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화

작가: 초향
고지후와 임채아를 본 순간 유소린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고 두 눈에 혐오감이 가득 드러났다.

유소린이 차갑게 말했다.

“이 바이올린 안 팝니다, 우리.”

임채아가 눈썹을 살짝 찡그리더니 유소린의 옆에 서 있는 하지율을 쳐다보았다.

청순하고 아름다운 외모와 아담한 체구의 임채아와 달리 하지율은 단정하고 기품이 있었다.

전형적인 달걀형 얼굴에 눈썹과 눈매가 수려했고 아름다운 눈동자는 물결처럼 흔들렸는데 마치 미인도에서 튀어나온 고전적인 미녀처럼 기품이 우아했다.

하지율을 본 순간 임채아의 두 눈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녀는 재빨리 하지율에게 다가가 간절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하지율 씨, 이 여름밤의 별이 혹시 지율 씨 친구의 건가요? 바이올린을 잠시 빌릴 수 있게 친구분한테 말 좀 잘해주면 안 될까요? 저랑 지후 이 바이올린 덕에 인연을 맺었거든요. 그때 제가 정원에서 연습하고 있었는데 지후가 제 연주 소리를 듣고 찾아왔고 그 후로 함께하게 되었어요... 지후는 제가 바이올린 켜는 걸 제일 좋아해요. 지율 씨, 제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연주회를 성공적으로 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마지막으로 노력해보고 싶어요.”

의도적인 건지 아닌지 임채아는 고개를 숙이고 목에 걸린 익숙한 목걸이를 보여주었다.

머리 위의 조명이 목걸이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게 반짝였다.

하지율은 눈을 찌푸렸다가 덤덤하게 말했다.

“이 세상에 죽는 사람이 매일 있어요. 그럼 제 앞에 나타난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을 제가 모두 맞춰주고 양보해야 하나요?”

이런 심한 말을 처음 들어본 듯 임채아의 눈시울이 갑자기 붉어졌다. 눈물이 눈가에 고여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았다.

고지후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율, 겨우 바이올린 하나 가지고 이렇게까지 사람을 몰아세워야겠어? 원한다면 내가 하나 새로 사줄게.”

하지율이 그를 보며 말했다.

“그래. 겨우 바이올린 하나잖아. 채아 씨가 원하면 새로 하나 사줄 거지, 왜 하필 내 것을 가져가겠다는 건데?”

임채아가 옆에서 애원했다.

“지율 씨, 대체 어떻게 해야 빌려줄 건가요? 조건이 있다면 뭐든지 말해요.”

‘조건? 그래봤자 결국에는 지후 씨가 해결할 텐데.’

하지율은 소리 없는 미소를 지었다.

“채아 씨 우리 엄마가 남긴 물건을 아주 좋아하나 봐요? 우리 엄마 목걸이를 탐내더니 이젠 엄마의 바이올린까지 탐내는군요.”

임채아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네요.”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임채아의 모습에 하지율은 속으로 싸늘하게 웃었다.

“이 여름밤의 별은 우리 엄마가 제게 남겨주신 거고 채아 씨가 목에 한 그 목걸이도 우리 엄마가 남겨주신 거예요.”

임채아의 얼굴이 갑자기 창백해졌다.

“죄송해요. 이게 지율 씨 어머니의 물건인 줄은 정말 몰랐어요... 어젯밤에 윤택이가 목걸이가 든 선물 상자를 가져왔어요. 전 지후가 저한테 주려고 준비한 선물인 줄 알고 그냥 했는데 지율 씨 어머니의 것이었다니...”

하지율이 가볍게 웃었다.

“이제라도 알았으면 그만 돌려줄래요?”

임채아는 목에 걸린 목걸이를 만지면서 입술을 가볍게 깨물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고지후를 쳐다보았다.

“지후야, 지율 씨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이 목걸이 지율 씨한테 양보하는 게 좋겠어. 사소한 일로 지율 씨의 기분을 상하게 해선 안 되잖아.”

‘양보?’

그녀는 돌려준다는 말 대신 양보라고 했다. 그 말인즉슨 이 목걸이가 하지율 어머니의 것이라 할지라도 그녀의 것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단지 하지율이 달라고 해서 마음이 넓은 그녀가 양보한다는 것이었다.

고지후는 하지율이 그를 협박하려고 이혼 얘기를 꺼냈다고 생각했다. 가뜩이나 기분이 언짢았는데 임채아가 이렇게 말한 순간 표정이 더욱 차가워졌다.

