤다. 그는 칼을 쥔 손으로 돌기둥을 붙잡았고, 몸을 옆으로 비틀어 가까스로 무너지는 얼음에서 벗어났다.서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그녀는 남자의 앞을 막는 대신 기둥 반대편으로 몸을 옮겼다. 추격자가 아이를 쫓으려면 갈라진 얼음판을 건너거나 제단을 크게 돌아가야 하는 위치였다.남자는 아이가 달아나는 방향을 확인했다.아이는 이미 두꺼운 얼음이 끝나는 남쪽 기슭 가까이 도착해 있었다.남자는 다시 한 걸음을 내디뎠다.그 순간 제단 아래에서 둔탁한 소리가 울렸고, 조금 전보다 더 긴 균열이 그의 발앞을 가로질렀다.남자는 이를 악물었다.“이 계집이…….”그는 칼끝을 서하에게 겨누었지만, 발밑의 얼음이 다시 내려앉자 서둘러 몸을 돌렸다. 남쪽으로 가려면 무너진 제단을 건너야 했고, 그 길을 고집하면 자신도 물속에 빠질 수 있었다.그는 서하를 노려보다가 칼을 거두었다.“다음에는 그 아이를 지키지 못할 거다.”남자는 제단 반대편의 두꺼운 얼음을 따라 물러났다.서하는 그가 충분히 멀어질 때까지 돌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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