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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니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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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s by 이터니타스

폭군의 딸, 사랑을 담다.

폭군의 딸, 사랑을 담다.

최악의 폭군 연산과 희대의 요부 장녹수 사이 태어난 유일한 핏줄, 영수가 성장하여 살아가는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 반정 성공 후, 연산과 장녹수는 결국 목숨을 잃었지만 영수는 한 나인의 도움으로 궁을 빠져나와 목숨을 부지하게 된다. 하지만 신분도 이름도 지워야 살 수 있는 기구한 운명, 그녀는 어떻게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사랑을 얻고 한 여자로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 나갈까? 갓난아이의 영수에서 당당한 여인으로 성장하는 영수의 일대기를 뒤쫓아 가는 로멘스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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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1화 사랑을 담다.
계절이 한 바퀴 돌고, 또 돌았다.동산의 강아지풀은 여전히 바람에 눕고 일어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봉분의 흙은 이제 단단히 굳어 있었다. 비가 내려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고, 그 위로 풀이 무성하게 자라났다. 영수는 흐트러져 자란 풀들을 하나씩 조심스럽게 가려 냈다.귀여운 여자 아이가 짧은 다리로 마당을 토끼처럼 뛰어다녔다.“어머니!”영수는 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봤다.최나인이 속삭였다.“마님, 나으리랑 마님을 어쩜 반반씩 닮았는지요”영수는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몇 해가 더 흘렀다.아이는 글자를 배운다. “하늘 천, 따 지…”서툰 손으로 붓을 잡는다.영수가 묻는다.“이름이 무엇이냐.”아이가 또박또박 답한다.“화진.”영수는 잠시 멈췄다.밤이면 아이 팔에 감아 둔 한이 사 왔던 그 낡은 비단 손수건을 꺼내 보았다. 이제 수놓았던 글씨도 바래서 옅어졌다. 영수는 한동안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다 곱게 접어 함에 다시 넣었다.영수와 화진은 손을 잡고 장터에 내려갔다.누군가 속삭였다.“저 아이가 그 집 딸이라지?”영수는 들었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아이 손을 더 단단히 잡고 속으로 다짐했다.“이제는 내가 네 이름을 지킬 것이다.”멀리서 병판의 가마가 다가오다가 가마가 잠시 멈추었다.장막이 살짝 들리며 시선이 마주쳤다.그러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영수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이내 가마가 천천히 움직이며 시야에서 사라졌다.영수와 화진은 한이 묻힌 동산에 함께 올랐다. 화진이 꽃 한 송이를 봉분에 조심스럽게 놓아 두었다. 영수는 뒤에서 가만히 바라보았다.“어머니, 제 이름은 무슨 뜻입니까.”“빛날 화(華), 보배 진(珍). 네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란다. 누구도 함부로 부르지 못할 이름이지.”“어머니, 제 아버지는 어떤 분이셨습니까”“네 아버지는…..”영수는 잠시 목이 메였다.“세상에서 이 어미만을 연모하신 분이었다.네가 태어나던 날… 그분이 마지막으로 웃으셨단다.”바람이 두사람의 머리카락을 스쳤다. 화진
Last Updated: 2026-07-04
Chapter: 30화 남겨진 이름
