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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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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s by 신도아

구원자

구원자

결혼식 당일, 도희는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납치된다. “파혼 축하해요.” 낯선 남자 강우진은 그녀를 가둔 채, 오래전부터 자신을 알고 있었다는 듯 행동한다. 도희는 그에게서 벗어나려 하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잊고 있던 과거의 흔적과 마주한다. 그는 왜 하필 결혼식 날 그녀를 데려왔을까. 자신을 가둔 남자를 믿어도 되는 걸까. 17년 전 끝내 지키지 못한 약속. 그리고 다시 시작된 구원. 사랑과 집착, 복수와 구원이 뒤엉킨 로맨스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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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제 15장 잃어버린 기억
도희가 그를 바라봤다.“제가요?”“네.”우진은 웃으려 했지만 실패했다.“아무리 찾아도 없었어요.”산 아래에서 약을 구해 올라왔을 때 오두막 문이 열려 있었다. 우진은 처음에는 도희가 밖에 나간 줄 알았다.“도희야.”대답이 없었다.방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이불은 흐트러져 있었고, 도희가 누워 있던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도희야!”밖으로 뛰쳐나갔다. 주변을 미친 듯이 돌아다녔다. 나무 뒤도 보고, 산길도 내려다봤다. 목이 쉴 때까지 이름을 불렀다. 그런데 아무도 없었다.“도희야!”우진의 목소리가 떨렸다.현재의 이야기를 하는데도 꼭 그날로 돌아간 사람 같았다.도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러다가.”우진의 눈이 서서히 감겼다.“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어요.”“….”“도희 씨 목소리.”도희의 심장이 세게 뛰었다. 다음 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아직 듣지도 않았는
Last Updated: 2026-09-20
Chapter: 제 14장 오두막
우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도희도 재촉하지 않았다.창밖에서는 어느새 비가 완전히 그쳐 있었다. 처마 끝에 맺힌 빗물이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지는 소리만 조용한 거실을 채웠다.“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한참 뒤 우진이 입을 열었다.“처음부터요.”도희가 말했다.“내가 기억 못 하는 데부터.”우진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다 결국 시선을 찻잔으로 내렸다.“우리는 사랑 보육원에서 같이 지냈어요.”도희의 손끝이 멈췄다. 예상했던 말이었다. 그런데도 직접 듣는 순간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해졌다.“같이… 얼마나 오래요?”“몇 년.”“친했어요?”우진이 아주 작게 웃었다.“도희 씨는 저를 오빠라고 불렀어요.”“….”도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가, 오빠.며칠 전 갑작스럽게 떠올랐던 목소리가 또 머릿속을 스쳤다.자신의 목소리였다.어리고,
Last Updated: 2026-09-19
Chapter: 제 13장 사랑보육원
집에 도착하자마자 두 사람은 각자 방으로 들어가 젖은 옷부터 갈아입었다.먼저 거실로 나온 건 우진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희도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머리는요?”우진의 말에 도희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졌다.옷을 갈아입느라 정신이 없어서 젖은 머리는 그대로였다. 긴 머리카락 끝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어깨를 적시고 있었다.“말리면 되죠.”“그러다 감기 걸려요.”“누가 할 소리.”도희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비를 두 시간씩 맞고 있던 사람이.”우진은 대꾸하는 대신 욕실로 향했다. 곧이어 마른 수건 하나를 가지고 돌아왔다.“앉아요.”“왜요?”“머리 말려줄게요.”“됐어요. 내가 할 수 있어요.”도희가 수건을 받으려고 손을 내밀었지만, 우진은 순순히 내어주지 않았다.“찾으러 나왔다가 다 젖었잖아요.”“그건 내가 알아서 나간 거고.”“그러니까 제가 알아서 미안해할게요.”
