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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닿지 못한 마음

last update 게시일: 2026-08-07 13:41:07

“자 여기 모두 모여 봐요!”

최대표가 모든 디자이너들과 직원들을 대회의실에 불러 모았다.

“우리 회사에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모두 귀를 쫑긋 세웠다.

“이번 홍콩 서스테이너블 디자인 컴피티션에서 우리 회사 민유나씨가 당당히 우승을 했습니다”.

최대표가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리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박수 갈채가 터져 나왔다. 회의실이 환호성으로 떠나갈 듯 했다.

“우아, 유나씨 들어 온지도 얼마 안되었는데 복덩이가 들어왔네? 대단해 그리고 축하해.”

팀장이 밝은 표정으로 유나의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유나는 구름 속을 걷는 것 같았다.

“그런데 유나씨 국화무늬는 좀 의외였어. 제법인데?”

주부본부장이 시크한 표정으로 유나에게 말을 건넸다.

“친한 언니랑 기념으로 샀던 핸드폰 케이스에 국화 무늬가 있었던 게 떠올랐어요. 저도 의외여서 얼떨떨해요”

“자자 이렇게 회사에 좋은 일이 있는 날은 그냥 지나치면 안되겠죠? 우리 오늘 유나씨 우승 기념으로 회식합시다! 3차까지는 빼기 없기입니다.”

대표가 우렁차게 이야기했다.

유나는 건네 주는 술잔을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자기를 축하해 주기 위해 모두 남아서 시간을 보내 주는데 분위기를 어렵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잠시 화장실 좀….”

유나는 속이 매스껍고 불편하여 밖으로 나왔다. 바깥 찬 공기를 들이 마시니 조금 살 것 같았다.

“유나씨 괜찮아요?”

같은 팀 동우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예 바깥 공기를 마시니까 조금 나아요. 들어가 보세요.”

“유나씨, 오늘 진짜 많이 마시던데 괜찮겠어요? 거절하기가 힘들었죠? 내가 오늘 집에 데려다 줄께요.”

“아 선배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유나씨, 이미 많이 마셔서 힘들어 보여요. 내가 얼른 짐 챙겨 나올 테니 기다려요.”

쏜살같이 들어간 동우가 이내 유나의 가방과 외투를 들고 나왔다.

“유나씨 택시 잡아서 내려 주고 갈께요. 집이 어디에요?”

“음…. 종로구……..”

유나는 다리에 힘이 자꾸 풀렸다.

유나의 겨드랑이를 얼른 부축이면서 동우가 택시를 거칠게 불렀다.

“택시.. 택시!”

“여기서부터는 혼자 갈 수 있어요? 동우씨 고마워요. 내일 회사에서 봐요.”

동우는 유나의 비틀거리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았다. 골목으로 들어간 유나를 확인한 후 동우는 그제서야 뒤돌아 섰다.

 ……

유나는 몸이 으슬으슬 아팠다. 근육통이 생기고 몸이 자꾸 움츠려드는 걸 보니 감기 몸살인 듯 했다.

“팀장님, 저 오늘 조퇴좀요.”

“왜 몸이 안좋아?”

“예, 몸살인 거 같아요.”

가방을 챙겨 유나는 회사 밖으로 나왔다. 머리도 어지러웠지만 정신력으로 버텼다. 반지하 집에 들어오자마자 유나는 이내 쓰러졌다.

두 시간쯤 흘렀을까? 반지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유나는 엉금엉금 문 앞으로 기어가 문 밖을 보며 말했다.

“누구세요?”

“유나야. 잠깐 들어가도 돼?”

동우 목소리였다.

동우는 유나 집에 들어서서 어색해 하며 말을 건넸다.

“팀장님이 너 아프다고 해서 걱정이 돼서 와봤어.”

“선배, 저희 집을 어떻게…?”

“그날 회식한 날 네가 들어간 골목이 기억이 났어. 골목에 들어 오니 막상 몇 집 없네?”

동우가 멋적은 듯 웃었다.

“이건 감기약이고 이건 전복죽이야. 입맛이 없어도 죽 먹고 약먹고 푹 자.”

“선배 고마워요. 미안해요.”

“미안하긴.. 나 갈께 빨리 나아.”

“선배 나 멀리 못나가요”

“나오면 당연히 안돼지. 쉬어. 회사에서 봐.”

동우는 그날이후 유나의 그림자같기도 호위무사같기도 했다.

