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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한 줄기 희망

Author: 연의 수정
박진성은 그녀에게 후반생의 비바람을 막아줄 우산이 되어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그의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숨이 막히는 고통이 가슴을 휘감았다.

의사는 박진성의 심정을 이해하는 듯 천천히 말했다.

“저희도 안타깝습니다. 환자의 폐가 뚫려 심각한 상태인데, 생존 의지마저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박진성의 눈동자가 번쩍였다. 그는 한 줄기 희망을 움켜쥐듯 물었다.

“다만 뭐요?”

“정 교수님처럼 명성이 높은 분이 직접 나서주신다면 희망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 교수님은 현재 양성에 없을 뿐 아니라 이미 수술을 그만두신 상태라...”

이 대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과 다름없었다. 박진성은 주먹을 꽉 쥐었다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정 교수님의 제자라면서요?”

의사는 순간 멍하니 그를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한 줄기 희망은 있습니다.”

박진성은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 이름을 꺼내고 싶지 않았지만, 민여진을 살리기 위해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양경호를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방현수에게 가서 상황을 설명해. 민여진이 위험하다고 하면 분명 올 거다.”

양경호가 고개를 숙이고 재빨리 떠나자, 박진성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수술실로 뛰어들었다.

수술대 위, 민여진은 새하얀 얼굴로 누워 있었다.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시체 같았다. 그녀의 희미한 숨소리는 언제 끊어질지 알 수 없었다.

의사는 그녀가 이미 살고자 하는 의지를 포기했다고 했고, 박진성은 그 말을 되뇔수록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됐다.

‘민여진, 정말 그렇게 죽고 싶은 거야? 이 세상에 너를 붙잡을 수 있는 게 정말 없는 거야?’

그는 복받치는 분노와 아픔을 억누르지 못한 채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손끝이 그녀의 얼굴에 닿을 듯했지만, 끝내 멈췄다.

대신 박진성은 이를 악물고 낮게 속삭였다.

“민여진, 살아 있어. 네가 이 세상에서 보고 싶은 게 하나도 없다고?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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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호사의 목소리는 워낙 낮았기에 민여진이 들었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민여진이 못 들었다는 걸 확신한 남자는 그제야 간호사의 목을 풀어주고 차가운 서릿발 같은 목소리로 경고했다.“다시 한번만 더 잘못 부르면 살아남지 못할 거야.”간호사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해졌고 급히 변명했다.“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전 그냥...”“그냥 뭐?”고열 때문인지 임재윤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지만 기세는 여전히 위압적이었고 눈동자에는 차가운 살기가 일렁였다.“지금 이 세상엔 임재윤만 존재해. 박진성은 더 이상 없어. 이번엔 여진이 못 들었으니 다행이지, 다음에도 이런 실수를 하면 그땐 널 절대 살려두지 않아.”“네, 죄송합니다.”...병실 밖, 민여진이 한쪽 구석으로 걸어가 전화를 받자 휴대폰 너머에서 조현준의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여진아, 너 맞지?”“현준 오빠, 나 맞아.”민여진의 목소리에 조현준은 잠시 안도했지만 곧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동안 어디 있었던 거야? 전화를 왜 계속 받지 않았어? 회사 일만 아니었으면 당장이라도 널 찾으러 갔을 거야.”연이은 납치, 도망과 오해가 떠오르자 민여진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몸이 좀 안 좋아서 며칠 동안 침대에 누워 있었어요. 휴대폰 배터리가 다 나간 줄도 몰랐고요. 진시우 씨가 충전해 줘서야 오빠를 비롯한 사람들이 전화를 많이 했다는 걸 발견했어요. 미안해요.”“몸이 안 좋았다고? 많이 아팠어?”민여진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지금 이렇게 서서 전화받고 있으니까 당연히 괜찮아졌다는 뜻이죠.”“그럼 다행이야. 다음부턴 어떤 상황에서도 휴대폰을 꼭 들고 다녀. 널 걱정하는 사람이 많단 사실을 잊지 마.”민여진은 따뜻해진 마음에 고개를 힘껏 끄덕였고 조현준이 전화 너머에 있다는 사실에 살짝 웃으며 말했다.“그럴게요.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할게요.”“좋아, 그리고 이따가 우리 엄마한테도 전화 좀 해줘. 네 휴대폰이 고장 났다고 내가 둘러댔거든.”“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493화 너 가려고 그래?

