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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Author: 디어파이어
이연우도 비명 소리에 깜짝 놀라 재빨리 문 쪽을 바라봤다.

심형빈이 수염이 덥수룩하고 얼굴은 핼쑥한 채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눈에는 피로와 초조함이 가득했으며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했는데 영락없는 귀신 꼴이었다.

“여긴 왜 왔어요!”

남지혜는 새끼를 지키는 어미 짐승처럼 맹렬하게 앞으로 나서며 온몸으로 문을 막고 두 손을 허리에 얹었다.

그녀의 눈에는 경계심과 혐오감이 가득했고 심형빈을 들여보낼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내 아내 데리러 왔어요.”

심형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짜증을 드러냈다.

그는 발을 내딛으려 했지만 남지혜의 단호한 모습에 막혀 어쩔 수 없이 멈춰 섰다.

“누가 그쪽 아내예요? 연우는 이미 그쪽이랑 이혼하기로 결정했잖아요.”

남지혜는 화가 나서 온몸을 떨며 손가락으로 심형빈의 코를 가리키며 분노에 찬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그녀는 이 남자를 보기만 해도 이연우를 배신한 그의 추악한 모습이 떠올라 당장 달려들어 한 대 갈겨주고 싶었다.

“연우야, 계약 문제는 이제 해결됐어. 회사에 돌아오고 싶으면 언제든 돌아와. 하지만 이혼은 안 돼.”

심형빈은 살짝 고개를 치켜들며 오만한 눈빛을 보냈다.

그는 단지 이연우에게 책임을 좀 지게 했을 뿐인데 어린애처럼 떼를 쓰며 이혼하려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는 이번 일도 그저 사소한 해프닝일 뿐이라고 여겼다. 다만 평소에 너무 오냐오냐해줘서 버릇이 없어졌나 싶었다.

예전에는 순종적이고 얌전해서 절대 이렇게 제멋대로 굴지 않았으니까.

이런 생각에 그는 순종적이던 이연우가 사라진 것을 아쉬워하듯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흥, 당신 회사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우리 연우는 그쪽 회사 아니어도 모셔가려는 사람이 줄을 섰거든요.”

남지혜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얼굴에 경멸감을 가득 드러냈다.

그녀는 심형빈을 흘겨보며 마치 분수를 모르는 어릿광대를 보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연우야, 이제 그만 억지 부려!”

심형빈은 눈살을 찌푸리며 짜증을 드러냈다.

그는 남지혜를 지나쳐 거실에 서 있는 이연우를 바라봤다.

그의 목소리는 자신도 모르게 커졌고 명령하는 듯한 말투로 이연우가 순순히 따르기를 바라는 듯했다.

“심 대표님, 아침부터 저를 훈계하러 오신 건가요?”

이연우는 차갑게 되받아치며 조금의 감정도 내비치지 않았다.

그녀는 턱을 살짝 들고 심형빈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도대체 무슨 근거로 저렇게 자신만만한지 속으로 의아해했다.

심형빈도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는지 고개를 살짝 숙이고 피곤한 기색을 내비쳤다.

솔직히 어제 이연우가 없어서 그는 자신이 엉망으로 지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술에 취한 후, 그는 침대에 누워 텅 빈 방을 바라보며 밤새 잠들지 못했다.

지금 그의 위는 간헐적으로 쥐어짜는 듯 아파오며 마치 어젯밤의 방종을 상기시키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이것이 이연우가 제멋대로 굴 수 있는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심형빈은 숨을 깊게 들이쉬며 격렬하게 가슴을 들썩였고 끓어오르는 짜증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고개를 들고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연우야, 네 이 친구는 잡지사에 다닌다고 했지? 너 때문에 네 친구가 기자 일을 잃는 건 원치 않겠지?”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으며 마치 억지로 쥐어짜듯 내뱉는 것 같았다.

이연우의 평온했던 눈빛은 순식간에 차갑게 식었고 동공은 날카롭게 축소되었다.

심형빈이 이렇게까지 저열한 수단을 쓸 줄은 상상도 못 했기에 분노와 무력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심형빈을 똑바로 쏘아보며 그의 속을 꿰뚫어 보려는 듯 매섭게 노려보았다.

이 남자가 이렇게까지 비열할 줄이야.

남지혜는 심형빈이 이렇게 뻔뻔할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녀는 두 손을 불끈 쥐고 큰소리로 외쳤다.

“연우야, 저 인간 협박에 넘어가지 마! 그까짓 기자 일, 때려치우면 돼!”

“남지혜 씨는 배짱이 좋지만 부모님은 어떻게 되는 거죠?”

심형빈은 입꼬리를 비틀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눈에는 한 줌의 연민도 찾아볼 수 없었고 마치 도살장에 끌려갈 양을 바라보는 듯했다.

그는 남지혜의 약점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고 그의 공격은 정확히 급소를 찔렀다.

남지혜의 얼굴은 순식간에 핏기없이 하얗게 질렸고 꼿꼿하게 펴져 있던 등도 약간 굽어졌다.

그녀는 입을 벌려 반박하려 했지만 목구멍은 무언가에 막힌 듯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남지혜는 심형빈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고 욕을 내뱉었다.

“심형빈, 개자식!”

“형빈 씨, 이 일은 우리 둘 사이의 일이니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지 말아요.”

이연우는 다급하게 남지혜에게 달려가 마치 동료를 지키는 암사자처럼 그녀를 자기 뒤에 숨겼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지 말지는 네 결정에 달렸어.”

심형빈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지옥의 심연에서 흘러나오는 듯 들려왔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눈빛에 위협적인 기색을 드러냈다. 그 모습은 마치 지옥의 수라와 같아 보는 사람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이연우의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녀는 더 이상 남지혜의 집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자신의 일로 인해 남지혜와 그녀의 가족들에게 피해가 간다면 그녀는 영원히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당신과 함께 돌아갈게요.”

아랫입술을 꽉 깨문 이연우의 얼굴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잠시 침묵한 후, 그녀는 힘겹게 입을 열어 말했다.

그 말을 듣자 심형빈의 굳어 있던 얼굴은 약간 풀렸고 곧바로 이연우의 손목을 잡아채 밖으로 나갔다.

“연우야, 안 돼. 가지 마!”

남지혜는 울먹이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이연우가 심형빈에게 강제로 끌려가는 모습을 보니 걱정과 분노로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이연우는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남지혜를 천천히 뒤돌아보며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지혜야, 기다리고 있어.”

차 옆에 도착하자 심형빈은 차 문을 열고 이연우를 뒷좌석에 밀어 넣었다.

그는 몸을 약간 숙여 이연우의 안전벨트를 친절하게 매준 후 자연스럽게 이연우의 손을 꽉 잡았지만 그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는 이연우에게 역겨움만 안겨주었다.

“연우야, 앞으로 이혼 얘기는 꺼내지 마. 그리고 앞으로 필요한 게 있으면 나한테 말해. 다른 사람 귀찮게 하지 말고.”

심형빈은 얼굴을 돌려 이연우를 바라보며 거만한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그럼 지금 당장 고수영을 해고해 줘요. 심 대표님은 그렇게 할 수 있나요?”

이연우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심형빈을 똑바로 쏘아보았다.

역시나 심형빈의 눈에는 망설임이 스쳐 지나갔다.

“연우야, 수영이는 지금 의지할 곳이 없으니 내가 도와줘야 해. 그건 들어줄 수 없어.”

심형빈은 변명하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연우는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심 대표님, 이제 당신 말은 그냥 헛소리로 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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