유나의 작업실에, 구내 식당에 휴게실에 유나가 생활하는 모든 공간에 동우가 늘 보였다.

“두 사람 그냥 사귀지 그래?”

팀장이 동우와 유나를 번갈아 보며 놀렸다.

동우가 미소를 지었다.

유나는 자신의 우승 기념 파티 때 과음을 해서 집에 겨우 돌아간 날, 동우가 자신을 돌봐준데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있었다. 그러나 유나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자신에게 연애는 사치처럼 느껴졌다. 원단이 자신을 이해해 주는 유일한 애인처럼 느껴졌다. 원단을 만지고 있으면 행복했고 마음이 놓였고 푸근했다. 원단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H2H의 씨디를 들을 때 유나에는 세상에서 더 필요한 것이 없었다.

그러나 동우는 달랐다. 조바심이 났다. 유나만 보면 가슴이 떨렸고 안고 싶은 충동이 매 번 들었다. 유나를 돕고 유나 주변에 맴돈지도 이제 4개월이 지났다. 다정하고 상냥하지만 늘 거리를 두는 유나가 원망스러웠다.

“유나야. 회사 옥상에서 잠시 봐!”

“선배, 무슨 일이에요?”

“응, 잠깐이면 돼”

회사 옥상에 올라가니 멀리 남산타워가 우뚝 솟아 있는 것이 새삼 느껴졌다.

“유나야. 나 솔직히 …. 너 좋아해. 나도 내 감정을 숨길 수 없고 어찌 할 수가 없어. 너에게 많은 부담 주지 않을께. 내 마음을 좀 받아 줄 순 없겠어?”

“…..”

“유나야 나는 네가 꿈도 있고 현실과도 싸워야 한다는 거 알아. 그냥.. 네가 마음이 여유가 생길 때까지 그때까지 네 곁에 있으면 안될까?”

“선배…. 나도.. 선배가 좋은 사람인거 알아요. 하지만.. 선배도 알다시피….”

“혹시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거야?”

“그런거 아닌거 선배도 알잖아요? 지금은… 누구도 제 마음에 담을 여유가 없어요…”

동우가 갑자기 유나를 끌어안으려 했다.

유나는 깜짝 놀라며 동우를 밀치면서 말했다.

“선배, 전 선배를 좋은 직장 동료로만 보고 싶어요. 저보다도 훨씬 예쁘고 다정하고 좋은 사람을 선배는 만날 수 있을 거에요. 제 대답은 이거에요.”

동우를 매몰차게 등지고 유나는 비상구 계단으로 가버렸다.

동우는 어깨가 늘어진 채 거기 그냥 서 있었다. 바람 속에 홀로 남아 움직이지 못했다.

…….

H2H 멤버 장도윤은 새 앨범 녹음을 마치고 라디오 스튜디오를 나섰다.

“도윤님, 고생하셨어요. 이번 앨범 대박나세요.”

스튜디오 매니저가 틀에 박힌 인사를 건넸다.

“어쩌면 마지막 앨범일지도요.”

도윤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도윤은 대중의 호감이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직감했다. 테크노 음악과 화려한 신디사이저 비트에 대중들이 점점 열광하고 있음을 보았다. 감미로운 발라드 대신 강렬한 비트와 화려한 사운드가 거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자신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기분이었다.

 삶과 사랑, 애환과 추억을 감미로운 멜로디는 대중들에게 뻔한 클리세 같았다.

도윤은 차의 시동을 켰다. 도윤은 어디로 가야할 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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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별은 북극성이 되다   12화 유나씨