“마님 승철이옵니다.”“그래 승철아, 알아낸 것이 있느냐?”“예, 마부의 집은 이미 텅 비어 있었습니다. 이웃의 말로는 이사한 지 한 석달 되었다 하옵니다. 아마 마부가 밀반출한 화약을 싣고 떠난 직후인 듯 하옵니다.”“그렇구나. 그래 혹시 어디로 이사를 갔다더냐?”“그건 이웃도 모른다고 하옵니다. 갑자기 소문도 없이 이사를 갔다 하옵니다. 하온데…”영수는 귀를 쫑긋 세웠다.“마님… 화약 인계를 맡았던 군관이 있었습니다. 그 자가 며칠 전 병조 좌랑으로 승진했다 합니다.”“화약이 사라졌는데 책임을 묻지 않았다는 말이냐.”“오히려 공을 세웠다 하더이다. 변방 화약 유통 체계를 정비했다는 명목이라 합니다.”“그래 승철아 네가 이번에도 크게 수고를 했구나. 계속 사라진 마부 주변을 잘 감시하거라. 분명히 단서가 더 있을 것이다.”“예 마님.”‘분명 화약을 내주고 승진한 사람은 필시 뭔가가 있을 것이야. 반드시 알아내야 겠다!’영수는 다짐을 하고 짐을 꾸렸다.………………………..“병조좌랑! 자제가 이번에 큰 공을 세웠다지?”“아닙니다 대감! 이렇게 불러 주시니 감읍할 따름이옵니다.”“그래 술 한잔 하세나. 자 받게”“예, 대감!”“마지막 뒤처리까지 잘 부탁하네 흔적이 남으면 나중에 귀찮아 질걸세. 그날 기록은 남길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예 대감, 명심하겠사옵니다.”“자네가 내 사람이 되어 참으로 기쁘이. 자. 한 잔 더 받게”병조판서의 집에서 나온 병조좌랑은 골목에서 쓰개치마를 입고 갑자기 나타난 여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영수였다.“아이고 깜짝이냐 뭐냐! 이런.”“나으리, 어디를 다녀 오시는지요?”“넌 누구냐? 네따위가 뭐길래 어디서 왔는지 묻는 게냐? 썩 물러나라.”“나으리, 제가 병판대감 댁에서 나으리가 나오는 걸 이 두 눈으로 똑바로 보았사옵니다. 이번에 승진하셨다지요?”“넌 도대체 누구냐? 누구길래 내 뒷조사를 하고 다니는 것이냐?”다소 겁에 질린 듯한 좌랑의 목소리가 조금 작아졌다.“저는 지난 화약 밀
Last Updated: 2026-06-20
Chapter: 29화 꽃샘 바람이 지난 뒤
봉분에 흙이 아직 마르지 않아 붉은 채로 있었다.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거칠게 울렸다.“열어라. 관에서 나왔다.”영수는 아이를 안은 채 문 앞으로 걸어 나갔다. 최나인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따라 나섰다.문이 열리자, 푸른 도포를 입은 군관 둘과 아전 하나가 서 있었다.“이 집에 거하는 한수의 처가 누구냐.”“접니다.”영수의 목소리는 담담했다.아전이 서책을 펼쳤다.“한수는 국경 인근에서 불온한 물건을 나른 혐의가 있다.죽었다 하나, 사실 여부를 밝히기 위해 가산과 호구를 조사할 것이다.”최나인이 분개했다.“사람이 죽은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이러시는 겝니까?”영수가 조용히 손을 들어 막았다.“무슨 물건이라 하셨습니까.”군관이 영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관의 화약이다.”아이를 안은 영수의 손이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증좌가 있습니까?”잠시 공기가 멈췄다.아전이 눈을 치켜올렸다.“지금 따지는 것이냐.”“따지는 것이 아닙니다.”영수의 눈빛이 서늘해졌다.“억울한 자의 집을 뒤지려면, 그에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할 터.남편은 이미 숨을 거두었습니다.이미 눈을 감은 자에게 죄를 더 씌우는 것이 관의 도리입니까.”군관의 눈이 가늘어졌다.“말조심하라.”“저는 조심하고 있습니다.”영수는 아이를 고쳐 안았다.“호구를 보시려거든 보십시오.그러나 남편의 죽음을 역적으로 꾸미려 하신다면… 그 일은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입니다.”그 말에 군관의 시선이 잠시 흔들렸다.연산의 피.그 사실을 모르는 자는 없었다.집 안을 훑던 아전이 낮게 속삭였다.“이 아이도 기록에 올려야겠군.”그 순간, 영수의 눈이 달라졌다.슬픔은 사라지고, 다른 것이 자리 잡았다.“아이의 이름은 제 입으로 올릴 것입니다.”조용했지만 물러섬이 없었다.군관은 한참을 바라보다 서책을 덮었다.“오늘은 기록만 하겠다. 그러나 다시 부를 것이다.”문이 닫혔다.잠시 후, 최나인이 속삭였다.“마님… 어찌 그리 담담하십니까.”영수는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