    진시우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눈앞의 광경에 눈빛이 어두워졌다.아무리 여유로운 사람도 지금 이 분위기엔 농담이 나올 수 없었다.진시우는 핸드폰을 내밀며 말했다.“민여진 씨 휴대폰이에요.”민여진은 멍하니 바라보며 자신의 핸드폰이 아직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걸 어떻게 찾은...”“마당 풀숲에서 발견했어요. 배터리가 다 나가 있었길래 충전해 봤더니 전화가 엄청 많이 와 있더군요.”민여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조인화나 조현준의 전화가 아마 엄청나게 많았을 것이다.평소처럼 며칠이나 연락도 없이 잠적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민여진은 휴대폰을 받아들이며 입술을 지그시 오므렸다.“진시우 씨, 고마워요.”“별말씀을요. 여기 일은 민여진 씨가 좀 봐주세요. 저는 호텔에 가서 잠깐 쉬었다가 깨어나면 바로 올게요.”“네.”진시우가 나간 뒤, 민여진은 먼저 조인화에게 안부 전화를 하려고 조심스레 일어났다.병실에서 전화하면 시끄러울까 봐 민여진은 임재윤의 기력이 없는 손을 조심스럽게 떼고 나가려고 했다.순간, 임재윤의 손이 다시 쫓아오듯 민여진의 손목을 꽉 붙잡았고 그 힘은 아까보다도 더 강했다.“임재윤?”민여진이 돌아보자 시야 속 검은 형체가 몸을 일으키려 버둥대고 있었다.아무래도 임재윤이 깨어난 것 같았다.반가움도 잠시의 일일 뿐, 민여진은 얼른 임재윤을 제지했다.“임재윤, 이 손을 놔. 너 손에 힘주면 피가 날 거야.”하지만 남자는 힘을 전혀 풀지 않았고 한편으론 기침을 격렬하게 하며 다른 손으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그러고는 휴대폰을 찾아 쥐고 눈이 충혈된 채 타이핑했다.“너 가려고 그래?”임재윤의 온몸엔 깊은 절망이 드리워져 있었다.이 지경이 돼도 민여진은 끝내 마음 한 조각도 남겨주지 않는 건지 의심하고 있었다.“내가 그렇게도 너한테 부담스러운 존재야?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지 않을 정도야?”“임재윤...”민여진의 가슴이 쿡 찔린 듯 아팠다.민여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애써 임재윤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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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시우가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죄송해요. 갑자기 일이 좀 생겨서요.”의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식사도 제때 안 했던 것 같네요? 검사 결과 위장에도 문제가 심각합니다. 우린 이미 염증 난 상처를 다 치료했고요. 지금은 수액을 맞고 있으니 더 이상 이 사람을 이렇게 막 굴리게 두지 마세요. 저 몸 상태로는 무리하면 버틸 수 있을지 장담 못 해요.”“네, 알겠습니다...”의사가 다시 병실로 들어간 뒤, 진시우는 주머니에 있는 담배를 더듬다가 이내 자제하며 차가운 벽에 기대어 말했다.“임재윤은 요 며칠 전부 도시락 먹었어요. 그것도 다 식어서 차가운 도시락이요.”민여진의 동공이 움찔거렸다.“밥을 먹으려 하면 민여진 씨 소식이 들려와서 또 민여진 씨를 찾으러 뛰어다니고 정신 차리고 보면 식사 시간은 다 지나간 거죠. 그래서 그냥 찬 도시락을 꾸역꾸역 먹은 거예요. 혹시라도 민여진 씨를 다시 보기 전에 자기가 먼저 쓰러질까 봐 억지로 밥을 챙겨 먹은 거예요. 염증도 분명 오늘 하루만에 생긴 게 아니에요. 어쩌면 어제, 그저께, 아니면 민여진 씨가 실종된 그날부터였을지도 몰라요. 제가 임재윤의 형제인데도 임재윤은 그런 심한 통증을 참으면서 저한텐 한마디도 안 했어요. 제가 병원에 억지로 데려갈까 봐 참았던 거죠. 임재윤은 민여진 씨를 찾지 못하게 되는 게 가장 두려웠나 봐요.”진시우의 말은 지친 듯 절절했다.“민여진 씨, 임재윤은 민여진 씨를 위해서 목숨까지 내던진 사람이에요. 이렇게까지 해왔는데도 민여진 씨는 아직도 임재윤이 박진성이라고 믿고 싶은 거예요?”민여진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고 눈가가 어느새 촉촉이 젖었다.민여진도 사실 산에서 도망쳐 나와 숨어 지낸 그 시간 동안 얼마나 지독하게 괴로웠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진시우 씨, 저는 박진성을 죽도록 증오해요.”“알아요.”민여진은 크게 숨을 들이쉬며 말을 이었다.“그 사람은 제 모든 걸 망가뜨렸어요. 그러니 저는 평생 박진성을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만약 임재윤이 진짜 박진성이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491화 가만히 둘 수 없어