“그럴 필요 없어.”

그의 목소리는 맑고 깨끗했다.

“너한테 줬으니까 이젠 네 거야.”

“하지만...”

임채아가 뭐라 더 말하려던 그때 고지후가 말을 가로채더니 덤덤하게 말했다.

“이미 준 건 다시 돌려줄 이유가 없어.”

임채아의 두 눈에 감동의 물결이 일렁거렸다.

하지율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이내 피식 웃었다.

“채아 씨가 제 바이올린을 빌리고 싶다고 했죠? 좋아요. 지후 씨가 저한테 부탁하면 고려해 볼게요.”

임채아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지후가 무서울 정도로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하지율, 적당히 해.”

그러자 하지율이 코웃음을 쳤다.

“난 지후 씨가 채아 씨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해줄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그건 또 아니네.”

예전에 하지율은 고지후가 임채아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가 희생할 수 있는 건 중요하지 않은 것들뿐이었다. 예를 들어 중요하지 않은 하지율...

모든 것을 알아차린 후 하지율의 마음은 더 이상 파도가 일지 않았다.

그녀는 옆에 멍하니 서 있는 점장을 돌아보며 말했다.

“제 기억이 맞다면 바이올린을 오늘까지 이 가게에 맡기기로 했는데... 바이올린을 내려주세요. 오늘 다시 가져가야겠어요.”

점장이 고지후의 안색을 조심스럽게 살피자 하지율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왜요? 바이올린의 주인은 전데 바이올린을 가져갈 권리도 없는 건가요?”

“아니요, 아니요.”

점장이 급히 웃으며 말했다.

“지금 바로 돌려드리겠습니다.”

절차를 마친 후 하지율은 바이올린을 들더니 고지후와 임채아를 쳐다보지도 않고 떠났다.

고지후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임채아는 죄책감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

“어제 네가 지율 씨 생일을 챙겨주지 않아서 화난 게 분명해. 이게 다 내 몸이 좋지 않은 탓이야. 맨날 너한테 민폐만 되고.”

“너랑 상관없어.”

고지후는 시선을 거두고 담담하게 말했다.

“연주회 먼저 준비하고 있어. 여름밤의 별은 조만간 너한테 보낼게.”

임채아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알았어.”

...

그날 밤 고지후는 모처럼 시간 맞춰 집에 들어왔다. 하지만 평소처럼 밥상을 차려놓고 그를 기다리던 하지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고윤택도 밥을 먹으러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텅 비어 있는 식탁을 보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빠, 엄마 오늘 저녁 안 차렸어요?”

매우 훌륭한 현모양처인 하지율은 지난 몇 년 동안 아내로서의 본분을 지켜왔다.

고지후는 그녀에게 별다른 감정이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 만족했다.

고윤택의 위장이 약한 탓에 가려야 하는 음식이 많아 저녁 식사와 야식은 도우미에게 맡기지 않고 항상 하지율이 직접 만들었다.

낮에 있었던 일이 떠오른 고지후는 불쾌함을 드러내면서 입술을 씹었다.

‘이런 식으로 날 협박해서 통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한 건데.’

“신경 쓰지 마.”

고지후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아빠랑 나가서 먹자.”

고윤택이 신난 얼굴로 손뼉을 쳤다.

“좋아요. 예쁜 누나도 불러서 같이 가요. 또 맛있는 솜사탕을 먹을 수 있겠네요.”

“솜사탕?”

고지후가 살짝 멈칫했다.

“네 엄마가 너 유당불내증이 있어서 솜사탕 못 먹는다고 했는데.”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최신 챕터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534화