Last Updated: 2026-06-03
Chapter: 28화 꽃샘바람
대청 마루에는 밤마다 서늘한 바람이 드나들었다. 한은 멍하니 초점을 잃은 채 앉아 있었다. 한은 말이 없어졌고 점점 야위어 갔다. 최나인은 한이 무너져 가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 했고 영수는 소리를 내지 못한 채 가슴으로 울었다.“부인”“예, 서방님”“우리 아가를 이리 주시오. 한 번 안고 싶소.”“예”이제 제법 무거워 진 아이를 한의 품에 안겼다.“이 아비를 용서해 다오.”아이를 안고서 한참을 가만히 있자 아이는 답답한지 몸을 비틀었다. 한은 아이를 다시 영수에게 건네 주었다“서방님…?”다음 날 아침 영수가 그의 손을 흔들었다.“서방님, 제발… 눈 좀 떠 보세요.”대답은 없었다.눈은 반쯤 열린 채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아이는 어미 옆에서 무슨 일인지 모른채 몸을 좌우로 한들고 있었다.영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한의 손을 가슴에 끌어안았다.그 손이, 이미 차가워져 있었다. ..... 영수는 아이를 안고 동산에 올랐다. 강아지풀이 바람에 흔들리던 언덕이었다.혼인을 약조하던 날 강아지풀이 바람에 너풀 거리던 그곳, 길을 떠나던 날,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삼켰던 그곳, 영수에게는 추억이 많은 그 동산을 한을 묻고 난 뒤 다시 올랐다. 차가운 꽃샘바람이 가슴을 꿰뚫었다. 그렇게 영수는 한을 가슴에 묻었다.‘아가야 아버지는 널 정말 사랑했단다. 그리고 하늘에서도 늘 너를 지켜 주실 거야.’영수는 한을 목놓아 불렀다. 그러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Last Updated: 2026-06-03
Chapter: 27화 돌아갈 수 없는 강
소나무 숲은 빽빽하게 울창하여 낮인데도 마치 밤처럼 느껴졌다. 새 지저귐이 나무 사이에 울려 퍼져 메아리로 갈라졌다.“이제 이 숲만 빠져나가면 마지막 성문이 보일게요. 거기 지나서 강이 보이면 거기가 바로 국경이오. 거기까지만 가면 되오.”본진 마차를 모는 마부가 말고삐를 바짝 당겨 쥐었다. 한이 뒤를 바짝 따랐다. 한 식경쯤지나니 빽빽했던 숲이 조금씩 헐거워 지며 빛이 드러났다. 햇빛을 받으니 짐을 덮은 천이 유난히 하얗게 보였다. 바로 그때였다.‘휘익’흑마를 탄 십여 명의 무리들이 좌측과 우측에서 동시에 나타났다. 한이 활을 쏘기엔 이미 너무 가까웠다. 한은 검을 꺼냈다. 검을 들고 경계하며 본진 마차로 접근하는 순간, 마부가 별안간 단도로 한의 옆구리를 찔렀다.‘욱’얼굴을 찡그리며 반사적으로 한은 발로 마부의 정강이를 걷어 찼다.‘악’마부는 엉덩방아를 찧자마자 얼른 일어나더니 앞쪽으로 물러섰다.“살아서 돌아갈 수 있으면 돌아가 보아라.”“처음부터 속일 속셈이었던 게요?”한이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어차피 돌아가 봐야 너는 변명조차 못할 신세 아니더냐. 짐승 밥이 되지 않길 빈다. 놓아주는 것을 행운으로 여겨라.”“왜 나를 끌어 들인 것이오?”한이 물었다.“여기까지 무사히 오는 데 보호해 줄 호위무사가 필요했다. 이제 네 역할은 끝났으니 당장 꺼져라.”한은 분노가 들끓었으나 더 이상의 싸움은 무의미했다. 마부와 숲에서 나타난 검은 무리들이 마차 두 대를 자신들이 데려 온 말에 연결시켜 유유히 사라지는 모습을 한은 분노를 삼키며 뒤에서 지켜 볼 수 밖에 없었다..”서방님! 얼굴이 대체… 서방님”영수가 한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몸이 얼었다.‘퍽’영수를 보자마자 한이 쓰러져 기절하고 말았다.“얼른 안으로 모셔라 얼른!”최나인이 옆에 같이 놀라 어쩔 줄 모르고 있는 승철이에게 소리쳤다.한은 이틀을 사경을 해맸다. ‘악 으악’식은땀을 흘리는 한은 계속 허공에 헛소리를 질러 댔다.“서방님, 정신 차리세요! 서방님!”
