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화. 사라진 목걸이핸드폰에 남은 카드 승인 내역이 이토록 잔인한 이정표가 될 줄은 몰랐다.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달려온 호텔 로비. 사정을 설명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내내 차율의 손바닥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죄송합니다, 고객님. 객실 청소팀 확인 결과, 습득된 목걸이는 없다고 합니다.”단호한 직원의 목소리에 차율의 사고 회로가 순식간에 정지됐다. 입술이 힘없이 벌어졌지만, 어떤 말도 새어 나오지 않았다.호텔이 아니라면, 대체 어디란 말인가. 그 방을 벗어난 뒤로 다른 곳을 들른 적도 없는데.망연자실하게 서있는 차율을 힐끔거리던 직원이 조심스럽게 한마디를 덧붙였다.“혹시, 함께 계셨던 일행분이 챙기신 건 아닐까요?”“아. 네…….”자신 없는 목소리. 직원의 눈에 의구심이 서리는 것을 느끼며 차율은 서둘러 연락처만 남긴 채 호텔을 빠져나왔다.회전문을 밀고 나온 세상은 무심하게도 화창했다. 새벽의 안개는 온데간데없고, 나뭇잎 사이로 조각난 햇빛이 쏟아져 내렸다.지독하게 시린 제 속마음과는 정반대의 날씨였다.“비나 좀 내리지…….”차율은 힘없는 말투로 투덜거리며 손바닥으로 눈부신 햇빛을 가렸다.직원의 말은 무시할 수 없는 가설이었다. 목걸이가 떨어졌다면 남은 사람이 이를 발견했을 확률이 가장 높으니까.문제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이지.‘기억해 내, 홍차율. 제발.관자놀이를 짓누르며 억지로 기억의 파편을 끄집어내려 했지만, 떠오르는 건 온통 낯뜨거운 기억들뿐이었다.살색이 얽히고설키며 내뱉던 거친 숨소리, 제 허리를 부서질 듯 꽉 움켜쥐던 커다란 손.그리고 귓가를 간지럽히던 낮고 은밀한 목소리…….펼쳐지는 장면은 금세 농밀한 장면들로 번져나갔다. 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자꾸만 불쑥 튀어나오는 야한 기억들에 미칠 지경이었다.그저 사고로 묻어버리려 했던 하룻밤이 갑자기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로 다가온 상황.뺨이 화끈거리고 목이 타들어갔다. 하지만 지금은 부끄럽다고 피할 때가 아니었다.목걸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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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화. 선을 넘은 밤“으…….”깨질 듯한 두통이 전신을 짓눌렀다.억지로 눈을 뜨자 흐릿한 시야 사이로 은은한 주홍빛 조명이 쏟아졌다. 그리고 가정집에서는 보기 힘든 고급스러운 천장 몰딩.그 생경한 풍경만으로도 이곳이 자신의 자취방이 아님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둥둥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협탁 위를 더듬었지만, 있어야 할 안경 대신 손 끝에 걸린 건 낯선 감촉이었다.그것은 분명 어제 착용했던 붉은색 레이스 속옷…….차갑게 식은 심장을 진정시키며 두툼한 구스 이불을 살짝 들추자 따뜻한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살색의 나신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실크처럼 매끄러운 시트 위로 남겨진 흔적들이 어젯밤의 격렬함을 증명하고 있었다.기억은 끊겼다. 회식 자리 이후의 풍경은 마치 지워진 필름처럼 하얬다.하지만 눈앞이 핑 도는 찰나, 눅진한 알코올 향과 함께 벼락처럼 스치는 기억 하나가 있었다. ‘나랑 잡시다.’ ‘차 과장님, 선 넘지 마시죠.’ ‘당신이, 몸으로 확인해봐요. 내가 정말 그 정도로 최악인지.’낮게 가라앉은 남자의 음성, 그리고 그를 향해 쏘아붙이는 오만한 목소리. 취해서 맥이 풀리긴 했어도 그건 분명 제 목소리였다.꼬불거리는 억양만큼이나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제 앞에 서 있던 남자에게 저돌적으로 다가서던 자신의 실루엣이 파편처럼 떠올랐다.‘미쳤다. 미쳤어. 홍차율.’제 입으로 그런 망측한 말을 내뱉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최녹현과 몇 년을 만나면서도 단 한 번도 먼저 손을 내민 적 없던 자신이 그런 말을 했다니.하지만 자책보다 먼저 찾아온 것은 지독한 공포였다.사락-“…….”뒤늦게 등 뒤에서 묵직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차율은 그제야 숨을 멈췄다. 자신의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에.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린 차율의 시야에 시트 밖으로 드러난 사내의 등판이 들어왔다. 넓은 어깨와 균형 잡힌 근육들이 촘촘하게 박힌 뒷모습.골반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이불 커버 아래로 드러난 남자의 선은 그 자체로 어젯밤의 열기가 떠오르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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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화. 내 연인의 청첩장떠나는 겨울이 아쉬움을 남기듯, 하늘에선 함박눈이 쏟아졌다. 춘분(春分)에 내리는 때아닌 눈은 세상을 새하얀 침묵으로 덮어버렸다.딸랑-.카페 문이 열고 들어선 여자는 작고 왜소했다. 얼굴을 반쯤 가린 체크무늬 목도리에 투박한 떡볶이 코트.봄옷 차림의 사람들 사이에서 그녀, 홍차율만은 여전히 한겨울의 한복판에 멈춰 있었다.습기가 하얗게 찬 안경을 벗어 닦자, 구석 자리에서 초조하게 다리를 떨고 있는 남자의 뒷모습이 선명해졌다.4년을 만난 익숙함은 저 뒷모습만으로도 그의 기류를 읽어내게 했다.“녹현 씨!”차율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최녹현은 그녀를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노골적으로 훑어내렸다.촌스러운 안경, 맹한 눈동자, 몸매를 다 가리는 긴 치마까지.변함없는 차율의 모습을 확인한 최녹현의 얼굴엔 노골적인 비웃음이 서려있었다.‘주인 기다리는 똥개도 아니고, 여전하네.’녹현은 진저리를 치며 커피를 들이켰다. 몸매는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도통 드러낼 줄을 모른다.4년을 만나도 설렘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전형적인 ‘매력 없이 착한 여자’ 그게 그가 정의하는 홍차율이었다.“그동안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됐어? 걱정했잖아.”“…그냥, 뭐. 바빴어.”석 달만의 연락치고는 성의 없는 대답이었다.보통의 여자라면 화를 내거나 눈물을 보이겠지만, 차율은 그저 그가 앞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다행이라는 듯 쩔쩔맸다. 그 비굴한 태도가 녹현의 기고만장함을 부추겼다.탁-.녹현은 품에서 하얀 봉투를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이거 주려고 만나자고 한 거야.”금박으로 새겨진 문구가 차율의 시야에 박혔다.‘하나 되는 날’최녹현 ♥ 김보라“청…첩장?”차율의 안경 너머로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렸다.4년을 사귄 연인에게 이별 통보조차 없었던 잠수 끝에 돌아온 것이 고작 다른 여자와의 결혼 소식이라니.“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이해 해줄 거지?”뻔뻔한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녹현의 말에 멍하니 청첩장을 바라보는 차율의 머릿속에는 수만 가지 질문이 떠올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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