    ‘띠릭’‘발목은 좀 어때요?”도윤의 문자였다.유나는 설레는 마음에 심장이 콩콩 뛰기 시작했다.‘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을까? 회사에 물어 봤나? 나는 가르쳐 준 적이 없는데….’살짝 궁금했지만 유나에게는 이내 의미가 없어졌다.도윤이 먼저 문자를 보낸 것이 중요했다. 회사일이 아니라 자신의 발목을 물어 보려고.‘어쩌지? 답장을 바로 보내야 되나? ‘바로 보내면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잖아.’유나는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삼십 초도 지나지 않아 다시 집어 들었다.‘아니야. 일부러 늦게 보내는 게 더 이상해.’유나는 혼자서 거실을 뱅뱅돌며 고민에 빠졌다.‘네 통증은 이제 거의 없어요. 지난 번 파스 감사했습니다.’보내기를 누르려 하는 순간 고민이 되었다.‘너무 감정 없이 보내나? 더 자세히 보내는 것도 그렇고… 아…’유나는 휴대폰을 꼭 쥐고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네 이제 통증은 거의 사라진 거 같아요. 지난 번에 파스까지 손수 사다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유나는 한 글자 한 글자가 모두 신경이 쓰였다.‘다행이네요. 다음 촬영 때 봐요 유나씨!’‘유나….씨?”유나는 그 세 글자를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민팀장도 아니고 유나 디자이너도 아닌,이제 도윤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유나는 아무리 참으려 해도 혼자 웃음이 새어 나왔다.……도윤의 메이크 업이 끝나갈 무렵 유나가 오른 발목에 반깁스를 하고 나타났다.“저런 유나씨. 많이 불편하겠어요. 오래 갈 것 같은데…”도윤이 유나의 발목에 눈을 떼지 못한 채 말했다.“아. 도윤님 아직 움직이시면 안되는데….”메이크업 스태프가 도윤의 이마 가르마를 정리하며 투박하게 한 마디 했다.“아 다음주에는 깁스를 풀거에요. 이제 한결 편해졌어요.”유나가 발목을 들어 오버해서 들어 올리며 환하게 웃었다.“그건 또 다음주 가 봐야 아는 겁니다. 접질린 발목은 약해져 있어 늘 조심해야 돼요.”도윤이 메이크업 스태프에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네

  • 나의 별은 북극성이 되다   11화 별이 내 앞에 내려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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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별은 북극성이 되다   10화 디자이너님

    “유나씨! 잠시 대표실로 좀 오세요.”대표의 호출을 받은 유나는 영문을 모른채 대표실에 올라갔다.“음. 유나씨. 나는 처음부터 유나씨가 충분히 재능도 있고 잠재력이 충분한 디자이너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다 대표님 덕분이에요. 잊지 않고 있습니다.”“음. 인사를 받고 싶어 부른 건 아니고… 내년 우리 회사가 기획하는 패션쇼가 있어 유나씨를 불렀어요. 이번 홍콩에서도 실력을 발휘했고 충분히 능력도 인정을 받았으니 직접 이번 프로젝트를 유나씨에게 맡겨 볼까 해요.”“제가요? 저는 아직…..”“물론 우리 업계에서 유나씨는 아직 햇병아리죠. 월드 컴피티션에서 한 번 우승했다고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요. 그러나 패션계는 유나씨도 알다 시피 시시각각으로 변해요. 트렌드를 읽어내고 주도하려면 끊임 없이 변화해야 하고 새로운 인물들이 그런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저는 그래도 아직 프로젝트를 맡아서 하기엔…..”“유나씨 마음 충분히 이해 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컨셉이 있어요. 90년대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캡슐 컬렉션을 만드는 프로젝트에요. 단순히 옛날 옷을 복원하는 게 아니라 그 당시의 대중문화의 감성을 끌어 와 재해석하는 거죠. 유나씨가 한 번 감각을 살려서 도전해 봤으면 합니다. 유나씨에게는 기회이고 우리에게는 모험이지만 그렇다고 리스크가 그렇게 크지는 않죠. 이정도면 서로 충분히 딜할 수 있는 부분 같은데…..”“대표님 생각이 그러시면 저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최대표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드리워졌다.“좋습니다. 6개월이면 충분히 유나씨도 컨셉을 잡고 창의력을 발휘하여 기획할 만큼 넉넉할 겁니다. 유나씨와 함께 할 프로젝트 팀 멤버는 우리 조부본부장이 만들어 놓을 겁니다. 유나씨 행운을 빌어요!”“네 대표님 감사합니다”대표의 사무실을 나온 유나는 얼떨떨했다. 인정 받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마냥 구름 속을 걷는 기분만 느끼고 있을 수는 없었다.“민팀장님, 그럼 우리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유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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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별은 북극성이 되다   8화 첫 우승