Last Updated: 2026-05-30
Chapter: 26화 죄인이 된 밤
그날 이후 조정에서는 그 누구도 영수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명분을 앞세워 권력을 탐하고 숙적을 제거하는 데 능숙한 신하들은 영수가 그들의 먹이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금새 알아 차렸다. 조정에서 영수의 이름은 이미 의미 없는 존재 였으나 밖에서는 달랐다. 밖의 여론은 더 느리고 집요했다. 영수가 연산의 자식이며 게다가 서자와 비밀 혼인을 한 사실이 연기처럼 서서히 퍼져 나갔다.“이보게 한수 나 좀 잠깐 보시게나.”행수가 창고에서 짐관리를 하는 한수를 불렀다.“예 행수 어른. 무슨 일이시온지요?”“자네 우리 가게에서 일한 게 얼마나 되었지?”“이제 일년 넘은 것 같사옵니다. 그건 왜 물으시는지요?”“음. 그게 흠흠.”행수가 뜸을 들였다.“사실 우리 숙부가 당신의 아들을 우리 상단의 호위 무사로 좀 써달라 하시네. 물론 그 아이보다 자네가 뛰어나다는 걸 잘 알지. 자네를 계속 두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닐세. 허나 나 세상이라는 게…. 혼자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지 않나.”“…..예”“이번 달 말까지만 일해 주면 될걸세. 미안하게 되었네 자 그리고 이건 좀 챙겨 두게 내 자네 처와 자네를 생각해서 좀 더 쳐줬네.”동전 꾸러미를 한에게 거의 떠넘기듯 건네 준 행수는 뒤도 돌아 보지 않고 나가 버렸다. 한수는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너무 괘념치 마시어요. 나으리”이 소식을 들은 최나인이 한수에게 부드럽게 위로했다.“아마도 나으리와 우리 마님과의 혼인, 그리고 우리 마님의 출생 때문에 행수 어른도 부담이 되셨나 봅니다.”“서방님, 제가 서방님 만나기 전에 유모랑 밭도 갈고 옷도 만들고 해서 생계를 유지 했습니다. 그때 처럼 살면 됩니다. 걱정마세요. 서방님.”“….고맙소 부인”영수의 양손을 다정하게 잡은 한수의 표정이 내내 어두웠다.………………… 그날 밤, 한수는 집을 나섰다.최나인과 영수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숨결이 고른 것을 확인하고서야 문을 닫았다.골목 끝에서 누군가 그를 불렀다.“한수.”달빛을 등진
Last Updated: 2026-05-30
나의 별은 북극성이 되다

나의 별은 북극성이 되다

상경 후 봉제 공장 직원으로 온갖 어려움을 겪는 유나의 유일한 위로이자 힘은 한장의 CD 그리고 그 CD 속 주인공 가수의 목소리. 세월이 흘러 주인공은 성공한 디자이너가 되고 유나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아이돌 도윤은 이제 잊혀진 B급 가수가 되지만 유나에게는 늘 힘의 근원이다. 이들이 우연히 맺어지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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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3화 당신의 시선이 머문 곳
“민유나씨?”“네?”“민유나씨인가요?”“예 전데요.”“여기 등기우편이 왔어요. 사인 부탁드려요.”우편 배달원이 사라지고 유나는 우편물을 보았다.“뭐지?”호기심에 우편물을 뜯자 티켓 두 장이 들어 있었다.“김도윤의 가을 산책?”티켓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중에 문자가 왔다.“티리릭”“유나씨? 혹시 우편 받았어요?”도윤의 문자였다.“네 방금요.”“이번에 작은 콘서트를 열어요. 유나씨를 초대하고 싶어요.”“아. 감사합….”유나는 답장을 쓰다 지웠다. 답장을 너무 빨리 보내는 듯 했다. 유나는 가슴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열여덟 살의 자신에게 도윤은 힘든 현실을 잠시 잊게 해 주는 사람이었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사람.그런데 지금 그 사람이 자신에게 직접 콘서트 티켓을 보냈다.‘나를… 초대한 거야?’입가에 자꾸 웃음이 번졌다.“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참석하겠습니다. 민유나 드림.”문자를 쓰고는 이내 지웠다.‘이건 너무 거래처에 보내는 답장 같잖아?”“뭐라고 쓰지?”유나는 고심했다.“초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꼭 갈게요^^ 콘서트도 너무 기대돼요!”곧 문자가 울렸다.“그날 봐요. 유나씨가 와주면 저도 힘이 날 것 같네요.”‘내가 가면 힘이 난다고?’유나는 번지는 미소를 숨길 수 없었다.“팀장님 뭐가 그렇게 좋으세요?”주연이 유나에게 다가오더니 호기심 어린 모습으로 물었다.“아. 아무것도 아니에요.”“팀장님, 연애편지예요? 당황하는 거 보니 더 수상한데….”주연이 물러나지 않고 더 치근대며 말했다.“주연씨도 참….”유나는 주연을 피해 멀리 돌아섰다.“팀장님, 도윤님 촬영본 1차 선정 사진들 검토 일정 언제 잡을까요? 도윤님도 아예 초대해서 함께 검토하면 나중에 따로 미팅 안 잡아도 되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듯 한데…”“다음 주는 지방 일정이 있고 이달 마지막 주에 잡으면 좋겠어요.”“네 팀장님 그럼 제가 도윤님께도 연락해 놓을게요.”***“아유, 지지배. 웬일로 전화를