    “일단 제 집에서 하루 묵어요. 거기는 방이 많으니까요.”하지율과 유소린이 서로를 마주 보았다.이 남자를 호텔에 보낸다고 하면 남자는 또 싫다고 할 것이다.그렇다고 해서 하지율은 낯선 남자를 집에 들이고 싶지는 않았다.정기석의 제안은 모든 문제를 해결해 버렸다.하지율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기석 씨 신세를 좀 질게요.”유소린과 하지율은 함께 정기석의 저택으로 갔다.남자에게 방을 내어준 다음 하지율이 거실로 왔다.정기석이 전화를 끊는 것을 본 하지율이 물었다.“어때요?”정기석은 미간을 찌푸리고 대답했다.“비서가 얘기하길, 이 사람은 초대를 받은 손님이 아니래요. 누구인지는 아는 사람이 없고요. 연회에서 이 남자를 본 사람도 없대요.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하고...”하지율이 미간을 찌푸렸다.“어르신한테도 여쭤봤어요?”“네. 어르신도 이 사람을 모른다고 하셨어요. 초청한 적도 없다고요. 아직 아무 단서도 없네요.”하지율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이미 사람을 시켜서 해외 쪽으로 알아보게 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무 단서도 없이 조사하는 건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하지율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내 탓이에요. 정신을 똑바로 차렸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정기석이 하지율에게 물을 부어주고 얘기했다.“의사는 뭐래요? 치료 방법이 있대요?”하지율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의사 선생님이 얘기하시길, 익숙한 장소로 데려가 보라고 하던데... 우리는 저 사람이 어디를 익숙하게 느끼는지 모르잖아요.”정기석이 무언가 떠올리고 얘기했다.“어르신한테 찾아가 볼까요? 어르신의 의술이라면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요.”하지율은 그 말을 듣고 눈을 반짝였다.“그래요. 내일 당장 어르신께 데려가야겠어요.”단종건을 떠올린 하지율은 무언가 생각난 듯 다시 물었다.“기석 씨, 기석 씨는 어르신의 신분을 미리 알고 있었던 거죠?”정기석은 단종건의 신분을 알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고 되묻지도 않았다.정기석이 물었다.“제가 어르신의 진짜 신분을 알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533화

    전화를 끊은 후 정기석이 물었다.“조사하는 데 시간이 걸릴 거예요. 그동안 어쩔 생각이에요?”하지율은 남자를 쳐다보면서 말했다.“일단 간병인 한 명을...”하지만 하지율이 다 얘기하기도 전에 남자가 거절했다.“싫어요.”하지율이 멈칫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무슨 요구라도 있어요?”남자는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했다.“다른 사람의 간호를 받는 건 싫어요. 지금 나는 기억을 잃어서 아무도 모르는 상태인데, 만약 당신이 도망가면 난 어떡해요? 그러니 날 책임져요.”하지율이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이건 다 당신이 신호를 위반해서 일어난 일이에요. 경찰한테 증거도 있어요.”“하지만 내가 기억상실증이 된 건 당신이 날 쳐서 그런 거잖아요.”하지율은 남자를 쳐다보면서 물었다.“그럼 어떻게 할까요?”“내가 기억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줘요. 혹은 내 가족이 나를 찾아오기 전까지 나를 책임져요.”하지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돈을 빌려줄게요. 한동안 먹고살 수 있도록...”하지만 하지율이 다 얘기하기도 전에 남자가 이어서 얘기했다.“만약 당신이 준 돈을 다 쓰고도 기억을 찾지 못하거나 가족을 찾지 못하면요? 나는 신분증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서 일을 할 수도 없어요. 경찰이 확인해 봤는데 제가 Z국인이 아니라잖아요. 그럼 저는 내 나라도 아닌 곳에서 아무것도 못 하다가 길가에서 죽으란 말인가요? 그러니까 나를 책임져요. 내가 돈을 많이 쓸까 봐 걱정하는 거라면 내가 기억을 다 찾거나, 가족이 나를 찾은 뒤 돈을 갚아줄게요. 그러면 되잖아요.”하지율은 약간 어이가 없었다.하지만 남자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그냥 기억상실증이면 몰라도 지금 이 남자는 신분증도 없었다.만약 가족도 찾지 못하고 집도 구하지 못한다면...“...”두 사람의 대화는 어딘가 약간 이상했다.유소린이 정기석을 힐긋 쳐다보았다. 정기석의 눈썹은 약간 찌푸려져 있었다.분위기는 그대로 굳어버렸다.정기석이 먼저 이 침묵을 깨뜨렸다.“그럼 먼저 저랑 가죠. 당신이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532화

