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방금 실연당한 두 여자가 한데 모이자, 김민아는 바로 멋진 헤어디자이너를 찾았다. 남자 디자이너는 소지아를 보더니 눈이 반짝거리며 즉시 현재 가장 핫한 헤어스타일을 추천했다.

소지아는 바로 거절했다.

“짧게 잘라줘요. 짧을수록 좋으니까.”

“아가씨, 지금은 쿨한 스타일이 유행이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머리가 너무 짧으면 아가씨 스타일링에도 한계가 있을 것 같아요. 아니면 어깨 정도까지만 자릅시다. 그럼 나이도 어려 보일 뿐만 아니라 어딜 가도 잘 어울리죠.”

“됐어요.”

“아가씨는 머리카락 색깔도 짙고 오래 기른 거 같은데, 다 잘라내면 너무 아쉽잖아요.”

남자는 안타깝게 고개를 저었다.

소지아는 거울속의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잘 쉬지 못해서 안색이 나빴지만 놀라울 정도로 정교한 이목구비를 갖고 있었다. 오랫동안 가꾸지 못한 검은 머리는 마음대로 흐트러져 안타까워 보였다.

이도윤은 소지아의 긴 머리를 좋아했기 때문에 소지아는 몇 년간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았다. 디자이너가 아까워하는 것을 보고 소지아는 한쪽의 가위를 들고 살짝 웃었다.

“그럼 내가 할게요.”

손에 가위를 들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검은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버렸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머리카락은 흩어져 마치 그 풋풋하고 아름다운 청춘이 떠나는 것 같았다.

“자, 나머지는 전문가께 맡길게요.”

소지아는 디자이너에게 가위를 돌려주고 스타일링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핑크빛으로 물들인 김민아가 나와서 소지아의 새로운 헤어스타일을 보고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지만 바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 마침내 패션의 완성이 얼굴이란 게 무슨 뜻인지 알겠어. 지아야, 너 정말 너무 멋있다!”

소지아의 짧은 머리 스타일에 맞추기 위해 김민아는 재빨리 소지아를 끌고 백화점에 가서 그녀에게 시크한 스타일의 옷을 몇 벌 사주었다. 두 사람은 골목길을 걸으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어둠이 내리자 김민아는 소지아를 끌고 쇼윈도 밖에서 셀카를 찍어 SNS에 공유했다.

그리고 멘트를 달았다.

[환생.]

소지아는 김민아와 함께 전에 아까워서 먹지 못했던 스테이크를 먹었고 김민아는 매우 즐겁게 웃었다.

“지아야, 네가 보기에 우리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지 않아? 열 몇 살의 나이에 마치 이 세상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함수 방정식인 것처럼. 지금 생각해보면 방정식은 공식만 끼우면 풀 수 있었지. 남자는 아니야. 진심을 다 바치면 뭐해, 결국 상처투성이가 됐잖아.”

소지아는 오랫동안 술을 마신 적이 없었지만, 오늘 밤은 마지막을 정리하고 싶어 한 모금 마셨다.

“그건 네가 공부를 못 해서 그래. 나는 함수가 어렵다고 생각한 적 없어.”

“아, 네, 네. 공부 잘하는 너에게 비교할 수 있겠어? 네가 고등학교로 건너뛰던 해가 겨우 13살이었는데, 나는 중학교 후배가 잘못 들어온 줄 알았다니까, 그게 천재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겠어.”

김민아는 또 그녀에게 술 한 잔을 따르고 술잔을 들고 말했다.

“천재도 바보도 좋으니 우리의 독신을 위해 한 잔 하자. 독신은 즐겁다니까, 그 쓰레기만 없으면 나는 앞으로 내가 사고 싶은 것 다 살 수 있어...”

말하면서 김민아는 또 눈물을 흘렸다.

“지아야, 너 그거 알아? 나는 예전에 슈퍼에 가서 만 원짜리 할인하는 마트용 스테이크를 사서, 아껴 먹고 아껴 써서 그 자식이 공부할 수 있도록 했어. 나는 최선을 다해서,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노력했지. 나도 올해 겨우 24살이지만 변변한 드레스 하나 사본 적이 없어. 그 인간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지?”

집집마다 문제 없는 집은 없기 마련이었다. 소지아는 자신의 문제도 아직 깨끗이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김민아에게 미래를 내다보라고 부드럽게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김민아를 집으로 데려다 주려고 했는데, 김민아가 술기운에 자신을 다크호스 클럽으로 데려갈 줄은 몰랐다.