Last Updated: 2026-08-26
Chapter: 12화 유나씨
‘띠릭’‘발목은 좀 어때요?”도윤의 문자였다.유나는 설레는 마음에 심장이 콩콩 뛰기 시작했다.‘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을까? 회사에 물어 봤나? 나는 가르쳐 준 적이 없는데….’살짝 궁금했지만 유나에게는 이내 의미가 없어졌다.도윤이 먼저 문자를 보낸 것이 중요했다. 회사일이 아니라 자신의 발목을 물어 보려고.‘어쩌지? 답장을 바로 보내야 되나? ‘바로 보내면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잖아.’유나는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삼십 초도 지나지 않아 다시 집어 들었다.‘아니야. 일부러 늦게 보내는 게 더 이상해.’유나는 혼자서 거실을 뱅뱅돌며 고민에 빠졌다.‘네 통증은 이제 거의 없어요. 지난 번 파스 감사했습니다.’보내기를 누르려 하는 순간 고민이 되었다.‘너무 감정 없이 보내나? 더 자세히 보내는 것도 그렇고… 아…’유나는 휴대폰을 꼭 쥐고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네 이제 통증은 거의 사라진 거 같아요. 지난 번에 파스까지 손수 사다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유나는 한 글자 한 글자가 모두 신경이 쓰였다.‘다행이네요. 다음 촬영 때 봐요 유나씨!’‘유나….씨?”유나는 그 세 글자를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민팀장도 아니고 유나 디자이너도 아닌,이제 도윤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유나는 아무리 참으려 해도 혼자 웃음이 새어 나왔다.……도윤의 메이크 업이 끝나갈 무렵 유나가 오른 발목에 반깁스를 하고 나타났다.“저런 유나씨. 많이 불편하겠어요. 오래 갈 것 같은데…”도윤이 유나의 발목에 눈을 떼지 못한 채 말했다.“아. 도윤님 아직 움직이시면 안되는데….”메이크업 스태프가 도윤의 이마 가르마를 정리하며 투박하게 한 마디 했다.“아 다음주에는 깁스를 풀거에요. 이제 한결 편해졌어요.”유나가 발목을 들어 오버해서 들어 올리며 환하게 웃었다.“그건 또 다음주 가 봐야 아는 겁니다. 접질린 발목은 약해져 있어 늘 조심해야 돼요.”도윤이 메이크업 스태프에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네
Last Updated: 2026-08-21
Chapter: 11화 별이 내 앞에 내려앉다
“유나씨 잠깐 대표실로 들어오세요!”최대표가 유나를 대표실로 불렀다.“유나씨 이번 레트로 컬렉션 프로젝트에 H2H 김도윤씨를 섭외했다면서요?”“맞습니다.”유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뭔가 대표가 자신을 질책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H2H의 김도윤이라…. 90년대 인기가 참 많았죠. 제 기억에 소녀팬도 굉장히 많았던 거 같고….. 그런데 지금은 활동을 하고 있나요? 매스컴에서는 거의 사라진 듯 한데…..”대표도 프로젝트 팀원들과 같은 반응이었다.“네 지금은 당시 만큼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앨범도 내고 음악 활동은 꾸준히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유나가 다소 방어적으로 대답했다.“레트로 감성을 살리기 위해 20년전 인기 보이 그룹의 리더를 섭외한 아이디어는 뭐 어느 정도 공감은 됩니다. 그런데 페션지 메인 모델까지 제안했던데 너무 과한 제안은 아닐까요? 젊은 소비자들에게 ‘김도윤’이라는 이름이 얼마나 통할지도 의문이고요. 자칫하면 레트로가 아니라 그냥 ‘한물간 스타’를 데려왔다는 인상만 줄 수도 있어요.”지적하는 최대표의 눈빛이 날카로웠다.“저도 그 부분을 생각했습니다.”“그래요?”“김도윤씨는 가수이지 전문 모델이나 배우는 아니었죠. 그래서 오히려 저희가 원하는 자연스러운 레트로 감성에 어울릴 수 있습니다. 그때 김도윤씨의 팬들도 이제는 소녀에서 어느덧 사회의 중심 세대가 됐을 거예요. 자신뿐 아니라 남편이나 연인의 패션에도 관심을 갖고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세대죠.”“보이그룹에 열광했던 과거의 소녀팬들이 움직인다?”“그렇습니다. 우리가 팔아야 하는 건 20년 전의 옷이 아니라,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다시 느끼고 싶어 하는 감정이죠. 김도윤씨는 그때 스타일에서 유행의 정점에 있었고 시간은 좀 지났지만 지금도 세련된 이미지는 잘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젊은 세대에게는 오히려 낯선 얼굴이라는 게 장점일 수도 있습니다. 이미 소비된 이미지가 아니라 새롭게 발견되는 얼굴이 될 수 있으니까요.
