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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디어파이어
차 문을 열고 내리자마자 이연우의 시선은 바로 앞 붉은색 페라리에 꽂혔다.

반짝이던 차체에 긁힌 자국은 선명했고 페인트가 벗겨져 어두운 금속 속살이 드러나 햇빛에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정말 죄송해요. 수리비를 변상해 드릴게요!”

“아유, 괜찮아요. 별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서환희는 손사래를 치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앞쪽 오픈카의 문이 스르륵 열리더니 몸매가 끝내주는 미녀가 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킬힐을 신고 걸을 때마다 요염하게 몸을 흔들며 서환희에게 다가왔다.

미녀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싸늘한 눈빛으로 이연우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경멸적인 시선을 보냈다. 낡은 물건을 평가하듯 혐오감을 가득 담은 시선이었다.

그녀는 턱을 꼿꼿이 쳐들고 콧방귀를 뀌며 비아냥거렸다.

“세상 물정 모르는 촌뜨기 같으니. 이 차가 그쪽 목숨값보다 훨씬 비싸다는 건 알고 하는 소리예요?”

“죄송합니다. 방금 그쪽에서 추월하는 걸 제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부딪혔어요. 하지만 이미 수리비를 드리겠다고 말씀드렸거든요...”

미간을 약간 찌푸리고 이연우는 마음속에 불쾌감이 솟아올랐지만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차분하게 설명했다.

“수리? 수리하면 끝나는 줄 알아요? 이분은 서환희 씨예요. 서씨 가문이 두렵지도 않은가 보죠?”

여자는 가슴에 팔짱을 꽉 끼고 서 있었고 그로 인해 풍만한 가슴이 한층 더 눈에 띄었다. 턱을 치켜들고 콧대 높게 세운 채, 콧구멍이 하늘로 향할 정도로 거드름을 부리는 모습은 마치 서씨 가문의 며느리 자리를 이미 꿰찬 사람 같았다.

이연우는 코웃음을 치며 여자에게 사정없이 쏘아붙였다.

“그래요? 그럼 그쪽은 서씨 가문과 무슨 관계죠? 서환희 씨도 아무 말 안 하는데, 아첨을 하려면 시간을 가려야죠!”

서환희는 서씨 가문에서 귀하게 자란 막내아들이었고 가족 사업은 아버지와 형이 맡고 있어서 그의 인생은 자유롭고 구속받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여자는 서씨 가문에 발붙일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였다.

“환희 씨, 이 여자 좀 보세요. 오늘 그냥 넘어가시면 안 돼요!”

여자는 이연우의 말은 들은 척도 안 하고 더욱 기세등등하게 서환희의 팔에 들러붙었다. 그녀는 뱀처럼 그의 팔에 몸을 비비 꼬며 애교를 부렸고 목소리는 너무 느끼해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서환희는 혐오감을 감추지 못하며 거칠게 여자의 팔을 뿌리쳤다. 그 바람에 여자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쏘아붙였다.

“닥쳐. 누가 연우 누나한테 함부로 하래!”

방금 전의 장난기 넘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차갑고 위압적인 목소리였다.

“환희 씨...”

여자가 무언가 말하려 하자 서환희가 말을 끊었다.

서환희는 여자에게 페라리 열쇠를 휙 던지며 소리쳤다.

“이 차 너 줄게. 지금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

방금까지 애교를 부리던 여자는 열쇠를 움켜쥐는 순간 눈을 반짝이며 얼굴에서 서러운 표정을 지우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차로 달려가 재빨리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그러고는 쏜살같이 순식간에 두 사람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연우는 그 모든 것을 지켜보며 속으로 감탄했다.

‘이 녀석은 여전히 통이 크구나!’

서환희는 고개를 돌려 이연우를 바라보았다. 그의 상징인 금발 머리가 햇빛 아래 더욱 눈에 띄었다.

그는 입술을 삐쭉 내밀고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애원하듯 말했다.

“누나, 저 좀 태워다 줄 수 있어요?”

이연우는 서환희의 모습을 보며 아까 자신이 그의 차를 들이받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냥 내버려 두고 가기에는 양심에 걸렸다.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서환희에게 차에 타라고 허락했다.

“그래요, 그럼 우선 집까지 데려다줄게요.”

어차피 지금 집에 돌아가도 할 일이 없었다.

서환희는 이연우가 승낙하자마자 신이 나서 깡충깡충 뛰어가 조수석 문을 열었다.

하지만 발을 막 올리려던 순간, 그는 걸음을 멈추고 조수석 시트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곳에는 몇 가지 개인 소지품과 함께 다소 낡은 종이 상자가 놓여 있었는데, 그 안에는 사무용품과 사진들이 들어 있었다.

서환희가 자세히 보니 이 상자는 회사에서 퇴사할 때 짐을 싸는 데 쓰이는 박스인 것 같았다.

“누나, 사표 낸 거예요?”

서환희는 의아한 듯 물으면서 몸을 숙여 두 손으로 조심스레 상자 안의 물건들을 집어 하나씩 뒷좌석으로 옮겼다.

뒤쪽으로 옮겨놓은 뒤에야 그는 털썩 조수석에 앉아 고개를 돌려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눈도 깜빡거리지 않고 이연우를 바라보았다.

“정확히 말하면, 심형빈에게 해고당한 거예요!”

이연우는 차를 출발시키며 시선을 정면으로 향한 채 평온한 어조로 말했다.

“정말요!”

서환희는 듣자마자 목소리가 즉시 몇 단계 높아졌다. 눈도 왕방울만큼 커졌고 얼굴에는 놀라움이 역력했지만 곧 억누를 수 없는 흥분이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아주 신나 보이는데요!”

이연우는 살짝 고개를 돌려 서환희를 곁눈질하며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누나가 이혼하면 난 더 신날 텐데!”

서환희는 자신의 감정을 조금도 숨기지 않고 말하면서 작은 손을 비볐는데, 그 모습은 마치 곧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받게 될 아이 같았다.

이연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가볍게 웃고 나서 고개를 돌려 옆의 수납함에서 전에 아무렇게나 넣어 두었던 간식 봉지를 꺼내 서환희의 손에 쥐여 주며 말했다.

“꼬맹아, 간식 먹어!”

그 말투는 마치 말을 안 듣는 아이를 달래는 것 같았다.

“누나는 나보다 겨우 세 살 많잖아요. 세 살 많은 색시는 꿔다 줘도 본전이라는데, 우리 부모님도 분명 좋아하실 거예요. 그들은 지금도 누나를 우리 회사에 데려오고 싶어 하시거든요.”

서환희는 급하게 과자 봉지를 뜯으며 웅얼거렸다.

그는 전에 회사 송년회 때 부모님이 이연우를 만났던 일을 떠올렸다. 당시 부모님은 이연우를 칭찬하며 똑똑하고 유능하며 행동거지가 훌륭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그의 형은 이연우를 무척 아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연우는 심형빈 그 빌어먹을 놈에게 홀려 버렸다.

“그래요. 서 회장님께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다음에 일자리를 구할 때 서웅을 우선으로 고려하겠다고 말씀드려주시고요.”

이연우는 형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사실 서환희가 자신을 위로하려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그녀의 마음은 온통 심형빈과의 이혼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직장이야 자신의 능력이라면 천천히 찾아보면 언젠가는 좋은 곳이 나타날 것이라고 믿었기에 조급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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