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은 서류를 내려다보았다.“류 대표님. 저 아직 사업자등록도 안 했어요.”“알고 있습니다.”“투자 실적도 없고요.”“한빛정밀 정상화 성과가 있잖아요.”“그건 자문 실적이지 투자 실적은 아니죠.”태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정확하네요. 그래서 지금 당장 돈을 보내겠다는 뜻은 아닙니다.”그는 서류를 가리켰다.“차서은 씨가 사업 계획을 만들고, 투자 전략을 세우고, 필요한 법적 구조를 갖추면 그때 정식으로 검토하겠다는 제안입니다.”서은은 한참 동안 서류를 바라보았다. 태오는 덧붙였다.“그리고 투자금 규모는.”그가 미소 지었다.“최대 100억 원까지 열어 두고 싶습니다.”서은의 눈이 커졌다.“…100억이요?”“네.”“저를 너무 높게 평가하시는 것 같은데요.”태오는 웃었다.“그럴 수도 있죠. 그래서 검증하려고 합니다.”그의 눈빛이 진지해졌다.“차서은 씨가 정말 그만한 돈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인지.”서은은 그를 바라보았다. 태오는 말을 이었다.“저는 투자할 때 사람을 봅니다. 그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그리고 실패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한빛정밀에서 보여 주신 건 시작으로 충분히 인상적이었습니다.”서은의 손끝이 조금 떨렸다.“하지만 제안드리는 조건이 있습니다.”그녀의 표정이 진지해졌다.“어떤 조건인가요?”태오는 웃었다.“차서은 씨가 대표이사를 맡으세요. 그리고 투자 판단도 본인이 하시고요.”서은의 눈이 커졌다.“제가요?”“네.”“류 대표님은요?”“투자자죠.”그는 어깨를 으쓱했다.“돈을 투자하는 사람. 차서은 씨는 그 돈으로 회사를 키우는 사람.”서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태오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저는 차서은 씨의 회사가 필요합니다. 누군가의 아내라는 이름이 아니라.”그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차서은이라는 이름으로 움직이는 회사요.”서은은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이상했다. 왜 이렇게 가슴이 뛰는 걸까. 100억이라는
최신 업데이트 : 2026-11-07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