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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Author: 월야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29 17:16:31

서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남자가 한 걸음 더 다가오자 그녀는 돌기둥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오른쪽 다리에 체중이 실리는 순간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아이를 뒤로 숨긴 채 물러서지 않았다.

“아이에게 손대지 마세요.”

“아직도 상황을 모르겠나?”

남자는 칼끝으로 아이를 가리켰다.

“그 아이 때문에 네가 죽게 생겼어.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지.”

서하는 아이의 손을 잡았다.

“뒤로 가.”

아이는 울면서 고개를 저었다.

서하는 몸을 낮춰 아이의 귀에 무언가 속삭였다. 물거울을 통해서는 그 말이 또렷하게 들리지 않았지만, 아이가 눈물을 닦으며 남쪽 기슭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모습은 확인할 수 있었다.

남자가 아이에게 다가가려 했다.

서하는 돌기둥에서 몸을 떼어 그 앞을 막았다.

“내가 여기 있잖아요. 그러니까 아이는 보내 주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남자의 칼끝이 아이를 향할 때마다 서하는 몸을 옮겨 그 앞을 가로막았다. 다친 다리가 버티지 못해 몇 번이나 무릎이 꺾였지만, 그녀는 돌기둥을 짚고 다시 일어섰다.

무령의 금빛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는 물길을 통해 남자의 발아래 얼음을 무너뜨리고 싶었다.

그러나 봉인석에 박힌 역린이 미세하게 떨렸다. 북쪽 지류에 다시 힘을 보내는 순간 자신이 어떤 대가를 치를지 알 수 없었고, 조금 전의 개입이 서하와 아이를 얼마나 위험하게 만들었는지도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때 남자가 서하의 팔을 붙잡았다.

“비켜.”

서하는 붙잡힌 팔을 빼내려 했지만, 남자의 힘을 이기지 못했다. 그가 그녀를 옆으로 밀치자 다친 다리가 꺾이면서 서하는 얼음 위로 쓰러졌다.

아이가 비명을 질렀다.

남자는 아이에게 손을 뻗었다.

무령은 봉인석의 균열에 다시 힘을 모았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서하가 남자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녀는 얼음 위에 엎드린 채 상처 난 손으로 바짓단을 움켜쥐었다. 손가락 사이에서 피가 흘러나왔지만, 남자가 다리를 빼내려 하자 더욱 세게 붙잡았다.

“아이한테…… 손대지 말라고 했어요.”

남자가 칼을 들어 올렸다.

무령의 힘이 북쪽 지류를 향해 뻗으려 했다.

그러나 서하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시선이 얼음 아래로 향했다.

금빛이 비치는 물속을 향해 서하가 입술을 움직였다.

“안 돼요.”

무령의 힘이 멈췄다.

서하는 남자의 발목을 붙잡은 채 다시 얼음 아래를 보았다.

“여기까지…… 도와주셨으면 됐어요.”

그녀는 거칠게 숨을 들이마셨다.

“더는 다치지 마세요.”

무령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가 자신의 존재를 정확히 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조금 전까지 검은 물속을 향하던 시선과 힘겹게 이어진 말은 분명 그를 향하고 있었다.

무령은 처음에 그 말을 자신을 향한 명령처럼 받아들였다.

천 년 동안 인간들은 그에게 명령하고, 기도하고, 원망했다. 그들의 말은 언제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내놓으라는 요구였으며, 그가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는 누구도 묻지 않았다.

그러나 서하는 달랐다.

그녀는 자신이 칼을 든 남자에게 붙잡혀 있으면서도, 얼음 아래의 존재에게 더는 다치지 말라고 말하고 있었다.

무령은 봉인석의 균열에 모았던 힘을 거두었다.

그러자 얼음 아래에서 미세하게 일렁이던 물결이 가라앉았다. 남자의 발밑을 무너뜨릴 수도 있었던 힘이 사라졌고, 서하를 보호하던 마지막 개입의 가능성도 함께 끊어졌다.

남자는 서하가 얼음 아래를 향해 말을 거는 모습을 보고 비웃었다.

“이제는 물귀신한테 살려 달라고 비는 거냐?”

그는 서하의 손목을 걷어차고 아이에게 몸을 돌렸다.

서하는 비명을 삼키며 몸을 일으켰다. 다친 오른쪽 다리가 버티지 못해 무릎이 꺾였지만, 그녀는 돌기둥을 붙잡고 다시 일어섰다.

“도망쳐!”

아이가 울면서 남쪽 기슭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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