    임재윤의 눈빛은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임재윤은 주머니에서 소중히 간직해온 것을 꺼내 민여진의 손에 쥐여주었다.민여진은 이미 구겨지고 인정받지도 못한 그것을 손에 꼭 쥐었다.바로 독엔으로, 자유로 향하는 항공 티켓이었다.순간, 민여진은 눈물이 폭우처럼 쏟아졌다.임재윤은 민여진의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며 휴대폰으로 타자했다.“난 줄곧 네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어. 내가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날이 오기도 기다리고 있었어. 여진아, 널 찾아서 정말 다행이야. 네가 살아 있어줘서 정말 다행이야.”임재윤이 두 번 강조한 다행이란 말에는 무거운 안도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하지만 민여진이 반응할 틈도 없이, 눈앞의 커다란 몸이 휘청이며 그대로 쓰러졌다.“임재윤!”민여진은 순간 동공이 흔들렸고 황급히 임재윤을 부축했다.그러나 임재윤의 몸은 돌덩이처럼 바닥에 쓰러졌고 민여진이 손으로 임재윤의 이마를 짚었을 때, 믿을 수 없을 만큼 뜨겁다는 걸 깨달았다.“어떻게 된 거야?”민여진은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그러자 진시우가 급히 달려와 맥을 짚더니 말했다.“그냥 기절한 거예요. 제가 병원에 데려갈게요.”임재윤을 등에 업은 진시우는 몇 걸음 가지도 않아 툭 내뱉듯 말했다.“민여진 씨가 사라진 이후로 임재윤은 차 안이나 경찰서, 병원... 어디서든 민여진 씨 소식만을 기다렸어요. 단 하루도 편히 쉰 적이 없어요. 사실 지금 제대로 회복해야 할 결정적인 시기인데 임재윤은 건강을 제대로 못 챙겼고요. 임재윤이 민여진 씨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굳이 제가 더 말할 필요가 없겠죠? 민여진 씨가 증오하는 그 사람이라면 과연 자기 몸 하나 돌보지 않고 이럴 수 있었을까요?”민여진은 말문이 턱 막혔다.문채연이 폭로한 사실은 사실 그 어디에도 명확한 증거가 없었다.임재윤이 정말 박진성이 아니라면 민여진은 허황한 가능성 하나에 자신을 괴롭혔고 임재윤도 괴롭혔던 것이다.민여진은 가슴이 타들어 가는 듯 아팠다.진시우가 다시 민여진을 뒤돌아보며 말했다.“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490화 지금은 날 믿을 수 있겠어?