Last Updated: 2026-09-18
Chapter: 제12 장 도망치지 않는 밤
철컥.문이 열렸다.차가운 바람과 함께 빗물이 안쪽으로 들이쳤다. 도희는 문턱 앞에 멈춰 섰다. 지금 나가면 정말 끝이었다.다시는 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아도 됐다. 강우진이 왜 자신을 알고 있는지, 십칠 년 전 자신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자신을 데려왔는지 알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모르는 채 살아도 됐다.그게 가장 안전한 선택이었다.그런데도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금방 올게요.’마지막으로 봤던 우진의 얼굴이 떠올랐다.평소처럼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조금 전 소파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던 모습도 함께 떠올랐다.그리고 집 앞에서 ‘선생님’을 발견했을 때의 얼굴. 겁에 질려 있던 얼굴이었다.도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분명 그래야 했다.그런데 만약 우진이 돌아오지 않으면. 그 생각이 떠오른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미쳤나 봐.”도희는 현관 밖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하지만 향한 곳은 경찰서도, 사람들이 있는 큰길도 아니었다.현관 한쪽에 세워져 있던 우산을 집어 들었다.철컥.문이 열렸다. 아무도 막지 않았다. 아무도 붙잡지 않았다. 도희는 열린 문 앞에 가만히 서 있었다. 처마 너머로 빗소리가
Last Updated: 2026-09-17
Chapter: 제 11장 평범한 하루의 끝
직원은 두 사람의 반응을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웃음을 키웠다.“아니, 두 분이 너무 보기 좋아서요.”“아니에요.”도희가 바로 대답했다.“아…. 그러세요?”“네. 절대 아니에요.”이번에는 우진이 말했다.도희의 눈빛이 우진을 향했다. 우진은 그것도 모르고 단호하게 고개까지 저었다.“진짜 아닙니다.”“아, 네. 제가 괜한 말을 했네요.”직원이 민망한 듯 계산을 이어갔다.도희는 말없이 우진을 힐끗 봤다. 이상하게 기분이 나빴다. 아니라고 한 건 자신이 먼저였다. 그런데 저 사람은 왜 저렇게까지 부정하는 건데.“왜요?”시선을 느낀 우진이 물었다.“뭐가요.”“또 기분 나쁜 얼굴인데.”“아닌데요.”“아닌 얼굴이 아닌데.”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었다.도희가 입을 다물었다.우진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ld
Last Updated: 2026-09-16
Chapter: 제 10장 평범한 일상
다음 날 오후.우진은 한참 동안 현관 앞을 서성였다.신발을 신었다가 벗기를 벌써 두 번째였다. 나갈 것처럼 차 키까지 챙겨놓고는 거실로 들어오기를 반복했다.소파에 앉아 있던 도희가 결국 책에서 눈을 뗐다.“뭐 해요?”“네?”“아까부터 왜 자꾸 왔다 갔다 해요?”“아….”우진이 괜히 손에 들고 있던 차 키를 만지작거렸다.별것도 아닌 말이었다. 그런데 막상 입 밖으로 꺼내려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장 보러… 같이 갈래요?”도희가 눈을 깜빡였다.“장이요?”“네.”“어제 장 본 거 아니었어요?”우진의 시선이 슬쩍 주방으로 향했다.냉장고 안에는 어제 사 온 식재료가 아직 가득했다. 당장 며칠은 장을 보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그, 그게….”도희가 가만히 다음 말을 기다렸다.“안 산 게 있어서……!”“뭘 안
Last Updated: 2026-09-15
크레센도 : 설렘의 울림

크레센도 : 설렘의 울림

위스키&칵테일 전문 LP바 블루문(Blue Moon). 그곳의 주인이자 환술사 제이는 오늘도 손님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보컬 트레이너 겸 음악 프로듀서 정하와 작사가 보라. 블루문에서 운영하는 음악 커뮤니티 '리버브'에서 만난 두 사람은 우연히 가수 J의 앨범 작업에 참여하게 되며 점차 가까워진다. 하지만 보라에게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과거가 있고, 밤에만 문을 여는 LP바 블루문에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이어진다. 음악과 달빛이 이어준 두 사람의 이야기, 《크레센도 : 설렘의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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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6화. Ending
8월 중순. 길고도 숨 가빴던 작업이 마침내 끝을 맺었다. 마지막까지 수십 번의 수정과 녹음을 반복한 끝에, 비로소 하나의 앨범이 완성됐다. 모두가 지칠 만큼 긴 시간이었지만 누구 하나 포기하지 않았다.J의 타이틀곡 ‘문플라워’는 예상보다 훨씬 큰 사랑을 받았다. 공개직후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더니 결국 3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방송국과 잡지사는 물론, 라디오와 유튜브까지 인터뷰 요청을 보내왔고, J의 스케줄 표는 빈칸을 찾기 어려울 만큼 빼곡해졌다.한편 정하와 보라는 조금씩 더 가까워졌다. 예전처럼 괜한 오해로 마음을 숨기지도 않았다. 기쁜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서로를 찾았고, 힘든 일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기대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함께 걷는일도, 함께 밥을 먹는 것도 어느새 특별한 약속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이 되었다.-“뭔가 허전하지 않아요, 오빠?”이상한 건 블루문에 대한 기억을 정하만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보라는 블루문에 대한 모든 기억을 잊은 듯 행동했다.손을 잡고 걸어가던 정하와 보라가 어디엔가 멈춰섰다.“왜요 오빠?”정하는 블루문이 있던 자리를 빤히 쳐다보았다. 간판이 걸려있었을 법한 자리에는 빛바랜 별만 남아 있었고, 창문 역시 오래전부터 비어 있었던 것처럼 조용했다. 처음부터 그런 공간이었던 것처럼 블루문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그냥, 익숙한 느낌이 들어서..”정하는 말을 흐렸다.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한 보라가 정하에게 물었다.“J님이 이따 조촐하게라도 1위 기념 파티하자는데, 갈거죠?”“음, 가야지.”보라는 휴대전화를 내려다보며 웃음을 터뜨렸다.“단체방에 아까부터 계속 사진 올라오고 있어요. J님, 벌써 케이크까지 예약했다는데요?”“형 답네.”정하의 대답에 보라가 싱긋 웃었다.“그런데요, 오빠”“응?”“문플라워 있잖아요.”정하의 시선이 보라에게 향했다.“노..래 말하는 거지?”“네. 이상하게 제가 직접 쓴 가사인데도 어떤 마음으로 썼는지가 잘 기억이 안 나요.
