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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작품을 보면, 장르 자체보다는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 드라마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처럼 전쟁영화라는 틀 안에서도 인간적인 갈등을 섬세하게 풀어낸 걸 보면, 장르는 단지 도구일 뿐이죠. 그는 인터뷰에서 '영화는 장르보다 캐릭터가 먼저'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이 말이 그의 철학을 잘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필모그래피를 분석해보면, 심리적 긴장감이 높은 스릴러물을 자주 선택하는 편이에요. 특히 '복수'라는 주제를 다룬 작품들이 많죠. 아마도 이런 소재와 장르가 인간 본성의 극한을 탐구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요? 장르 자체에 대한 고정관념보다는 그 안에서 펼쳐질 수 있는 강렬한 감정의 표현에 더 관심이 있는 사람 같아요.
영화평론가들이 박찬욱을 두고 '장르의 마술사'라고 부를 때가 많아요. 그 이유는 기존 장르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기 때문이죠. '사이비'를 보면 종교 드라마 같은 소재를 공포물처럼 연출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블랙 코미디 같은 느낌이 묻어나요. 이런 독창성이 그의 진짜 장르 취향을 가리는 면도 있지만, 동시에 그의 장르 관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박찬욱이라는 감독을 단순히 특정 장르로 정의내리기는 어렵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는 관객을 당황시키는 걸 즐긴다는 점이에요. 예측 불가능한 전개와 도발적인 연출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죠. 아마도 이런 성향 때문에 자연스럽게 스릴러와 같은 장르에 자주 발을 담그게 되는 게 아닐까 싶네요. 그의 작품 목록을 보면 '예측 가능함'이라는 요소와는 가장 거리가 먼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박찬욱 감독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면, 그의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특히 '올드보이'나 '마더' 같은 작품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비주얼과 심리적 긴장감은 그의 장르 선호를 짐작케 해요. 필름 느와르와 같은 어둡고 우아한 스타일을 즐기는 것 같아요. 그의 인터뷰를 종종 접하다 보면, 클래식한 느와르 작품들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더군요. 영화 속에 담긴 인간 내면의 어두운 면을 파헤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정작 박 감독은 단순히 하나의 장르에 갇히지 않는 독특한 스타일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아가씨'에서는 시대극과 서스펜스를 교묘히 섞었고, '박쥐'에서는 공포와 로맨스를 넘나드는 실험적인 시도를 보여줬죠. 이런 다양성은 그의 장르 편애보다는 스토리텔링에 대한 열정을 더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결국 그는 장르의 경계를 허물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걸 즐기는 감독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