    남자는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기억이 안 나요.”하지율은 약간 당황했다.“기억이 안 난다고요? 기억상실증이에요?”의사가 검사한 바에 따르면 그저 약간의 뇌진탕과 찰과상이 있을 뿐, 아무 문제도 없다고 했다.“기억상실증?”남자가 중얼거렸다.“확실히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요...”하지율은 놀라서 남자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남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제 이름을 알아요?”이름까지 잊어버리다니.이건 아주 심각한 일이다.하지율은 더 지체하지 않고 얼른 벨을 눌러 의사를 불러왔다.하지율의 말을 들은 의사는 또 검사를 해주었다. 그리고 결론을 얘기했다.“뇌진탕으로 인한 기억상실증일 수 있습니다. 깨어나기 전에는 검사해 낼 수 없는 것이죠. 뇌신경은 원래 취약해서 기억상실증이 나타나기 쉽습니다. 효과적인 치료 방법도 아직은 없고요.”하지율은 머리가 아팠다.아까 얘기해 보니 남자는 이미 이름도 잊어버린 상태였다.게다가 신분증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지갑이나 핸드폰도 없었다.마치 급하게 달려 나와 아무것도 챙기지 못한 사람 같았다.하지율은 혼자서 이 일을 처리할 수 없었기에 얼른 유소린과 정기석을 불러왔다.유소린은 병원에 와서 그 남자를 보더니 저도 모르게 얘기했다.“와, 잘생겼어. 완전 미남 그 자체야.”남자는 그런 유소린의 혼잣말에 머쓱해하면서 대답했다.“감사합니다.”유소린은 그 남자가 이렇게 예의 바를 줄은 몰랐다.하지율이 정기석을 보면서 얘기했다.“기석 씨, 이 사람 Z국인은 아닌 것 같아요. 경찰에 얘기해 봤는데 아직 신분을 알 수 없대요. 혹시 조사 좀 해줄 수 있어요?”정기석은 묵묵히 그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남자는 순진무구하게 정기석을 바라보면서 먼저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정기석이 물었다.“본인 이름은 기억하나요?”남자가 고개를 저었다.“기억이 나지 않아요.”“그럼 무슨 기억이 있는데요?”남자가 고민하다가 얘기했다.“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요.”한참 있다가 남자가 다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531화

    그들의 태도는 진작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다.연태훈에게 있어서 연정미와 하지율은 똑같은 친딸이다.연정미와 그렇게 오랜 시간 함께 하고 오랫동안 연정미를 키워왔으니 연정미를 편애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20여 년을 함께 살아온 연정미와 몇 년 동안 같이 산 하지율.둘 중 누구를 선택할지는 너무 뻔한 것이었으니까 말이다.하지율의 차량이 빗속에서 움직였다.하지율은 저번에 교통사고가 난 뒤 운전 속도를 많이 낮췄다.신호등이 푸른색으로 변하자 하지율이 천천히 액셀을 밟았다.하지만 그때 하지율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행인 한 명이 붉은 등에 길을 건너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율은 놀라서 브레이크를 확 밟았다.하지만 이미 늦었다. 차는 그대로 행인을 치고 말았다.다행인 것이 있다면 속도가 빠르지 않고 제때 브레이크를 밟아 충격이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인은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하지율은 얼른 달려가서 상황을 확인하고 구급차를 불렀다....병원.의사가 응급실에서 나와 밖에서 기다리던 하지율에게 얘기했다.“환자는 그저 간단한 뇌진탕으로 쓰러진 겁니다. 현재 큰 문제는 없습니다. 곧 깨어날 거예요.”하지율은 그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행인이 무단횡단을 한 것이지만 하지율은 그가 무사하기를 바랐다.의사와 몇 마디 더 나눈 뒤 하지율은 병실로 걸어 들어갔다.남자는 병상에 누운 채 잠을 자고 있었다.아까는 너무 다급하고 당황해서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침대 가까이로 온 하지율은 그제야 남자의 얼굴을 봤다.‘이 사람...’남자의 얼굴은 약간 새하얗게 질려있었고 얼굴에는 피가 말라붙어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조각 같은 얼굴을 숨길 수는 없었다.눈앞의 남자는 얼마 전 하지율이 단종건의 생신 연회에서 봤던 남자다.하지율은 옆의 의자에 앉아 남자가 깨어나길 기다렸다.30분 정도 지난 뒤, 남자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이내 천천히 눈을 떴다.하지율은 깨어난 남자를 보고 바로 다가갔다.“깨어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530화