소지아는 한숨을 쉬며 김민아가 탈출구를 찾으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

어쨌든 1년이라는 시간이 있었지만, 일들을 깔끔하게 처리하고 귀국했다고 해서 바로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약물치료 후, 죽지 않으면 앞으로 오랫동안 더 김민아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소지아는 거절하지 않았다.

소지아가 이런 자리에 온 것은 처음이었다. 김민아는 유난히 흥분한 듯 소지아의 손을 두드리며 말했다,

“손님을 맞이하는 저 남자 좀 봐, 멋있지?”

소지아는 자세히 보지 못했고, 홀 벽에 걸려있는 강건한 검은 말의 그림만 보고 있었다. 김민아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지아는 무성의하게 답할 수밖에 없었다.

“응.”

“잠시 후에 너 절대 거절하지 마. 난 그 남자에게 돈을 썼지만 이렇게 멋있고 달콤하고 듣기 좋은 말 해주는 남자를 만나는 게 더 낫지 않겠어? 안 그래?”

“그래.”

평소에 택시를 타는 것도 아까워했던 김민아는 오늘 마치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것처럼 소지아를 큰 룸에 데리고 들어가 단숨에 고급 술 열 병을 시켰다.

소지아는 김민아를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사장은 남자 모델 10명을 데리고 소지아가 있는 룸으로 들어왔는데 훈남 스타일에서부터 쿨한 남자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타입이 모두 있었다.

김민아의 목소리는 호탕했다.

“좋아하는 타입 스스로 골라.”

열 사람은 각각 윙크하거나 복근을 과시했고, 소지아는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서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야, 난 너와 몇 잔 마시는 정도면 돼.”

김민아는 닥치는 대로 두 사람을 선택한 다음 가방에서 현금 한 묶음을 꺼내 책상 위에 던졌다.

“너희들 이리 와, 오늘 밤 이 누나 기쁘게 해주면 돼.”

두 사람 모두 달콤한 스타일이라 이도윤과 많이 달랐다.

그렇게 그들은 각각 소지아의 곁에 앉았는데 하나는 그녀에게 포도를 먹였고 하나는 소지아의 잔에 술을 따라주자 소지아는 안절부절 못하고 일어서려 했다.

김민아는 손을 뻗어 그녀의 허벅지를 두드렸다.

“왜? 지금도 그 남자 사랑해? 그 자식이 다른 여자 만날 때 널 생각해 본 적 있을까? 이제 이혼했는데 뭐가 무서워? 오늘 밤 마음껏 놀아! 이 언니 돈 있어.”

다들 부동산 중개 수수료가 높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김민아가 파는 것은 심지어 별장이었고, 거래되는 집의 커미션이 수천만 원 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었다. 또한 젊고 예쁜 데다가 말도 잘 하는 편이라 한 해 버는 커미션이 적지 않았다. 만약 남자친구에게 돈을 쓰지 않았다면 김민아도 작은 재벌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가끔 하룻밤 사치를 부리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김민아는 오늘 밤 죽을 때까지 놀기로 결심했다.

블린시트.

의사가 하루 종일 돌보자 아이의 열은 마침내 내려갔고, 이도윤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그는 아기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살금살금 방에서 나갔다.

백채원은 마중을 나와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도윤아, 날도 이미 늦었으니 오늘 밤 여기서 자. 아이가 저녁에 또 깨어날까 봐 그래. 너도 알다시피 네가 있으면 별로 울지 않잖아.”

이도윤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약간 피곤해하며 대답을 했다.

“난 미팅이 있어서. 장 선생이 가지 않고 있을 테니 무슨 일 생기면 그 사람 불러.”

백채원은 말을 하려다가 멈췄다. 억지로 이도윤을 잡아둘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늘 10시 30분에 그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그녀는 그들이 이미 이혼했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여전히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너무 서두르면 일을 그르칠 수 있기 때문에 자상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가는 길에 조심하고.”

이도윤은 고개를 끄덕이고 떠났다. 차에 오르자마자 진환이 키를 건네주었다.

“대표님, 사모님께서 보내온 별장 키입니다.”

이도윤은 눈동자가 어두워지더니 비웃으며 말했다.

“돈을 손에 넣자마자 오히려 빨리 움직이는군.”

진환은 원래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방금 김민아가 SNS에 올린 사진을 보고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대표님, 사모님은 정말... 대표님에게 마음을 접으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