    “민유나씨? 대표님 호출이요.”“녜? 대표님이요?”얼떨결에 대표실에 들어간 민유나를 최대표는 반가워했다.“어 유나씨. 오랜만이죠? 자 잠깐 앉아요.”“대표님 무슨 일로 저를 부르셨나요?입사 후 대표를 독대한 것이 처음이라 유나는 웬지 모를 긴장감에 침을 삼켰다.“이번에 홍콩에서 디자이너들끼리 실력을 겨루는 컴피티션이 열리는데 우리 회사 대표로 유나씨가 참가하면 어떨까요?”권유하는 듯한 말이었지만 그 말에는 거절할 수 없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이제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제가… 그런 큰 행사에…..”말을 주저하며 얼버무리는 유나에게 최대표가 찡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디자이너들이 모두 가을 컬렉션에 묶여 있어요. 그렇다고 이번 컴피티션을 그냥 스킵하기에는 아쉬운 행사에요 유나씨는 오히려 신인이니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잖아요? 유나씨가 한 번 준비해 봐요.”거의 제안이라기보다는 반명령에 가까웠다.“알겠습니다, 대표님.”한숨을 내쉰 유나는 승낙외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그렇게 개인 짐을 챙겨 유나는 홍콩행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작은 창문 너머 건물들이 점점 장난감처럼 크기가 줄어 들었다. 비행기 특유의 둥근 창에는 지연 언니, 그리고 웬일인지 고향에 두고 온 동생이 문득 떠올랐다. 유나의 가슴이 먹먹해 졌다. 비행기를 처음 타서 인지 아님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린 탓인지 확실치 않았다. 첫 출장은 설렘이 가득하기 마련이지만 유나에게는 설렘보다는 부담이 백배인 출국이었다.컴피티션 디렉터의 설명을 놓치지 않기위해 초집중을 했다.“이번 컨셉은 서스테이너블 디자인이에요. 원단의 레프트오버까지 모두 활용한 작품을 출품해 보세요. 기간은 1주일입니다.”유나는 하루 종일 고민을 했다. ‘어떤 디자인이 세계인들에게 호소력이 있을까? 과하지 않으면서 아름다우면 좋을텐데…’ 문득 동대문 봉제 공장에서 헤어질 때 지연 언니와 하나씩 사서 나눠가진 국화무늬의 핸드폰케이스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국화 무늬를 원피스에 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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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부터 유나 씨는 아틀리에에서 수석 디자이너와 함께 일하세요.”주부본부장이 건조하게 말했다.“네? 아틀리에에서요?”“네 유나씨 그리고 같은 질문을 두번하는 버릇은 좀 고치세요.”유나는 주부본부장의 차가운 말투에 움추러들었다.“네 알겠습니다.”7층의 아틀리에실은 조인유의 심장부와 같은 곳이었다. 60여평 되는 작업 공간에 10여개의 디피용 마네킹들이 서 있었고 작업용 책상과 미싱들 사이에 원단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유나씨 얘기 잘 들었습니다. 우선 유나씨가 재능이 있든 없든 그건 둘째 문제이고 원단부터 익혀야 합니다. 자 우선….”유나는 수석 디자이너가 가리키는 대로 면, 실크, 모혼방 등 다양한 패브릭을 만져 보고 그리고 노트에 적었다. 수석 디자이너의 말 뿐 아니라 표정과 손짓까지 온 힘을 기울여 집중했다.“원단을 익히고 머리 속으로 계산을 해야 해요. 즉 머리에서 이미 재단을 해야 하죠. 연습이란 없어요. 스케치를 한 후 원단에 칼을 대는 순간 그 원단은 이제 돌이킬 수 없습니다. 유나씨가 집중하지 않으면 수백만원짜리 원단을 쓰레기통에 넣는 수가 있어요.”유나는 숨을 참으며 들었다.모두가 퇴근한 시각, 밤 10시 유나는 아틀리에에 혼자 남아 원단을 정리하고 눈에 익혔다.유나는 원단 냄새가 좋았다. 원단이 자신을 어서 재단해 달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언젠가 자신의 손끝에서도 이런 원단이 아름다운 옷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랐다. 1시간쯤 원단을 정리하고 아틀리에의 불을 끈 후 유나는 집으로 향했다. 차가운 11월의 밤공기가 유나에게는 시원한 산소처럼 느껴졌다.….유나는 첫 월급 명세서를 받고 기분이 묘했다. 월급 통장을 뚫어지라 들여다 보며 손가락으로 숫자를 짚었다. 분명 봉제 공장에서 일하던 시절에 비해 조금 더 나아지긴 했지만 공장 기숙사 비용으로 공제되던 금액은 지금 살고 있는 월세에 비하면 거의 공짜나 다름 없었다. 유나는 이를 더 악물고 저축하기로 했다. 점심값이 아까워 아침마다 눈을 비비며 도시락을 쌌다. 맨밥에 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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