Last Updated: 2026-08-20
Chapter: 10화 디자이너님
“유나씨! 잠시 대표실로 좀 오세요.”대표의 호출을 받은 유나는 영문을 모른채 대표실에 올라갔다.“음. 유나씨. 나는 처음부터 유나씨가 충분히 재능도 있고 잠재력이 충분한 디자이너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다 대표님 덕분이에요. 잊지 않고 있습니다.”“음. 인사를 받고 싶어 부른 건 아니고… 내년 우리 회사가 기획하는 패션쇼가 있어 유나씨를 불렀어요. 이번 홍콩에서도 실력을 발휘했고 충분히 능력도 인정을 받았으니 직접 이번 프로젝트를 유나씨에게 맡겨 볼까 해요.”“제가요? 저는 아직…..”“물론 우리 업계에서 유나씨는 아직 햇병아리죠. 월드 컴피티션에서 한 번 우승했다고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요. 그러나 패션계는 유나씨도 알다 시피 시시각각으로 변해요. 트렌드를 읽어내고 주도하려면 끊임 없이 변화해야 하고 새로운 인물들이 그런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저는 그래도 아직 프로젝트를 맡아서 하기엔…..”“유나씨 마음 충분히 이해 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컨셉이 있어요. 90년대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캡슐 컬렉션을 만드는 프로젝트에요. 단순히 옛날 옷을 복원하는 게 아니라 그 당시의 대중문화의 감성을 끌어 와 재해석하는 거죠. 유나씨가 한 번 감각을 살려서 도전해 봤으면 합니다. 유나씨에게는 기회이고 우리에게는 모험이지만 그렇다고 리스크가 그렇게 크지는 않죠. 이정도면 서로 충분히 딜할 수 있는 부분 같은데…..”“대표님 생각이 그러시면 저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최대표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드리워졌다.“좋습니다. 6개월이면 충분히 유나씨도 컨셉을 잡고 창의력을 발휘하여 기획할 만큼 넉넉할 겁니다. 유나씨와 함께 할 프로젝트 팀 멤버는 우리 조부본부장이 만들어 놓을 겁니다. 유나씨 행운을 빌어요!”“네 대표님 감사합니다”대표의 사무실을 나온 유나는 얼떨떨했다. 인정 받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마냥 구름 속을 걷는 기분만 느끼고 있을 수는 없었다.“민팀장님, 그럼 우리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유나보
Last Updated: 2026-08-17
Chapter: 9화 닿지 못한 마음
“자 여기 모두 모여 봐요!”최대표가 모든 디자이너들과 직원들을 대회의실에 불러 모았다.“우리 회사에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모두 귀를 쫑긋 세웠다.“이번 홍콩 서스테이너블 디자인 컴피티션에서 우리 회사 민유나씨가 당당히 우승을 했습니다”.최대표가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리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박수 갈채가 터져 나왔다. 회의실이 환호성으로 떠나갈 듯 했다.“우아, 유나씨 들어 온지도 얼마 안되었는데 복덩이가 들어왔네? 대단해 그리고 축하해.”팀장이 밝은 표정으로 유나의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유나는 구름 속을 걷는 것 같았다.“그런데 유나씨 국화무늬는 좀 의외였어. 제법인데?”주부본부장이 시크한 표정으로 유나에게 말을 건넸다.“친한 언니랑 기념으로 샀던 핸드폰 케이스에 국화 무늬가 있었던 게 떠올랐어요. 저도 의외여서 얼떨떨해요”“자자 이렇게 회사에 좋은 일이 있는 날은 그냥 지나치면 안되겠죠? 우리 오늘 유나씨 우승 기념으로 회식합시다! 