Last Updated: 2026-07-26
Chapter: 25화. Blue Hour
급히 집으로 돌아온 정하와 보라는 문플라워부터 찾았다. 문플라워가 시든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지만 그대로 시들게 두면 안 될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제이의 반응이 가장 신경 쓰였다.“다행히 우리 꽃은 시들진 않았네.”정하가 창틀에 올려놓은 문플라워를 보며 안심했다.“그런데 블루문의 문플라워는 왜 다 시들었을까요?”“일단 가봐야지.”둘은 블루문으로 향했다.-“사장님 저희 왔어요.”“아, 오셨어요!”정하와 보라가 블루문 안으로 들어왔다. 제이는 시든 꽃가지들을 정리 중이었다.“저희가 가지고 있는 문플라워는 문제가 없었어요. 왜 이곳의 꽃만 시들게 된 걸까요?”“아무래도 이곳의 시간이 다해가는 모양입니다. 블루문의 영업도 곧 끝을 맞이하니, 문플라워도 함께 생을 마친 것이 아닐까.. 저도 그렇게 짐작만 하고 있습니다.”“그렇군요..”“사실 오늘 두 분을 뵙고 싶었던 이유는, 두 분이 거울 속에서 무엇을 봤는지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제이의 물음에 정하와 보라는 입을 다물었다. 제이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어디부터 궁금한 걸까. 알 수가 없었다.“음악 작업은 다행히 잘되고 있는 것 같더군요.”“그걸 어떻게..”“꽃과 거울은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거든요.”“두 분이 무엇을 보셨는지는 몰라도, 무엇을 깨달았는지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습니다.”제이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바 테이블 위에 놓인 빈 잔 하나를 천천히 닦기 시작했다. 늘 그래왔듯 익숙한 손놀림이었다. 잔 표면을 스치는 부드러운 천의 소리만이 조용한 블루문 안을 채웠다.보라는 무심코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치 마지막을 암시하듯 공간은 무언가로 차 있으면서도 공허함을 감추지 못했다.“꽃들도.. 마지막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걸까요?”보라의 작은 중얼거림에 제이가 방긋 웃었다.“사람은 늘 끝을 두려워하지만, 모든 끝이 불행한 것은 아닙니다.”그는 시든 문플라워 하나를 집어 들었다.“꽃은 필 때를 알고 질 때를 압니다. 억지로 붙잡는다고 다시 피어나는 법은
Last Updated: 2026-07-26
Chapter: 24화. Discord
진행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됐다.“지금 그렇게 부르면 사비랑 벌스랑 차이가 별로 없어요. 다시.”“발음이 계속 씹히네. 자음이 좀 더 들렸으면 좋겠는데.”정하의 디렉팅은 여전히 정확했고,“야, 형 목 나가겠다. 이 정도 했으면 좀 봐줘.”J의 엄살은 심해졌다.-“지금도 충분히 좋은데요?”보라가 조심스럽게 거들자 정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좋은 거랑 완벽한 결과물인 건 달라요.”“들었지 보라야? 저 새끼는 눈물도 없는 새끼야.”J가 마이크 너머로 투덜거리자 정하가 피식 웃었다.“편의 봐주다가 망하는 것보다 낫지 않아? 형 대중들의 무관심 한 번 받아볼래?”“..한다, 해! 말을 저렇게 재수 없게 해요.”녹음실 안에는 웃음이 번졌다. 며칠 전의 무거운 분위기가 무색할 만큼 편안한 공기가 흘렀다.그때 정하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발신인의 이름을 보자 정하의 표정이 아주 잠깐 굳었다.
