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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화. 외출

Author: 안나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6 05:24:27

재혁의 사무실 소파에 앉아 있던 민성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을 확인한 민성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

아버지.

민성은 받지 않을까 잠시 고민하다 결국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오늘 지민이랑 만나기로 했다는 얘기 들었다. 네가 어떤 마음으로 나가는지 알 바 아니지만, 내 얼굴에 먹칠할 짓은 꿈도 꾸지 마라. 옷차림도 똑바로 정중하게 갖춰 입고 나가서 예의를 지켜.”

나름대로는 아들을 향한 걱정이 뒤섞인 잔소리였다. 하지만 민성의 귀에는 그 모든 말이 지독한 억압이자 숨통을 조이는 족쇄로만 들렸다.

"……알아서 할 테니까 끊어요."

“저 서른 넘었습니다.”

“알아.”

“그런데 옷까지 아버지한테 검사받아야 합니까?”

“네가 평소에 하는 꼴을 아니까 하는 소리야.”

민성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박 선생 딸이다. 괜히 네 평소 버릇대로 건들건들 굴지 말고 예의 갖춰.”

“제가 언제 예의 없이 행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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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혁의 사무실 소파에 앉아 있던 민성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을 확인한 민성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 아버지. 민성은 받지 않을까 잠시 고민하다 결국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오늘 지민이랑 만나기로 했다는 얘기 들었다. 네가 어떤 마음으로 나가는지 알 바 아니지만, 내 얼굴에 먹칠할 짓은 꿈도 꾸지 마라. 옷차림도 똑바로 정중하게 갖춰 입고 나가서 예의를 지켜.” 나름대로는 아들을 향한 걱정이 뒤섞인 잔소리였다. 하지만 민성의 귀에는 그 모든 말이 지독한 억압이자 숨통을 조이는 족쇄로만 들렸다. "……알아서 할 테니까 끊어요." “저 서른 넘었습니다.” “알아.” “그런데 옷까지 아버지한테 검사받아야 합니까?” “네가 평소에 하는 꼴을 아니까 하는 소리야.” 민성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박 선생 딸이다. 괜히 네 평소 버릇대로 건들건들 굴지 말고 예의 갖춰.” “제가 언제 예의 없이 행동했다고요?” “내가 널 하루 이틀 봤어?” “아버지.” 민성은 퉁명스럽게 대답하며 아버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무참히 전화를 끊어버렸다. 잠시 휴대전화를 노려보던 그가 고개를 저었다. “내 나이가 몇인데 옷을 어떻게 입고 나가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하냐.” 재혁이 피식 웃었다. “그래도 아버님이 신경 많이 쓰시는 모양인데?” “신경?” 민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양반한테는 그냥 자기 마음대로 안 되는 아들 하나 어떻게든 정착시키려는 거겠지.” “그래도 오늘은 제대로 갖춰 입고 가라.” 민성이 재혁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봤다. “너까지 왜 이래?” “아버님 얼굴에 먹칠하면 안 된다며.” “최재혁, 너 재미있냐?” “조금.” 민성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러다 사무실을 나서려다 잠시 멈췄다. 조금 전 재혁이 하려다 만 말이 생각났다. “그런데 아까.” 재혁이 그를 바라봤다.

  • 3년의 계약, 당신을 모른채 사랑에 빠지다.   144화. 말하지 못한 소식

    같은 시각. 재혁은 주연과의 통화를 마치고 휴대전화를 천천히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지혜가 입원했다가 오늘 퇴원했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걸렸지만, 무엇보다 주연의 목소리가 자꾸 귓가에 남았다. “저도…… 재혁 씨 보고 싶었어요.” 생각할수록 입가에 미세한 미소가 번졌다. 이번 주말이면 주연과 함께 공식적인 자리에 참석하게 된다. 그동안 몇 번이나 함께 식사를 하고 보육원에도 다녔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파트너 동반 모임. 처음으로 주연을 자신의 옆자리에 세우고 참석하는 자리였다. 재혁은 자신도 모르게 주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휴대전화가 짧게 울렸다. 주연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재혁 씨, 그런데 제가 아까 한 가지를 못 물어봤어요. 이번 주말 모임은 무슨 모임이에요?] 재혁은 메시지를 읽다가 작게 웃었다. 만나기로 해놓고 정작 무슨 자리인지 묻지도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는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국내 주요 기업인들이 부부나 파트너와 함께 참석하는 경제인 모임입니다.] 잠시 생각하다 한마디를 더 보탰다. [주연 씨는 그냥 저와 함께 참석만 해 주시면 됩니다.] 전송 버튼을 누른 재혁은 자신이 보낸 문장을 잠시 바라보았다. 이제는 그 말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녀는 실제 자신의 아내였으니까. 그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터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편해졌다. 그동안 주연에게 느끼는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 수없이 그었던 선도 더는 필요하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주연이 언제 자신에게 진실을 말할 것인가. 그것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요.” 문이 열렸다. 재혁은 들어오는 사람을 보고 눈썹을 살짝 치켜 올렸다. “민성아?” 한쪽 팔에 여전히 깁스를 한 민성이 들어오고 있었다. 평소라면 문을 열자마자 농담부터 던졌을 사람이 오늘은 유

  • 3년의 계약, 당신을 모른채 사랑에 빠지다.   143화. 남편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주연은 지혜의 팔을 조심스럽게 붙잡았다. “천천히 걸어. 아직 어지럽지?” “괜찮아. 이제 열도 다 내렸잖아.” 지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 보였지만, 주연의 눈에는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며칠 사이 눈에 띄게 야윈 얼굴은 아직 핏기가 없었고, 걸음에도 힘이 없었다. “뭐가 괜찮아. 얼굴이 반쪽이 됐는데.” “집에 가서 좀 쉬면 돼.” “그러니까 오늘부터 아무것도 하지 마. 복지센터도 며칠 더 쉬고.” “주연아.” “왜?” “너 우리 원장님 닮아가는 거 알아?” 주연이 눈을 흘겼다. “말 돌리지 마.” 그제야 지혜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번졌다. 그 웃음을 본 주연도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두 사람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주연은 지혜를 침대에 눕혔다. “꼼짝하지 말고 있어.” “알았어요, 이주연 선생님.” “말은 잘하지.” 주연은 지혜에게 이불을 덮어주고는 부엌으로 향했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사 온 죽을 그릇에 덜어 데웠다.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자 그제야 주연은 긴장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그때 식탁 위에 올려놓은 휴대전화가 울렸다. 최재혁. 화면에 떠오른 이름을 보는 순간 주연의 얼굴이 저도 모르게 밝아졌다. 주연은 잠시 지혜의 방문 쪽을 바라본 뒤 전화를 받았다. “네, 재혁 씨.” “ 지금 통화 괜찮습니까?” “네. 괜찮아요.” 재혁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이번 주말 약속 기억하고 계시죠?” 주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곧 알아차렸다. “아, 파트너 동반 모임이요?” “네.” 재혁이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날 준비해야 할 것도 있고 주연 씨한테 미리 말씀드릴 것도 있어서요. 오늘 잠깐 만날 수 있을까 해서 연락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바로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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