    하지율은 가만히 강영주가 들려주는 스캔들을 들었다.강영주한테서 하지율은 연정미를 좋아하는 남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냈다.게다가 연정미를 좋아하는 남자들은 거의 다 훌륭한 남자들이다.단성훈은 그런 남자들 앞에서 명함도 내밀 수 없을 것이다.“사실 단성훈은 연정미의 약혼자로 칠 수도 없어요. 그건 다 예전에 부모님 세대에서 한 농담이지. 두 사람은 그저 절친일 뿐, 둘 다 결혼할 생각은 없어 보여요. 게다가 연정미가 단성훈한테 아깝잖아요. 차라리 단성훈의 삼촌이 났지.”하지율은 단성훈의 삼촌이 곧 단씨 가문의 가주가 될 것이라는 것을 들었다. 그리고 그 삼촌이라는 사람도 연정미를 좋아한다는 것까지 말이다.단성훈은 아마 희망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저 연정미를 묵묵히 지켜주기로 한 것이다.주씨 가문에도 연정미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강영주는 주씨 가문과 친하지 않았기에 잘 몰랐다.그저 수많은 남자들이 연정미를 좋아한다는 것밖에 몰랐다.‘이러니 아버지가 연정미를 아끼지...’“연정미는 그럼 약혼했어요?”강영주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남자 친구도 없어요. 어쩌면 남자한테 관심이 없을 지도...”강영주가 얘기하고 있는데 연정미는 누군가를 발견하고 걸어가더니 먼저 인사를 건넸다.하지율은 그 장면을 보고 약간 눈빛이 떨렸다.고지후였다.‘연정미와 고지후가 아는 사이인가?’강영주는 하지율이 고지후와 결혼했었고 두 사람 사이에 다섯 살짜리 아이가 있다는 걸 알았다.하지만 강영주는 고시후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그래서 지금 이 순간 고지후를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저 사람이...?”하지율이 강영주를 보면서 물었다.“저 사람을 알아요?”“당연히 알죠.”강영주가 이어서 얘기했다.“몇 년 전에 연정미가 공연에 참가한 적이 있었는데 악대의 사람들이 정미를 질투해서 정미의 옷을 뜯어놨거든요. 공연을 못 했을 뿐만이 아니라 하마터면 모든 사람들 앞에서 발가벗겨질 뻔했어요. 그때 저 남자가 정미를 도와줬어요. 그래서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529화

    하지율은 그저 미소를 지으면서 듣고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홀로 돌아오자마자 강영주는 바로 연정미를 발견했다.연정미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 눈부신 사람이었다.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완벽한 연정미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아냈다.다만 연정미의 주변에 사람이 가득했다.대충 쳐다보니 다 명문가의 아가씨들이었다.연정미는 나이가 비슷한 동년배와 함께 웃고 떠들고 있었다.강영주가 얘기했다.“연정미 맞은편에 서 있는 여자 보여요? 이름이 주선화라고 하는데 연정미의 친구 중 한 명이에요. 주씨 가문의 아가씨죠.”“주씨 가문이요?”강영주가 하지율에게 소개해 주었다.“연씨 가문, 심씨 가문, 주씨 가문, 손씨 가문, 단씨 가문과 우리 강씨 가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세가 높은 6대 명문가예요.”강영주가 얘기한 이 명문가들은 다 Z국 국적을 가진, 혹은 귀화한 사람 가문이다.다른 외국 명문가는 속하지 않는다.단종건은 보수적인 터라 외국 명문가들을 초청하지 않았다.하지율은 강영주가 얘기한 명문가 중 거의 절반이 아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연씨 가문과 단씨 가문은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심씨 가문은 하지율의 친구인 심다희 가문이다.강씨 가문은 강병주의 가문이다.오직 손씨 가문과 주씨 가문에만 아는 사람이 없었다.강영주가 이어서 얘기했다.“단씨 가문과 우리 강씨 가문의 상황은 잘 알 테니 더 얘기하지 않아도 되죠? 연씨 가문은 3남 1녀인데 다들 인기가 많아요. 연씨 가문의 큰아들이 심씨 가문의 딸과 약혼을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있고요. 그리고 손씨 가문은...”강영주는 약간 멈칫하고 이어서 얘기했다.“손씨 가문의 현임 가주는 연정미를 좋아해요. 연정미 때문에 가주의 자리까지 오른 거라는 말이 있어요.”하지율이 강영주를 보면서 의아해했다.“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강영주가 웃으면서 얘기했다.“손씨 가문의 가주는 손형원이라는 사람인데 원래는 사생아라서 아무것도 받을 수 없었거든요. 손형원과 그 사람의 어머니는 원래

더보기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