Last Updated: 2026-07-25
Chapter: 23화. Reset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왔어요. 문플라워.”제이의 미소가 아주 천천히 번졌다.“예상보다 빨리 오셨네요. 이번에는 시들지 않았나 봐요. 다행입니다.”제이의 안도 섞인 말에 정하와 보라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문플라워의 꽃말이 뭔지 아세요?”제이는 그런 둘의 반응을 이해한다는 듯이 태연하게 위스키 글라스의 물기를 닦으며 물었다.“안 그래도 인터넷에 검색해봤어요. 아무 정보도 안 나오던데요.”보라가 대답했다. 보라는 이미 처음 문플라워를 받았을 때부터 그것이 그냥 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제이가 작게 웃었다.“당연합니다. 인간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꽃이니까요.”“....”“그래서 꽃말도 기록되어 있지 않은 겁니다.”잠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던 제이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하지만 블루문에서는 오래전부터 하나의 의미로 불려왔죠.”“그게..
Last Updated: 2026-07-23
Chapter: 22화. 시들지 않는 꽃
집 안은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평온했다. 은은한 조명이 거실을 비추고 있었고, 식탁 위에는 보라가 마시다 만 차 한 잔이 아직 김을 내뿜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경찰서에서 마주했던 것과는 다른 공기였다. 그러나 이상하게 가벼워져야 할 마음은 쉽게 가벼워지지 않았다. 가사를 훔친 범인이자 오랜 시간 보라를 괴롭힌 스토커가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녀는 무슨 반응을 할까.아무것도 모르는 보라가 정하를 반겼다. 조금 전에 J와 함께 민석을 경찰서에 넘기고 온 정하가 애써 웃으며 보라 옆에 앉았다.“무슨 일 있어요? 표정이 안 좋은데..”보라의 물음에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잡혔어, 가사 훔친 놈. 그리고, 너를 여태 괴롭힌 스토커까지.”“....”꽤나 놀랄만한 이야기였지만 보라는 의외로 담담했다.“그래요?”그녀의 얼굴이 씁쓸해졌다. 마치 알고 있었던 것처럼 크게 놀라지도 않았다.“알고 있었어?”“대충.. 제가 대학 다닐 때 잃어버린 오르골을 민석 씨가 가지고 있더라고요.”“근데 왜 말 안 했어?”“확실하지 않으니까..”
Last Updated: 2026-07-21
Chapter: 21화. 진실
정하가 긴장이 되는 듯 숨을 골랐다. 미친 짓이라고도 생각했다. 꽃을 들고 거울 앞에 서면 진실을 알게 된다는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믿기지 않았다.“세상에는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일도 많으니까..”그는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처럼 중얼거리며 문플라워를 든 채 화장실 거울 앞에 섰다.“디스토션님이 정말 보라에게 위험한 사람일까?”그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는 순간이었다.꽃잎이 하나둘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마지막 꽃잎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주변 공기가 무거워졌다. 등줄기를 타고 서늘한 감각이 스쳐 지나갔다.정하는 선뜻 거울을 바라보지 못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만약 제이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부터 보게 될 건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보라가 감춰왔을 진실일지도 몰랐다. 손끝에 식은땀이 맺혔다. 그는 마른 침을 삼킨 뒤 천천히 시선을 들어 거울을 바라봤다.순간적으로 거울을 바라본 정하는 믿을 수 없었다.거울 속에는 불안에 떨며 자취방으로 들어가는 보라의 모습이 비쳤다. 익숙한 대학가 골목이었다. 우편함에 꽂힌 편지를 발견한 보라는 잔뜩 굳은 얼굴로 주변을 몇 번이고 살핀 뒤 조심스레 편지를 꺼냈다.정하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보라는 얼마나 두려웠을까. 편지 한 장을 꺼내는 짧은 순간에도 주변을 몇번이고 살피던 모습이 가슴을 짓눌렀다.장면이 바뀌었다.이번에는 ‘타임캡슐’이라고 적힌 편지를 들고 경찰서를 찾은 보라가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건네는 장면이었다.경찰은 무언가를 적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보라의 표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정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답답했다.또다시 장면이 바뀌었다.결국 학교를 떠나 본가로 돌아가는 보라. 작은 캐리어 하나를 끌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걸어가는 뒷모습이 유난히 쓸쓸해 보였다.그런데 세 장면에는 모두 보라 말고 또 다른 존재가 있었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검은 그림자. 모든 장면이 테이프를 거꾸로 되감
Last Updated: 2026-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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