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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Author: 디어파이어
“어. 그의 첫사랑이 나에게 그들의 많은 침대 사진과 영상을 보내왔어. 나는 모두 저장해서 이혼 증거로 쓸 거야.”

이연우의 목소리는 여전히 평온했지만 휴대폰을 쥔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사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그녀도 이런 것들을 꺼내고 싶지 않았다.

그녀와 심형빈은 어쨌든 서로 사랑했던 사이였으니, 정말로 법정까지 가는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은 과거의 아름다웠던 기억들을 모두 볼품없이 만들 테니까.

“젠장, 개자식.”

남지혜는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은 후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당장 나한테 와. 그 자식이 이혼 안 해주면, 내가 심형빈이 어떤 놈인지 해성 전체에 까발려 놓을 테니까.”

“어떻게든 좋게 설득해서 이혼 합의서에 도장 찍게 할 거야. 좋게좋게 끝내는 게 최고잖아.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자!”

전화를 끊은 후, 이연우는 신속하게 자신의 짐을 정리했다.

그녀는 포장해 둔 장신구와 가방들을 문 앞에 두고 택배를 불렀다.

이 물건들을 처분하면 집 한 채는 살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정리한 이연우는 미리 작성해 둔 이혼 합의서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미련 없이 집을 나섰다.

...

밤이 되자 심형빈은 진수혁의 부축을 받으며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일부러 진양에 가서 방현준에게 사과했고 한바탕 설득한 끝에 비록 이익의 10%를 손해 봤지만 다행히 협력 관계는 유지할 수 있었다.

그의 얼굴은 술기운에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눈은 풀려 있었으며 발걸음은 비틀거렸고 온몸에서 술 냄새가 진동했다.

진수혁은 심형빈을 꽉 붙잡고 힘겹게 소파에 앉혔다.

그러고는 몸을 일으켜 이마의 땀을 닦고 무의식적으로 거실을 둘러보며 사모님 이연우를 찾았다.

하지만 거실은 텅 비어 있고 조용했으며 인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가구들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지만 묘한 냉기가 감돌았다.

“연우야, 물 한 잔만 줘...”

심형빈은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머리를 뒤로 젖히고 눈을 반쯤 감은 채 웅얼거리며 이연우의 이름을 불렀다.

그의 목소리에는 술에 취한 듯 나른함과 평소에는 잘 드러내지 않던 의존적인 모습이 묻어 있었다.

진수혁은 잠시 기다렸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자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고 주방으로 가서 찬물을 한 잔 따라 심형빈에게 조심스럽게 건넸다.

진수혁이 다시 사모님을 찾아 나서려던 그때, 탁자 위에 놓인 이혼 합의서를 발견했다.

그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는 급히 몸을 돌려 소파에 술 취해 누워 있는 심형빈을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대표님,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사모님께서 집을 나가셨습니다.”

심형빈은 진수혁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몽롱했던 정신이 조금씩 돌아오는 듯했다.

천천히 눈을 뜬 그의 눈에 혼란이 스치고 지나갔다. 곧바로 몸을 일으킨 그는 안절부절못하는 눈빛으로 거실 전체를 살피며 단 한 군데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거실에는 그와 진수혁 외에는 이연우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심형빈의 미간은 잔뜩 찌푸려졌고 마음속에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솟아올랐다.

평소에 그가 술에 취하면 이연우는 항상 세심하게 숙취해소제를 준비해 주고 부드럽게 그를 보살펴 주었는데 오늘은 어째서 집을 나가버린 걸까?

진수혁은 이혼 합의서를 그의 앞에 내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 이것은 사모님께서 남겨두신 이혼 합의서입니다.”

심형빈은 떨리는 손으로 이혼 합의서를 받아 들고 이미 서명된 이연우의 이름에 시선을 고정했다.

술기운이 싹 가시는 듯했다. 오늘 사무실에서 보았던 담담하지만 단호했던 이연우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제 보니 이혼하겠다는 말은 진심이었던 것이다.

심형빈의 눈빛에는 약간의 당황함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허둥지둥 휴대폰을 꺼내 손가락을 떨면서 재빨리 이연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이연우의 전화는 마치 무음으로 설정된 것처럼 연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심형빈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전화를 걸고 또 걸었다. 그러다 마지막에는 ‘없는 번호입니다'라는 쌀쌀맞은 안내 음성만 들려왔다.

그를 차단한 것이다.

한편, 남지혜는 이미 심형빈을 차단한 이연우를 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사랑에도 이별에도 쿨하고 강단 있어! 역시 멋있어.”

“이제 시작일 뿐이야. 그 사람이 받아들이기 힘든 건 당연해.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도장 찍겠지.”

이연우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말을 마친 그녀는 핸드폰을 옆 협탁에 올려두고 천천히 침대에 누웠다. 몸은 편안해졌지만 여전히 긴장한 기운이 남아 있는 듯했다

“심형빈 그 개자식, 너한테 꼬리칠 때는 온갖 좋은 말은 다 하더니 뒤로는 저런 더러운 짓을 해! 난 절대 안 믿어. 고수영이 동영상 찍을 때 그 자식이 눈치 못 챘을 리가 없잖아!”

남지혜는 이연우 옆에 누워 미간을 찌푸린 채 분노에 찬 목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

두 손을 불끈 쥔 그녀는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심형빈에게 따져 물을 기세였다.

‘개자식, 저질 인간!’

남지혜는 속으로 쉴 새 없이 욕을 퍼부으며 분노를 터뜨렸다.

“이제야 알겠어. 심형빈의 사랑에는 유통기한이 있었던 거야. 신선함이 사라지니 밖에서 자극을 찾아 헤맨 거지.”

이연우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고 씁쓸함이 묻어났다.

그녀는 천장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흔들리는 눈빛으로 과거의 추억을 더듬었다.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아팠지만 시간이 약이라는 것을 알기에 모든 상처는 잊혀질 것이라고 믿었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수다를 떨었다.

그들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새벽이 다가오는 줄도 몰랐다.

이 고요한 밤, 그녀들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더니 결국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남지혜는 천천히 눈을 뜨고 시간을 확인하더니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오늘 중요한 사람을 인터뷰해야 해서 늦을 수 없었다.

서둘러 옷을 입고 간단히 세수를 마친 후 그녀는 거실로 향했다.

이연우는 이미 아침 식사를 준비해 식탁에 차려 놓았다.

남지혜는 푸짐한 아침 식사에 눈을 반짝이며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이연우는 그런 그녀를 보며 살짝 미소지었고 마음속으로 작은 만족감을 느꼈다.

예전에도 그녀는 심형빈에게 이렇게 아침 식사를 만들어주며 정성껏 준비하고 기대에 부풀었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심형빈의 트집뿐이었다.

이게 달다느니, 저게 싱겁다느니, 하여튼 그의 입에서는 듣기 좋은 말이 나온 적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전의 날들은 순전히 자학이었다.

식사를 마친 남지혜는 입을 닦고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섰다

문을 연 순간, 그녀의 가볍던 발걸음이 멈추더니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꺄악, 귀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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