    진시우는 씁쓸하게 웃었다.“지금은 친구는커녕 얼굴만 마주쳐도 차갑게 굴어요. 제가 왜 굳이 그런 사람을 보러 가야 하죠? 뜨뜻미지근하게 박진성에게 서로 아는 사이라고 일부러 말까지 해야 해요?”민여진은 연신 고개를 저으며 진시우의 거짓말에 넘어가려고 하지 않았다.그때, 임재윤이 갑자기 손을 뻗자 민여진은 몸을 틀며 손을 뿌리쳤다.“1106호 병실에 임재윤이란 이름은 없었어. 그건 또 어떻게 해명할 거야?”임재윤은 허공에 남겨진 손을 내려다보며 눈동자에 회색 그림자가 드리웠다.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임재윤은 휴대폰을 들고 차갑고 기계적인 목소리로 말했다.“내 정체가 들키면 안 되니까.”“그게 무슨 말이야?”민여진이 멍하니 묻자 진시우가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그건 제 문제입니다. 우리 형은 아주 철저한 사람이에요. 절대 제가 자기 자리를 넘보게 놔두지 않죠. 그래서 제가 임재윤이랑 손잡은 것도 전부 비밀리에 진행해 왔어요. 이번에 독엔에서 임재윤이 돌아온 것도 우리 형은 전혀 몰라요. 병원에 입원한 것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형에게 허점을 잡히면 절대 안 되니까요. 그러니 민여진 씨 이름을 빌릴 수밖에 없었어요.”민여진의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이 해명의 신빙성이 의심스러웠다.임재윤이 조심스레 한 발 앞으로 다가오자 민여진은 직감적으로 뒷걸음질쳤다.“오지 마!”민여진의 방어적인 태도에 임재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임재윤은 묵묵히 민여진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이거 놔!”가슴이 요동친 민여진은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임재윤은 민여진의 손끝을 가만히 자기 얼굴에 갖다 댔다.“여진아, 내가 누군지 직접 만져보면 알잖아.”민여진은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임재윤은 분명 바로 앞에 있었지만 그 얼굴은 마치 안개에 가려진 것처럼 보이지 않았고 그녀의 손끝마저도 떨리기 시작했다.민여진은 어쩔 수 없이 눈을 꼭 감고 손으로 임재윤의 얼굴선을 더듬었다.콧대, 이마... 하나하나 짚어갈수록 민여진의 충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이 얼굴은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489화 혼자 멜로 드라마 찍지 마

    “여진아.”이천호는 용기를 짜내 말했다.“못 들었어요? 민여진 씨가 당신더러 나가래요.”임재윤의 검은 눈동자에 냉기가 스며들었다.임재윤은 휴대폰을 두드리며 말을 이어갔다.“이건 나랑 여진이 사이의 일이에요. 당신이 끼어들 일은 아니죠.”말은 공손했지만 임재윤의 얼굴엔 사람을 숨 막히게 하는 기운이 감돌아 이천호가 고개를 들 수 없게 만드는 압박감이 넘쳐났다.이천호는 여태껏 상류층 인사를 접한 적이 없어 기세에서 밀리는 게 분명했지만 그래도 민여진 곁에서 물러서지 않았다.“내가 아는 건 딱 하나에요. 민여진 씨는 지금 당신과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임재윤은 억지로 분노를 눌렀다.“딱 10분만 얘기할 거니까 얼른 비켜줘요.”임재윤의 말투는 차분했지만 그 속에 서늘한 위협이 감돌았다.“아니면 내가 당신을 내보낼 수도 있어요.”분위기가 팽팽해지자 민여진은 더는 참을 수 없어 말했다.“도대체 넌 뭘 원해?”임재윤은 타자를 멈추지 않았다.“이 사람부터 나가게 해.”민여진은 이 앞의 남자가 어떤 수단을 쓸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괜히 이천호가 엮였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두려웠다.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천호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부탁했다.“이천호 씨, 일단 나가 계세요.”“민여진 씨...”이천호는 머뭇거리며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괜찮아요. 밖에 있어 주세요. 이 사람은 나한테 아무 짓도 못 해요.”선택권이 없게 된 이천호는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고 문을 나섰다.문이 닫히자마자 민여진은 마음속 두려움을 누르고 임재윤을 정면으로 바라봤다.“이제 말해. 도대체 뭘 원하는 건데?”“아무것도 원하지 않아.”임재윤의 눈엔 연민과 집착이 뒤섞여 있었다.임재윤은 또 타자를 했다.“그저 네 옆에 있고 싶을 뿐이야. 잊었어? 여진아, 내가 너한테 독엔에 데려가겠다고 약속했잖아. 그 항공 티켓은 지금도 주머니에 있어. 보여줄까? 집도 이미 사놨어. 네가 문만 열면 들어갈 수 있게 다 준비했어. 그런데 왜 살아 돌아왔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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