3차까지는 빼기 없기입니다.”대표가 우렁차게 이야기했다.유나는 건네 주는 술잔을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자기를 축하해 주기 위해 모두 남아서 시간을 보내 주는데 분위기를 어렵게 하고 싶지 않았다.“잠시 화장실 좀….”유나는 속이 매스껍고 불편하여 밖으로 나왔다. 바깥 찬 공기를 들이 마시니 조금 살 것 같았다.“유나씨 괜찮아요?”같은 팀 동우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예 바깥 공기를 마시니까 조금 나아요. 들어가 보세요.”“유나씨, 오늘 진짜 많이 마시던데 괜찮겠어요? 거절하기가 힘들었죠? 내가 오늘 집에 데려다 줄께요.”“아 선배 저 혼자 갈 수 있어요.”“유나씨, 이미 많이 마셔서 힘들어 보여요. 내가 얼른 짐 챙겨 나올 테니 기다려요.”쏜살같이 들어간 동우가 이내 유나의 가방과 외투를 들고 나왔다.“유나씨 택시 잡아서 내려 주고 갈께요. 집이 어디에요?”“음…. 종로구……..”유나는 다리에 힘이 자꾸 풀렸다.유나의 겨드랑이를 얼른 부축이면서 동우가 택시를 거칠게 불렀다
Last Updated: 2026-08-07
Chapter: 8화 첫 우승
“민유나씨? 대표님 호출이요.”“녜? 대표님이요?”얼떨결에 대표실에 들어간 민유나를 최대표는 반가워했다.“어 유나씨. 오랜만이죠? 자 잠깐 앉아요.”“대표님 무슨 일로 저를 부르셨나요?입사 후 대표를 독대한 것이 처음이라 유나는 웬지 모를 긴장감에 침을 삼켰다.“이번에 홍콩에서 디자이너들끼리 실력을 겨루는 컴피티션이 열리는데 우리 회사 대표로 유나씨가 참가하면 어떨까요?”권유하는 듯한 말이었지만 그 말에는 거절할 수 없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이제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제가… 그런 큰 행사에…..”말을 주저하며 얼버무리는 유나에게 최대표가 찡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디자이너들이 모두 가을 컬렉션에 묶여 있어요. 그렇다고 이번 컴피티션을 그냥 스킵하기에는 아쉬운 행사에요 유나씨는 오히려 신인이니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잖아요? 유나씨가 한 번 준비해 봐요.”거의 제안이라기보다는 반명령에 가까웠다.“알겠습니다, 대표님.”한숨을 내쉰 유나는 승낙외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그렇게 개인 짐을 챙겨 유나는 홍콩행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작은 창문 너머 건물들이 점점 장난감처럼 크기가 줄어 들었다. 비행기 특유의 둥근 창에는 지연 언니, 그리고 웬일인지 고향에 두고 온 동생이 문득 떠올랐다. 유나의 가슴이 먹먹해 졌다. 비행기를 처음 타서 인지 아님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린 탓인지 확실치 않았다. 첫 출장은 설렘이 가득하기 마련이지만 유나에게는 설렘보다는 부담이 백배인 출국이었다.컴피티션 디렉터의 설명을 놓치지 않기위해 초집중을 했다.“이번 컨셉은 서스테이너블 디자인이에요. 원단의 레프트오버까지 모두 활용한 작품을 출품해 보세요. 기간은 1주일입니다.”유나는 하루 종일 고민을 했다. ‘어떤 디자인이 세계인들에게 호소력이 있을까? 과하지 않으면서 아름다우면 좋을텐데…’ 문득 동대문 봉제 공장에서 헤어질 때 지연 언니와 하나씩 사서 나눠가진 국화무늬의 핸드폰케이스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국화 무늬를 원피스에 새겨
Last Updated: 2026-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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