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서은이 태강그룹 부회장 사모님에서 백수가 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사흘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형편없는 현실에 놓여 있는지 깨닫는 데는 단 하루면 충분했다. “고객님, 결제가 거절되었습니다.” “……네?” “카드가 정지된 것으로 확인되는데요. 다른 카드 있으실까요?” 서은은 편의점 계산대 앞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계산대 위에는 삼각김밥 하나와 생수 한 병이 놓여 있었다. 합계 2,300원.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수천만 원짜리 가방을 들고 다녔던 여자가, 지금은 삼각김밥 하나를 계산하지 못하고 있었다. “잠시만요.” 서은은 지갑을 열었다. 태강그룹에서 발급받은 가족카드. 그 아래에는 백화점 VIP 카드. 그리고 강태준의 이름으로 발급된 또 다른 카드. 모두 쓸모없었다. 서은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명의로 된 체크카드를 꺼냈다. 삑. 결제가 완료되었다. “감사합니다.” 편의점을 나선 서은은 곧장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열었다. 보통예금: 차서은. 384,720원 출금 가능 잔액 서은은 화면을 한참 내려다보았다. 38만 4,720원. 그것이 지금 자신에게 남은 전 재산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당장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돈이었다. 결혼 전 모아 두었던 적금은 5년 전 해지했다. 당시 태준이 추진하던 해외 투자 사업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고, 서은은 자신이 가진 돈을 보탰다. 태준은 그 사실조차 몰랐다. 그저 아내가 자신의 일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결혼 후 별도의 직장을 다니지 않았다. 태강그룹 며느리에게 직장생활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시어머니의 말 때문이었다. '우리 집안 며느리가 남의 회사에서 월급이나 받고 다닐 수는 없잖니.' 그 말을 들었을 때 서은은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남편의 해외 사업 자료를 검토하고, 계약서의 위험 요소를 찾아내고, 투자 대상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했다. 그 모든 일을 대가 없이 해 왔다. 남편의 성공이 곧 자신의 행복이라고 믿었으니까
Última atualização : 2026-11-05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